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유 도입 등 적극 나서고
美北 관계 변화 긴밀 대응을
기술 동맹으로 협력 다져야
美北 관계 변화 긴밀 대응을
기술 동맹으로 협력 다져야

우선 트럼프 2기 정부는 보호무역을 강화할 전망이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는 중국 등과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관세를 적극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작년에 대미 수출 1278억달러, 대미 무역흑자 557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10~20% 보편관세, 중국에 대한 60% 관세 부과 방침과 첨단 반도체 등 핵심 산업 보호 조치는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한국 반도체와 배터리는 물론 자동차, 철강, 전자, 석유화학 등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전략이 시급하다. 무역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유 도입도 늘려야 한다.
안보 분야에서도 충격이 올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한국 방위비에 대해 지금의 거의 10배 수준인 100억달러를 언급한 바 있다.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주한미군 규모와 훈련을 조정하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이는 한반도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양국이 신중히 다룰 문제다. 트럼프 2기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면서 미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직접적인 안보 문제 해소를 우선시할 것으로 보인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가 북한을 '핵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언급한 발언은 북한 문제에 대한 워싱턴의 접근 방식이 비핵화를 위한 압박에서 핵 군축을 위한 협상으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제 북한은 핵 보유국"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1기 정부는 이미 북한과 벌인 비핵화 협상에서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그 교훈을 잘 되새겨야 한다.
트럼프 2기 정부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기술과 정치가 결합된 기정학(techno-politics) 등장과 궤를 같이한다. 일론 머스크와 같은 혁신적 인물이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개혁을 이끌고, 실리콘밸리의 테크 리더와 벤처캐피털 출신 인사들이 행정부 요직에 포진했다. 이는 기술 기반 정부 운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인공지능(AI) 혁명의 미래를 선도하려는 의지다. 이 같은 대전환을 맞아 한미 동맹은 군사·경제 동맹을 넘어 기술 동맹으로 진화해야 한다. 조선업 협력 강화와 원전 동맹을 통한 양국의 제3국 공동 진출은 인도·태평양 전략 수행과 유럽·중동에서 에너지 시장을 개척하는 든든한 발판이 될 것이다.
트럼프 2.0 시대의 미·중 관계는 더욱 대립적이고 경쟁적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는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 동맹국으로 분명한 입장을 취할 것을 요구한다. 한국은 시대적 대전환 속에서 한·미·일 협력을 지속 발전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국내 정국 불안으로 국익 외교가 희생돼서는 안 된다.
[박진 전 외교부 장관·카이스트 초빙석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