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윤석열 정부지만 윤 대통령만큼 혹은 더 많이 주목받는 정치인은 여당에선 한동훈 신임 대표이고 야당에선 이재명 전 대표다. 한 대표는 여당에서 지지율 상 가장 앞서는 대선주자이고, 이 전 대표는 국회 권력을 장악한 제1야당의 ‘원톱’이자 대선주자다. 이 두 정치인을 향해 보수와 진보 진영의 유권자들이 각각 보내는 지지는 압도적이다.
한 대표의 경우 당대표 경선에서 62.84%의 득표율로 결선투표 없이 1차에서 당선됐다. 23일 전당대회에 이전에 이뤄진 당대표 후보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부터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는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이런 득표율과 지지율의 근원을 따라가 보면 윤 대통령에 이를 수밖에 없다. 윤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가진 4월 총선이 여당의 완패로 끝났지만, 윤 대통령은 딱히 달라진 건 없었고, 당 주류인 친윤 인사들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전부는 아니라도 여당 지지자 상당수에는 뜻밖의 모습이고 이것의 반작용이 한 대표에 대한 지지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즉, 한 대표 자체에 대한 기대보다는 윤 대통령과 친윤에 대한 불만, 그 속에서 벌어진 윤 대통령과의 갈등이 더 큰 작용을 한 거다.

오롯이 한 대표 자신이 만든 게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대립과 충돌했기 때문에, 대안으로 보이기 때문에 선택을 받은 거다. 상대 평가이다. 아직은 능력과 자질에 대한 절대 평가를 본격적으로 받지 못했다.
당대표 경선 후보 토론회 등에서 보여준 한 대표의 모습 정도만이 절대 평가이고, 이런 평가들이 앞으로 이어질 거다. 이를 토대로 한동훈 대표 체제를 ‘지켜내면서’ 당대표 이후 대선까지 갈 수 있느냐가 과제로 남았다.
연인에 도전한 이재명 전 대표의 민주당 당대표 경선 초반 득표율이 무려 91.70%에 이른다. 당원들의 투표다. 최종 득표율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2년 전 당대표가 됐을 때 거둔 77.77%는 거뜬히 넘을 듯하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 속에 득표율 앞자리가 8이 될 수 있다는 정도의 예측이 많았지만 이를 넘어섰다. 2위인 김두관 후보는 이 전 대표를 압박하며 민주당 내 다른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7%를 조금 넘기는 수준에 그쳤다.
앞서 민주당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이스리서치.뉴시스, 14~15일, 전국 1002명 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민주당 지지층만 봤을 때 이 전 대표는 80%를 넘기는 압도적 우위였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집계 결과는 이재명 전 대표 45.5%, 김두관 후보 30.8%로 사뭇 달랐다. 이 괴리는 왜 생긴 걸까. 또 지난 총선 당시 논란이 불거진 탓에 민주당이 공천을 취소했던 인사가 이번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 초반 득표율에서 1위를 기록 중이다. 공천을 취소할 때 당의 판단과 지금 득표율 사이의 괴리는 왜 나온 걸까.
민주당 사람들은 흔히 이 전 대표가 아니면 누가 당에 있느냐, 당을 이끌고 윤 정부와 싸울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말한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공감할 거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자가 아닌, 혹은 진보 진영에 속하지 않은 유권자들은 정말 이 전 대표 말고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이제 이 전 대표에겐 과연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가를 입증할 과제가 남았다. 물론 그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는 별론이다.
이상훈 MBN 앵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