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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 Now] 트럼프도 겁내는 '빈손 정치인'

최승진 기자
입력 : 
2024-12-30 17:2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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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3일에 출범하는 119대 미국 연방의회에서 미치 매코널 상원의원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공화당 원내대표직을 존 슌 상원의원에게 물려주고 재선에 대한 미련을 버리며 정치 활동을 접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와의 관계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매코널의 '빈손' 정치가 민주주의 내에서의 필수적인 견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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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2기 장관후보 낙마시킨
공화 상원 1인자 미치 매코널
2년뒤엔 정계 물러날 것 시사
트럼프 세력 눈치볼 필요없어
할말 다하는 정치인으로 부상
韓도 권력에 맞설 인물 절실
사진설명
내년 1월 3일 출범하는 119대 미국 연방의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단연 미치 매코널 연방 상원의원(켄터키주)이다. 그는 1985년 상원에 입성해 40년 가까이 상원을 지켜왔고, 2007년 이후 현재까지 공화당의 상원 원내대표를 맡고 있다. 미국 역사상 최장수 상원 원내대표로 꼽힌다.

그는 내년부터 존 슌 연방 상원의원(사우스다코타주)에게 원내대표직을 물려준다. 또 다음 상원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정계에서 물러나기 위해 손을 털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상원 임기는 2027년 1월까지다. 아이러니하게도 매코널에게 시선이 쏠린 것은 그가 '빈손'이 되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이번 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막강한 대중 지지가 바탕이 됐다. 당연히 의원들은 트럼프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매코널은 트럼프가 두려울 이유가 없다. 더 이상 원내대표로 당을 책임질 이유도 없고, 재선에 대한 미련도 없는 탓이다.

매코널은 견제 없는 독선적 정치를 멈춰 세울 힘까지 갖췄다. 상원의 의석 배분 구도 덕분이다. 상원 의석 100석 가운데 공화당 의석수는 53석이다. 민주당(47석)이 상원에서 한목소리를 내면, 공화당은 3명의 이탈표만으로도 과반수 확보가 어렵다. 매코널과 뜻을 같이하는 의원 3~4명이 반기를 든다면 트럼프의 '일방통행'을 막을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법무장관 후보로 논란을 일으켰던 맷 게이츠가 낙마한 것 역시 매코널의 힘 때문이었다. 트럼프도 그를 의식하는 이유다.

매코널은 트럼프 1기 당시 첫 탄핵까지만 해도 트럼프의 든든한 '우군'이었다. 2019년 12월 민주당 주도의 하원이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문제 삼으며 시작된 탄핵은 2020년 2월 상원에서 최종 부결됐다. 매코널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증인 채택을 무산시킨 것이 결정적 장면이었다. 그때 트럼프는 매코널에게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추켜세웠다.

매코널은 2021년 1월 의회 난동 사건으로 시작된 두 번째 탄핵에서 트럼프와 '앙숙'이 됐다. 두 번째 탄핵 역시 부결됐고, 원내대표였던 매코널도 당시 탄핵에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부결 직후 연설에서 트럼프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트럼프가 퇴임하면서 우리의 제도에 불을 질러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한 것 같다"고 몰아세웠다.

이 사건 이후 매코널은 현재까지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의 대척점에 서 있다. 트럼프의 '가속페달'에 제동을 걸 효과적인 장치까지 갖췄다. 결과적으로 매코널은 '빈손'이 되면서 존재감이 더 커졌다. 견제를 기본으로 작동하는 민주주의에는 그와 같은 '빈손' 정치인의 존재가 절실하다. 특히 지금 한국처럼 혼란이 계속되는 정국에선 더욱 그렇다.

[최승진 워싱턴 특파원 sjchoi@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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