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은 믿음을 저버렸고
민주는 권력에 취하는 중
배신 막는 건 상호 견제
보수의 자기 혁신 절실
민주는 권력에 취하는 중
배신 막는 건 상호 견제
보수의 자기 혁신 절실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됐지만, 그가 남긴 거짓말의 그림자는 지워지지 않는다. 경선 도중에 내건 '한덕수 전 총리와의 신속한 단일화' 약속을 어겼다. 그를 믿고 표를 준 당원들의 신뢰는 배신당했다.
당 지도부는 그를 내치려 했으나, 문제는 절차였다. 한 전 총리를 새벽 3시에 입당시켜 날이 밝기 훨씬 전에 후보로 추대했다. 이는 공정한 절차로 후보를 뽑길 바라는 민심에 대한 배신이었다. 당원투표에서 무효가 된 게 당연했다.
김 후보와 지도부의 행태는 데이비드 데스테노 노스이스턴대 교수의 심리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는 신뢰를 장단기 이익의 균형 문제로 본다. 당장의 이득을 위해 신뢰를 팔아넘겨도 미래 손실이 미미하다면, 다시 말해 장기 이익을 지킬 수 있다면 인간은 배신을 선택한다고 했다.
김 후보의 선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지도부 뜻대로 단일화를 한다면 당원 지지도가 높은 한 전 총리에게 후보 자리를 내줘야 한다. 그럴 바엔 버티는 게 유리하다. 더구나 그는 나이도 많다. 이번 선거가 마지막이다. 그러니 잃을 게 없다. 당 주류의 행태 역시 같은 심리학적 방정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들의 기반은 서울 강남권과 영남이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보장된다. 자신들이 원하는 후보를 옹립해 당권을 유지하고 공천만 받을 수 있다면 손해 볼 게 없다. 그러니 수도권과 중도층의 민심을 쉽게 배신할 수 있는 것이다. 새벽의 후보 교체 소동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 가장 앞서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믿을 수 있는가. 데스테노 교수는 권력자일수록 타인의 신뢰를 쉽게 배신한다고 했다. 이는 수많은 심리실험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권력자는 위선적이고 거짓말을 잘했다.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장기 이익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 역시 권력자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압도적인 다수당이고 대선에서 승리하면 행정부도 장악하게 된다. 이 후보가 그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된 뒤에 과연 수많은 심리실험의 예외가 될 수 있을까.
이미 그는 예외가 아님을 보여줬다. 대법원에서 그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오자 민주당은 대법원장에게 탄핵 위협을 했다. 결국 법원은 그의 재판을 대선 이후로 미뤘다. 권력으로 이 후보의 이익을 지킨 것이다. 집권으로 더 큰 권력을 쥐게 되면 자기 이익을 지키는 게 더 쉬워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민심을 배신할 위험도 커진다. 그러나 이 후보는 그 배신을 인식조차 못할 것이다. 권력자가 자기 행위를 정당화할 구실을 찾아 이를 믿는 건 너무나 쉽다.
권력자의 배신을 막는 최후의 보루는 유권자다. 이 후보 같은 정치인이 두려워하는 건 선거 패배다. 민심의 신뢰를 저버린 대가로 선거에서 패한다는 공포가 실재한다면 배신의 문턱은 높아질 것이다. 그러려면 유권자에게 민주당 말고 대안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그 대안이 돼야 할 국민의힘 역시 신뢰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후보 선출 과정만 말하는 게 아니다.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은 계엄을 했고, 그 대통령의 탄핵을 막고자 다수 의원이 나섰다. 그 배신의 무게가 너무 커, 이 후보와 민주당이 저지른 배신은 작아 보인다. 지금 이 후보가 대선 여론조사에서 독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더 큰 배신이 민주당에 면죄부가 된 셈이다.
결국 이 후보의 배신을 막으려면 국민의힘이 배신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배신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유권자들, 특히 수도권과 중도층 유권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서울 강남과 영남이라는 안락한 둥지에서 벗어나는 자기 혁신을 해야 한다. 그게 보수가 사는 길이고, 이 후보와 민주당의 배신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김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