
한국의 위기 상황이 심각한 이유는 과거 위기 요인이 대부분 외부로부터의 도전이었던 반면, 지금은 내부 분열이라는 내부요인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지난 60여 년 동안 한국경제는 두 차례의 오일쇼크,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글로벌 팬데믹 등에도 잘 버티고 오히려 기회로 반전시킨 저력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지금의 위기 상황은 “편을 갈라 싸우면 나라가 망할 때까지 싸우는” 한국인 특유의 속성이 작동함으로써, 가히 ‘멸망의 신’이 우리의 문턱을 이미 넘어왔다고 할 수 있다. 즉 역사적으로 멸망하는 그 ‘모양새’를 갖추고 말았다. 수백만 군사를 거느린 외침에도 버텨낸 고구려, 천년을 지탱한 신라, 그리고 고려도 모두 내부적으로 분열하고 부패하여 자멸했다. 조선의 멸망도 오랫동안 편을 갈라 당파싸움을 일삼다가 국력을 상실한 탓이다.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이념투쟁은 국민을 반으로 갈라져 싸우게 만들고, 한국경제의 국제 경쟁력을 상실하게 만들고 있다. 경제는 심리이고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작금의 내부 분열은 한국경제를 선진수준으로 만들어낸 사회심리 동력을 멈추게 하고 말 것이다. 1인당 GDP 100달러에서 1만 달러 수준으로 올려놓은 ‘하면 된다’의 정신과 단결력, 2만 달러를 넘어서게 만든 재빠른 추격자의 학습 및 문제해결력, 그리고 3만 달러 시대를 연 세계 일등 혁신제품 개발의 기회 창출력 등이 한꺼번에 사라질 위기에 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다이내믹 코리아’의 역동성이 내부 분열로 인해 무너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한 마디로 극심한 내부 분열과 사회적 갈등은 일터에서 똘똘 뭉쳐 열정적으로 일하게 하는 단결력을 파괴하고, 빠른 속도로 문제를 해결하고 지식을 축적해나가는 융합력(학습력)을 약화한다. 그리고 21세기 한국경제를 선진국으로 도약시킨 기회 창출력, 즉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혁신 능력을 사라지게 할 것이다.
이렇듯 ‘멸망의 신’이 세기적 패러다임 전환기에 내부 분열을 틈타 우리에게 걸어 들어 왔다면 단연코 내몰아내야 한다. 이를 위한 5가지 실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먼저 모든 국민이 멸망의 실체를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분열과 갈등을 넘어서 조화와 화합을 유도하는 공감대 즉 새로운 철학적 바탕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는 개인 차원에서 먼저 시작해야 한다. 세상의 변화는 한 사람의 변화로 출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하다. 우리는 세상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아왔다. 지금도 그런 사람들에게 놀아나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현혹되지 말고 우리가 삶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이 가져오는 고도의 기술 문명 시대에 인간 소외를 극복할 수 있는 정서적 기술과 공감 능력을 갖추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둘째, 리더의 자격 기준을 바꾸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한국인은 솔선수범하고 관계 및 소통에 뛰어난 리더를 원한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교육은 노동자와 전문인의 양성에 특화되어 인간관계와 공동체를 이끌 능력과 덕목을 갖춘 인재를 잘 키워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적당한 전문지식과 인맥을 갖추면 각 분야의 장(長)으로 선택되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는 솔선수범의 정신과 화합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 선택되도록 리더의 평가 기준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셋째, 기업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한국경제가 선진수준으로 도약한 데는 기업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기업도 이 역할을 제대로 담당하기 위해 또다시 변신해야 한다. 즉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경제 철학을 실천해야 한다. 기업은 주주의 단기적 이익 창출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직원에 투자하고, 협력업체와 상생하고, 지역사회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공헌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
넷째,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선진국 수준에서 정부 역할은 좀 더 제한적이고 달라져야 한다. 정부가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정부는 아직도 만연한 ‘국가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민간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격려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새롭고 창의적인 정책일수록 민간과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추구해야 한다.
끝으로, 새로운 내러티브를 만들어 자신감을 가지고 전 세계로 발신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원래 내러티브와 스토리의 나라다. 단군신화라는 민족 서사가 있고 한강의 기적이라는 성공스토리는 물론 수많은 콘텐츠를 전 세계와 공유하는 한류의 나라다. 선진국 문턱에서 내부 분열이란 최대 위기를 맞은 대한민국이 또다시 위기 극복의 스토리를 통해 세계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장우(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 전 한국경영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