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매경칼럼

[매경포럼] 보수의 배신, 진보의 면죄부

김인수 기자
입력 : 
2025-05-12 17:34:11

뉴스 요약쏙

AI 요약은 OpenAI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핵심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려면 기사 본문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되었으나, 그의 거짓말로 인한 배신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의 후보 지명 과정에서의 절차적 결함은 당원들의 신뢰를 상실하게 했으며, 이는 당내의 정치적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유권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국민의힘은 자신을 혁신하고 배신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어변경

글자크기 설정

국힘은 믿음을 저버렸고
민주는 권력에 취하는 중
배신 막는 건 상호 견제
보수의 자기 혁신 절실
사진설명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됐지만, 그가 남긴 거짓말의 그림자는 지워지지 않는다. 경선 도중에 내건 '한덕수 전 총리와의 신속한 단일화' 약속을 어겼다. 그를 믿고 표를 준 당원들의 신뢰는 배신당했다.

당 지도부는 그를 내치려 했으나, 문제는 절차였다. 한 전 총리를 새벽 3시에 입당시켜 날이 밝기 훨씬 전에 후보로 추대했다. 이는 공정한 절차로 후보를 뽑길 바라는 민심에 대한 배신이었다. 당원투표에서 무효가 된 게 당연했다.

김 후보와 지도부의 행태는 데이비드 데스테노 노스이스턴대 교수의 심리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는 신뢰를 장단기 이익의 균형 문제로 본다. 당장의 이득을 위해 신뢰를 팔아넘겨도 미래 손실이 미미하다면, 다시 말해 장기 이익을 지킬 수 있다면 인간은 배신을 선택한다고 했다.

김 후보의 선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지도부 뜻대로 단일화를 한다면 당원 지지도가 높은 한 전 총리에게 후보 자리를 내줘야 한다. 그럴 바엔 버티는 게 유리하다. 더구나 그는 나이도 많다. 이번 선거가 마지막이다. 그러니 잃을 게 없다. 당 주류의 행태 역시 같은 심리학적 방정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들의 기반은 서울 강남권과 영남이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보장된다. 자신들이 원하는 후보를 옹립해 당권을 유지하고 공천만 받을 수 있다면 손해 볼 게 없다. 그러니 수도권과 중도층의 민심을 쉽게 배신할 수 있는 것이다. 새벽의 후보 교체 소동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 가장 앞서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믿을 수 있는가. 데스테노 교수는 권력자일수록 타인의 신뢰를 쉽게 배신한다고 했다. 이는 수많은 심리실험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권력자는 위선적이고 거짓말을 잘했다.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장기 이익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 역시 권력자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압도적인 다수당이고 대선에서 승리하면 행정부도 장악하게 된다. 이 후보가 그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된 뒤에 과연 수많은 심리실험의 예외가 될 수 있을까.

이미 그는 예외가 아님을 보여줬다. 대법원에서 그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오자 민주당은 대법원장에게 탄핵 위협을 했다. 결국 법원은 그의 재판을 대선 이후로 미뤘다. 권력으로 이 후보의 이익을 지킨 것이다. 집권으로 더 큰 권력을 쥐게 되면 자기 이익을 지키는 게 더 쉬워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민심을 배신할 위험도 커진다. 그러나 이 후보는 그 배신을 인식조차 못할 것이다. 권력자가 자기 행위를 정당화할 구실을 찾아 이를 믿는 건 너무나 쉽다.

권력자의 배신을 막는 최후의 보루는 유권자다. 이 후보 같은 정치인이 두려워하는 건 선거 패배다. 민심의 신뢰를 저버린 대가로 선거에서 패한다는 공포가 실재한다면 배신의 문턱은 높아질 것이다. 그러려면 유권자에게 민주당 말고 대안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그 대안이 돼야 할 국민의힘 역시 신뢰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후보 선출 과정만 말하는 게 아니다.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은 계엄을 했고, 그 대통령의 탄핵을 막고자 다수 의원이 나섰다. 그 배신의 무게가 너무 커, 이 후보와 민주당이 저지른 배신은 작아 보인다. 지금 이 후보가 대선 여론조사에서 독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더 큰 배신이 민주당에 면죄부가 된 셈이다.

결국 이 후보의 배신을 막으려면 국민의힘이 배신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배신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유권자들, 특히 수도권과 중도층 유권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서울 강남과 영남이라는 안락한 둥지에서 벗어나는 자기 혁신을 해야 한다. 그게 보수가 사는 길이고, 이 후보와 민주당의 배신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