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교육 예산도 그런 방식으로 배분되고 있을까. 놀랍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교육부가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3' 자료를 보면, 2020년 우리나라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OECD 평균을 상회한다. 그런데 이를 뜯어보면 사정은 좀 다르다. 초·중등교육에는 비교적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반면, 고등교육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이 배정되고 있다.
예를 들어 초등교육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보다 약 25% 높다. 반면 대학 등 고등교육의 경우 OECD 평균보다 30% 적게 지출되고 있다. 절대적인 금액만 비교해도 고등교육보다 초등교육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일부는 초등교육은 의무교육이고, 고등교육은 선택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등록금을 사실상 동결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고등교육이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 이는 국가 경쟁력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고등교육법상 대학은 최근 3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의 1.5배까지 등록금 인상이 가능하지만, 교육부는 대학 재정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등록금 인하 및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6년간 대학 등록금은 동결 상태에 가까웠다. 올해 1월 8일 매일경제가 보도한 기사에서도 이러한 정책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우수한 인재들이 교수 연봉이 높은 해외 대학으로 유출됨에 따라 교육의 질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기업과의 연구 협업 수준도 저하되고 있다. 현재 대학은 낮은 공교육비 지원과 등록금 인상 제한으로 인해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반면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초·중등 교육교부금의 학생 1인당 지원액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추산에 따르면 2028년에는 학생 1인당 지방재정교부금이 2000만원을 넘어서고, 2032년에는 3000만원을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예산 증가가 교육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1인당 예산이 늘다 보니, 일부 학교에서는 1인 1태블릿 지급, 보수한 지 5년도 안 된 학교의 재도장 공사, 기존에 시청각 수업이 가능한 시설이 있음에도 개당 1000만원에 달하는 전자칠판을 추가로 도입하는 등의 사례가 언론을 통해 지적된 바 있다. 이러한 예산이 돌봄 사각지대 해소나 학생 안전 강화 등에 우선적으로 투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 예산은 국가의 인적 경쟁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다. 현재의 예산 배분이 형평성과 정의에 부합하는지 다시 한번 자세히 검토해야 한다.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 간 균형 잡힌 투자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경우선 맥킨지앤드컴퍼니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