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사외칼럼

[캐슬린 김의 예술법정] 또 현해탄 건너는 불상의 운명

입력 : 
2024-12-30 17:27:19

뉴스 요약쏙

AI 요약은 OpenAI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핵심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려면 기사 본문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2012년 일본 나가사키현의 간논지 사찰에서 고려시대 불상이 도둑맞는 사건이 발생하며 한일 양국 간의 역사적 논쟁이 시작됐다.

이 불상은 원래 한국 서산 부석사에 소속된 것으로, 절도 사건 후 법원에서 원주 소속과 소유권 문제에 대한 판결이 내려졌다.

결국 대법원은 불상 소유권을 간논지에 인정하였고, 서산 부석사는 불상 반환 전에 100일간의 의식 수행을 요구했다.

언어변경

글자크기 설정

700년전 왜구가 채간 고려불상
韓도둑 훔쳐오자 소유권 논란
대법 日소유 판결에 내년 반환
역사와 법리의 관계 질문 던져
금동관음보살좌상
금동관음보살좌상
2012년 어느 날, 한밤중에 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섬의 작은 사찰 간논지(音寺)에 도둑이 들었다. 그들이 노린 것은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 빛바랜 금빛을 머금은 오래된 불상,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이었다. 한밤중 고즈넉한 사찰을 뒤흔든 이 절도 사건은 한일 양국을 관통하는 역사적 논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상은 원래 한국 서산 부석사에 모셔져 있었지만, 고려 말기 왜구의 손에 일본으로 건너가 쓰시마섬 간논지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불상은 조용히 사찰을 지키며 일본 땅에서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 듯 보였다.

절도범들은 한국에 밀반입한 불상을 은밀히 처분하려다 경찰에 적발되었고, 불상은 몰수됐다. 1330년경 이곳에서 처음 봉안된 불상. 왜구의 침탈로 빼앗겨 일본으로 건너간 지 700년 만의 귀환이었다.

2016년 서산 부석사는 "이 불상의 진정한 주인은 우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은 법정으로 넘어갔다. 핵심 쟁점은 두 가지였다. 첫째, 이 불상이 정말 고려시대 서산 부석사에 있던 것인가. 둘째, 만약 그렇다 해도 현재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가.

1심 법원은 부석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불상은 왜구에 의해 약탈당한 것이 맞으며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판결이었다. 결정적 증거는 불상 안에서 발견된 발원문이었다. '고려 충숙왕 17년(1330년) 서주 부석사'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하지만 2심에서는 판결이 뒤집혔다. 법원은 현재의 부석사가 과거의 부석사와 '법적으로 동일한 존재'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보았다. 종교 단체의 역사적 연속성을 법적으로 증명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게다가 법률상 '취득시효'가 적용되어 간논지가 불상의 소유권을 획득했다고 판단했다. 취득시효란 타인의 물건이라도 일정 기간 문제 없이 점유했다면 소유권이 넘어간 것으로 보는 법리다. 이 불상이 간논지에 봉안된 지 이미 수백 년이 지났기 때문에 법원은 간논지의 소유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2023년 10월, 대법원은 이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서산 부석사는 최근 한 가지 요청을 했다. "불상이 일본으로 돌아가기 전에, 최소한 100일간 불교 의식을 치를 시간을 달라." 간논지는 반환 조건부로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이 불상은 긴 여정 끝에 2025년 6월경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이 던진 질문들은 여전히 우리 앞에 남아 있다. "역사적 정의와 법적 논리는 언제나 함께 갈 수 있는가?"

사진설명


[캐슬린 김 미국 뉴욕주 변호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