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마가노믹스 정책
인플레이션 유발할 수밖에
韓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재정 효율과 산업 구조조정
서비스 산업 개선만이 살길
인플레이션 유발할 수밖에
韓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재정 효율과 산업 구조조정
서비스 산업 개선만이 살길

이미 '관세 전쟁'은 시작됐다. 미국의 3대 교역국인 중국에는 기존 관세에 10%의 추가 관세를 더 부과해 지난 4일을 기점으로 행정명령이 집행됐고, 인접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25%씩의 관세를 부과하는 안이 발표됐다. 캐나다와 멕시코의 경우 1기 재임 시 이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으로 대체해 2020년 공식 발효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USMCA를 대폭 수정해 양국으로부터 보다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 하고 있다. 예상보다 관세 부과율이 높자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모두 어떻게든 이를 수습하는 와중에 '쟤가 더 문제예요'라는 식으로 대응하면서 두 나라 간 외교 관계까지 악화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마약 및 불법 입국 문제에 대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통해 가까스로 한 달간 유예를 받았지만 스스로 '관세맨(Tariff Man)'이라 부르듯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무기화는 여기서 그칠 리 없다. 이미 '기다려, 다음은 너야'라는 식으로 유럽연합(EU)과 영국에 대해 선전포고를 했고 그다음은 동북아 3개국인 한국과 일본, 대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반도체·철강·의약품 등 산업 부문별 관세 부과도 예고한 상태로, 그야말로 매트릭스적 관세 부과를 겨냥하고 있다. 결국 미국에서 판매하고 싶으면 미국 내에 들어와 생산하든지 아니면 미국 이익에 부합하는 조공 품목을 헌상하라는 식이다. 한국은 4년 전 마무리했던 방위비 협상이 도마에 다시 오를 우려가 있다.
트럼프가 내세운 네 개의 주요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최근 미국 경제학자들의 설문조사를 보면 마가노믹스로 인해 단기적 효과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중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및 경기 둔화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반면 감세 및 규제 철폐로 기업의 당기순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에 미국의 주가는 한층 더 탄력을 받았다. 경제전문가와 월가 간 해석이 극단으로 양분된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규제 철폐를 제외하곤 모든 정책이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발 인플레이션으로 시작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원자재 수입국인 우리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직후 발생했던 스태그플레이션의 재발이 우려된다. 이럴 경우 통화 정책의 발이 묶이면서 경기 둔화는 오롯이 재정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미 재정 악화로 국가채무 비율이 50%를 넘긴 상황에서 어떻게든 희소한 재정을 효율적으로 쓰는 수밖에 없다.
싫든 좋든 주요 수출산업은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대폭 옮길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따른 국내 설비 투자의 감소는 내수산업 육성으로 메워야 하는데 내수산업은 금융, 교육, 의료, 관광과 같은 서비스산업이 주다. 이러한 서비스산업은 온통 규제의 레드테이프로 칭칭 감겨져 있다. 이러니 해결책이 난망한 것이다. 결국 트럼프발 파고를 넘으려면 효율적 재정 정비와 산업 구조조정, 서비스산업의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