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새 지도부를 뽑는 순회경선(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이 이제 막바지에 들어섰다. 17개 시도 가운데 경기, 대전, 세종, 서울만 남겨두고 있다. 이달 18일이면 권리당원 ARS 투표, 대의원 투표, 여론조사까지 합쳐 결과가 나온다.
민주당의 새 지도부를 뽑는 이번 전당대회는 국민에게 어떤 기대를 줬을까.
일단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을 넘어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을 확인했다. 호남 순회경선에서 득표가 줄었다고는 해도 연임에 도전한 이재명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80%를 훌쩍 넘었다. 2년 전 당대표가 됐을 때 얻었던 77.77%를 크게 웃돈다.

압승이 기정사실화됐지만, 당원 투표율은 신통치 않다. 투표 독려 속에서도 지난 주말까지 누적 투표율은 26.47%다. 특히 텃밭인 광주, 전남, 전북 등 호남 지역 투표율이 20% 초중반에 머물렀다. 온라인 투표율이 보통은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도 호남의 투표율은 저조하다.
최고위원 후보의 등수가 출렁거린 점도 주목된다. ‘친명’으로 통하는 김민석 후보는 첫 순회경선에서 4위에 그쳤는데 이후 득표를 늘리며 2위에 뛰더니 지금은 1위에 올라선 상태다. 4위가 1위로 바뀌는 그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의 한마디가 등장했다. 이 후보가 김민석 후보와 함께 한 자리에서 김 후보를 향해 “표가 왜 이렇게 안 나오는 것이냐”고 했다. 이후 순회경선에서 김 후보의 득표는 약진하기 시작했다.
연임에 나선 이 후보는 저조한 관심 속에서도 역대급 득표율을 기록 중이고, 김 최고위원 후보는 ‘명심’이 공개적으로 등장하자 탄력을 받고 1위로 올라섰다. 기대를 품은 지지가 아닌, 대안 없는 ‘일극’을 사실상 추인하는 모습이다. 18일 공개될 최종 결과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요즘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은, 총선 참패에 이어 ‘자폭’ 전당대회란 소리까지 들었던 국민의힘과 거기서 거기이거나 소폭 뒤지고 있다. 지지 확장에 필요한 주목과 매력을 보여주지 못해 컨벤션 효과(전당대회 시기에 지지율이 올라가는 현상)는 없고, 충성 지지층의 결집 수준에 머물고 있다.
불과 4개월 전 총선에 엄청난 대승을 거둔 정당으로서는 이례적이고 비상인 상황인데, 전당대회 뒤 민주당이 어떤 진단과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이상훈 MBN 앵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