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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글로벌포커스] 트럼프 취임과 美·유럽 관계의 격동

입력 : 
2025-01-21 17: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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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유럽 간의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유럽과의 무역 불균형과 국방비 문제를 지적하며 기존의 동맹 관계에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미국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유럽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외교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으며, 유럽의 대응을 포함한 광범위한 시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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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적자·기후변화 등 갈등
취임식에 EU수장도 안불러
유럽과의 반목은 이제 시작
처지 비슷 韓도 대응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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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했다. 국제관계도 격변할 전망이다. 미·중 관계가 본격적인 디커플링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데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하지만 미·중 관계가 소원(疏遠)을 넘어 적대로 나아간 지는 이미 오래됐다. 더 낯설고 근본적인 변화는 오히려 전통적인 동맹인 미국과 유럽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중 갈등이 오래돼 익숙한 얘기라면, 미국과 유럽의 갈등은 이번주부터 시작될 전혀 새로운 국면이다. 물론 동맹끼리도 얼마든지 갈등하고 반목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시대 미국의 변화된 비전과 유럽의 전통적 이익 사이에는 너무나 넓고 근본적인 간극이 생기고 있다.

우선 경제다. 새로운 미국은 무역수지 적자가 미국인의 일자리와 공동체를 해치는 만악의 근원이라고 본다. 작년 11월까지 2700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안긴 중국에 날을 세우는 이유다. 하지만 같은 기간 대(對)유럽연합(EU) 무역수지 적자도 2136억달러에 달한다. 미국에 유럽은 중국만큼이나 손을 봐야 할 교역 파트너다.

안보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2023년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3.4%를 국방비로 썼다. 하지만 32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 중 크림사태 발발 이후 2014년에 합의했던 GDP 2% 국방비 지출 약속을 이행한 나라는 2021년까지 5개국에 불과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눈앞에 닥친 후에야 독일과 프랑스 등 22개국이 부랴부랴 2%에 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걸 다시 5%로 두 배 넘게 올리자는 청구서를 보내고 있다. 동맹도 돈을 내야 한다.

미래 과제에 대한 인식도 다르다. 유럽이 주도해온 기후변화 대응은 트럼프가 보기엔 거대한 사기(scam)일 뿐이다. 심지어 그동안 바이든 정부가 유럽의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다가 미국의 에너지 자립을 훼손하고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을 심화시켰으며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고 생각한다. 협상의 여지가 안 보이는 수준의 간극이다.

나아가 트럼프는 당최 유럽을 온전하고 대등한 대화 상대로 인정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EU의 수장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번 취임식에 초청받지 못했다. 다자협상보다 개별 국가와 양자협상을 선호하는 트럼프가 그 만남을 껄끄러워 한다는 관측도 있다. 어쩌면 바이든·폰데어라이엔 체제의 대표적 성과인 미국·EU 무역기술위원회(TTC)부터 형해화될 것이다. 공교롭게도 바이든 정부 말미에 발표된 인공지능 반도체 수출규제에서는 미국의 동맹국 카테고리(19개)에 나토 32개, EU 27개 회원국 중 각각 12개, 10개의 유럽 국가만 포함됐다. 유럽은 지금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것이다.

마침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도 국내 정치적으로 취약하거나 존재감이 약하다. 유럽의 경제 상황 또한 미국의 관세 부과, 국방비 증액, 나홀로 기후변화 대응을 감내할 여유가 없다. 각국의 집권당들은 미국발 자국 우선주의와 포퓰리즘이 국내 정치로 확산될까 불안하다.

경제, 안보, 미래, 정치 면에서 한국의 상황도 유럽과 비슷하다. 작년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557억달러로 사상 최고였다. 부담스러운 방위비 협상은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미국이 북핵 문제에 우리와 보조를 맞춘다는 보장도 없다.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당장은 본격적인 대미 외교도 어렵다. 다만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에게는 새로운 상황에 맞춰 기존의 대외전략을 리셋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있다. 이참에 미국과 중국만을 앙상한 기준점으로 삼지 말고 유럽의 대응 동향을 포함해 세상의 변화를 더 넓게 참고하는, 시야의 확장이 필요하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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