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개혁부터 통상 임금까지
주요 현안 손놓고 있으면 안돼
경제·사회도 디지털 시대 맞춰
낡은 것 바꾸며 미래 준비해야
주요 현안 손놓고 있으면 안돼
경제·사회도 디지털 시대 맞춰
낡은 것 바꾸며 미래 준비해야

경제가 어려운 고비마다 극복된 것은 민생경제의 최전방을 지켜온 국민과 기업 그리고 묵묵히 인내심을 가지고 애국 행정을 해왔던 공무원 덕분이었다. 헌법체계하에서 행정부·입법부·사법부의 3부는 균등 분립이지만, 민생경제를 꾸려가며 소여물 챙기는 행정부가 제일 중요함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정치 불안 속에서 행정부의 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관료들은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며, 공직사회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다. 정치권의 호전적 공세에 고위 공직자들이 수그리는 모습을 보고, MZ 공무원들의 자부심도 약해졌다. 행정조직은 다음 정부에서 일할 생각으로 현안을 미루는 듯하며, 일부 국무위원들도 대선에 대비하느라 정책 디테일은 챙길 생각도 않는다. 용산 눈치를 봤던 공직사회는 방향을 잃고 바다를 표류하는 배처럼 헤매는 모습이다.
아무리 정치 상황이 어렵더라도 민생경제에 시급하거나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들은 정부가 손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 고용노동부 예를 들어보자. 올해 업무보고를 보면 정권 초기부터 강조된 노동개혁 정책들이 축소된 듯 보이며, 상당수 정책들도 사회적 대화 성사를 필요조건으로 하고 있다. 현재 노동계가 사회적 대화체에 불참하거나 소극적으로 임하는바, 정책 달성 여부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작년부터 끌어왔던 근로시간제도 유연화 방안도 사회적 대화체로 넘기면서 공전하는 모습이다. 고령화에 대응한 고용 연장, 계속고용 제도도 사회적 대화체로 넘기면서 연내 소기의 정책 달성은 어렵게만 보인다. 사회적 대화 미작동에 대비한 플랜 B를 세우고, 스케줄을 관리하는 적극행정이 필요하다. 11년 동안 유지돼 오던 통상임금 판례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흔들어 기업들이 화들짝 하는 상황에, 노사 현장 의견을 폭넓게 청취해 보다 신속히 가이드라인을 내지 못했던 점은 아쉽다.
입법을 통한 노동개혁이 어려운 상황에, 재정사업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율적인 노동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 기존 법제도를 활용해 노사갈등이 작은 메뉴를 발굴해 점진적 노동개혁을 추진할 수도 있다. 국가 발전을 위해서 직업훈련과 고용서비스를 인공지능(AI)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하고 사회안전망의 디지털 통합관리 체계를 구축해 사각지대를 해결해야 한다. 근로시간과 관련해 건강권은 국가가 보호하되, 노동 총량은 집단적 노사 자치로, 근로시간의 선택은 개인이 할 수 있도록 현행 노동법의 경직적인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 경제와 사회는 디지털 시대로 변해만 가는데 노동제도를 1950~1960년대 구식 공장법에 머무르게 해서는 안 된다. 어려운 시기라고 정책 고민조차 내려놓지 않았으면 한다.
정권이 바뀌면 행정 적폐로 공무원들을 몰기보다는, 책임행정을 보호하기 위해 행정시스템을 개선하고 소신행정을 격려해야 한다. 난세에 국가를 수호하는 공직자들의 애국심과 소명의식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공직사회만이라도 중심을 잡고 민생경제와 국가 미래를 챙겨주길 바란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