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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완의 주말경제산책] 사교육 대신 투자를 했더라면

입력 : 
2025-01-24 17:32:02
수정 : 
2025-01-24 21:29:56

뉴스 요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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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가장 높은 노인 빈곤율을 보이며, 이 두 현상 사이에는 사교육 문제가 관련되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사교육비 지출이 부모 소득 증가율보다 높아져 젊은 세대는 자녀 교육비 부담으로 출산을 꺼리게 되고, 이는 노인 빈곤율에 기여하고 있다.

결국, 사교육 대신 자본 시장에 투자했더라면 더 나은 재정적 결과를 얻었을 것이라는 주장은 저출산과 노인 빈곤 문제 해결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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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평균 사교육비 6000만원
같은 기간 美 주식투자 가정땐
7900만원 자산형성 이루게 돼
작년 인당 개인소득 2554만원
노인 빈곤, 자본시장이 실마리
사진설명
다른 나라의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에는 극단적인 모습들이 뒤섞여 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가장 높은 노인 빈곤율이 그 예이다. 이 두 가지 극단적인 현상들 사이에는 '사교육'이 자리하고 있다. 저출산의 원인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사교육 문제이다. 일부 학자들은 장기적으로는 사교육이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강력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사교육이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에선 사교육 지출이 부모 소득에 비해 과중하기 때문에 임신과 출산이 가능한 젊은 세대들은 자녀의 사교육 때문에 빈곤한 노인이 되기는 싫다는 것이다. 일단 자녀가 생기면 사교육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합리적인 젊은이들의 판단은 출산을 하지 않는 것이 된다. 정말 그런지 살펴보기 위해 사교육 지출과 노인 빈곤율을 차례로 살펴보자. 고맙게도 통계청에서는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를 통해 매년 사교육 자료를 발표하는데 2023년 기준으로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의 1인당 1년 평균 사교육비 지출은 660만원이 넘는다.

첫 번째 그래프는 2012년 이후 1인당 연간 초·중·고 학생 평균 사교육비 변화를 보여준다. 지난 12년간 코로나 충격 등 경제의 어려움이 많이 있었지만 사교육비가 줄어드는 경우는 없었다. 매년 4.4% 정도 증가하는 사교육비 증가율은 같은 기간 소득 증가율 2.5%에 비하여 높기 때문에 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은 점점 과중해졌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이미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은퇴한 노인 세대의 경제생활을 살펴보자. 한국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데 '시장소득' 기준으로 55% 정도이다. 빈곤율 55%의 의미는 65세 이상 인구의 절반 이상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의 노인 세대가 빈곤하게 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녀의 사교육 지출이 작지 않은 기여를 하였다. '돈 문제로만 생각한다면' 이전 세대에서는 자녀가 부모의 경제생활을 책임져 주기 때문에 부모가 자녀의 사교육에 지출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부모의 경제생활을 부담하려 하지 않는 쿨한 세대이기 때문에 다시 돈 문제로만 생각한다면 자녀의 사교육에 지출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또다시 돈 문제로 이런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보자. 가장 최근 자녀를 대학에 보낸 세대가 사교육 비용을 오롯이 투자했더라면 어떤 이득을 얻게 될지 계산해 보는 것이다. 두 번째 그래프는 3가지의 투자 결과를 보여주는데 미국 주식, 한국 주식, 한국 정기예금에 초·중·고 12년간 사교육비를 투자하였을 경우 2023년에 얻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서 초·중·고 12년간 누적 1인당 사교육비는 6000만원 정도이다. 같은 기간 S&P500 연평균 수익률은 5.7%, 코스피의 연평균 수익률은 3.1%, 정기예금의 이자율은 연평균 2.3% 정도이다. 매년 차곡차곡 12년 동안 사교육비를 3가지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경우 미국 주식은 7900만원, 한국 주식은 6800만원, 그리고 은행 저축은 6500만원 정도의 자산을 형성해 준다.

자, 어떠신가? 12년 동안 자녀의 사교육을 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혜택이? 2023년에 자녀를 대학에 보낸 부모들의 나이는 평균 50세 정도일 텐데 사람마다 이러한 자산이 크다는 분도 있고 작다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23년 우리나라 1인당 개인소득이 2554만원임을 고려할 때 12년간 사교육 지출의 한국 주식 투자 결과인 6800만원은 2.7년의 소득이다. 은퇴 이후에는 소비가 평균 40% 이상 감소하므로 이러한 주식 투자 자산은 4.5년의 은퇴 이후 소득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50세를 넘는 중년 세대에게 이 정도 규모의 자산은 국민연금과 함께 노후 생활을 보장하는 또 하나의 지렛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긴 이야기를 하였지만 저출산과 노인 빈곤의 문제는 자본시장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아, 그리고 위의 내용에서 한 가지를 잊었다. 자녀가 2명인 부모는 곱하기 2를 하여야 한다.

※본 칼럼은 필자 의견으로 자본시장연구원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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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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