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엔 소비 활동 주는데
과일·채소 농산물 값도 급등
명절 전까진 지갑도 안 열려
자영업자는 일상 회복 간절
과일·채소 농산물 값도 급등
명절 전까진 지갑도 안 열려
자영업자는 일상 회복 간절

또 직원이 안 나왔다고 불평을 늘어놓으니까 다른 점포 사장님이 말씀하신다.
"그럼 돈 많이 벌고 있겠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날씨가 추워서 거리도 한산하고 손님도 뜸한데, 그럼에도 나는 매시간 직원 두 명분의 일당을 벌고 있는 셈 아닌가? 빵집 장사로는 웬만큼 붐벼도 쉽지 않은 수익이다.
매장이 바빠서 일손이 부족했다면 영업에 지장이 초래될까 걱정이 컸을 텐데, 오히려 직원들의 예상치 못한 결근이 다행스럽고 반갑게 느껴지는 이 아이러니는….
"그래, 지금은 겨울이잖아!"
겨울은 원래 비수기다. 날씨가 춥거나 눈비가 내리면 현장 노동자들은 일감이 줄어든다.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소비도 줄이게 된다. 현장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날씨가 추워지면 야외 활동을 줄인다. 유동인구가 줄면서 전체적으로 소비지출이 줄어든다. 이처럼 겨울에는 매출은 줄어드는데 원재료가 되는 과일, 채소 가격은 올라간다. 이러니 장사하는 사람들은 겨울이 반가울 수가 없다. 겨울에는 적자나 면하면 다행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겨울에 그나마 기대할 것은 연말이다. 크리스마스 음악이 사방에서 흘러나오고 약속들이 많아지면 부족한 겨울 매출을 조금은 채워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한 해를 넘기고 연초가 되면 그 특수는 사라진다. 그리고 설 연휴가 가까워질수록 겨울의 비수기는 더욱 깊어진다.
원래 연휴가 길어지면 농산물 가격은 오른다. 꼭 명절이 아니더라도 그렇다. 휴일에는 인력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산지에서 수확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데 물류까지 중단되니까 농산물 공급량이 줄어들어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연휴가 끝나도 그 기간에 바닥난 재고를 채우려는 대기수요가 모두 해소되어야 가격이 정상화된다. 설 연휴 때는 과일, 채소류에 대한 수요까지 크게 증가하니까 가격은 더 크게 오른다. 농산물을 원재료로 구매하는 상인들의 부담은 평소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명절 준비로 돈 쓸 곳이 늘어난 사람들은 불필요한 소비를 최대한 억제하려 하기에 명절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매출은 부진하기 쉽다.
그래서 겨울에 장사하는 사람들은 마치 겨울잠을 자는 다람쥐 같다. 그런데 올해는 그 겨울이 더 길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그냥도 힘든 이 겨울에 뜬금없는 계엄 선포로 국가적 혼란이 계속되는 것이 정말 답답했다. 환율이 폭등하면 물가가 올라가고 소비도 줄어들고 원재료비가 오른다는데…. 들려오는 경제 뉴스들은 온통 걱정거리들뿐인데…. 나라님께서는 어떤 해법을 가지고 계실까? 연말에 터진 국가적 재난 사고도 너무나 불행한 일이고 슬픈 일이었지만, 일상적인 경제 활동까지 억누르는 국가적·사회적 엄숙주의가 유행하는 것도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었다.
장사하는 사람들의 바람은 단 하나다. 평화로운 일상의 회복이다. 모든 사람들이 걱정 없이 만나서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는 소박한 일상이 가장 소중한 행복이다. 그 일상을 뒷받침하면서, 그 소박한 일상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장사하는 사람들이기에 모든 것이 빨리 제자리를 찾아가고 기다리는 봄이 어서 찾아오길 바랄 뿐이다.
빵집 일상 : 프랜차이즈 빵집 점주로서 경험하는 자영업자의 일상을 소개하고, 현장에서 떠오르는 여러 가지 생각을 지극히 개인적 시각으로 담아보려 합니다.
[강준모 베이커리 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