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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노원명칼럼] 그래도 대한민국에 행운을!

노원명 기자
입력 : 
2025-05-06 17:27:01
수정 : 
2025-05-06 19:15:11

뉴스 요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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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의 대선과 정권 교체가 연속적인 혼란을 초래하면서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이재명의 출마 자격 문제로 경쟁 후보들이 줄어들고 있으며, 한국 우파는 무능과 무비전으로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도층은 민주당의 행위 양식을 주목하면서 이번 대선에서도 선택의 여지가 제한된 현실을 받아들이며 투표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언어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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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환송후 '똘끼 작열' 민주
집권당 되면 달라질까
벌써 각자도생 무능 우파
거야 상대로 뭘 할수 있을까
사진설명
한국 정치의 역동성을 부러워하는 일본인을 몇 명 만난 적이 있다. 그들 정치에 비하면 한국은 비록 시끄럽지만 상황을 타개하는 힘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꼴을 보고도 같은 생각일지는 의문이지만. 사람 한 명 바뀌면 다 바뀌는 것이 대통령제다. 바이든의 미국과 트럼프의 미국은 딴 나라 같다. 중국과 러시아 최고 지도자는 트럼프보다도 전횡을 하지만 그들 나라에선 미국 같은 급격한 리더십 교체가 불가능하다. 유럽의 내각 수반이 트럼프처럼 했다가는 조기 총선 압력에 직면할 것이다. 그에 비하면 대통령은 독재자에 가깝다. 국민이 뽑는 독재자.

일단 대통령을 뽑으면 5년은 꼼짝없이 키를 맡겨야 한다. 5년은 짧은 듯해도 국가 운명을 바꾸고도 남는다. 그래서 대통령 한 명을 뽑기 위해 매번 나라가 뒤집힐 듯 요란을 떤다. 난장의 토론이 펼쳐지고, 열정이 결집하고, 그리하여 시대정신이 만들어지면 그 힘을 밑천 삼아 대통령은 국정을 펼쳐나간다. 박근혜 탄핵 이후 연속적 혼돈과 퇴행을 겪는 사이 한국은 민주적 행정국가에서 남미형 정정불안 국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번 대선은 잘못 든 항로를 바로잡기 위한 대토론장이 되어야 하는데 기대난망이다.

대법원 파기환송 이후 '이재명 출마 자격'이 모든 의제를 빨아들이고 있다. 무성하던 개헌 논의마저 감감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권한대행 승계자를 탄핵 위협으로 몰아낸 데 이어 '이재명 유죄' 쪽에 선 대법원장 이하 대법관 전원을 탄핵하겠다고 한다. 이재명 후보 당선 시 재판을 못 하게 하는 법률안을 제출하는가 하면 '사법부를 없애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민주당의 밑바닥은 너무 '지하'라 가늠도 잘 안 된다. "내 성질 건들지 말랬지" 하면서 '똘끼' 부리는 청소년을 보는 것 같다.

나는 민주당이 집권하면 한동안은 잘할 것이라 생각한다. 파기환송심 이슈가 사라지면 사법부에 세웠던 발톱도 언제 그랬냐는 듯 거둬들일 것으로 본다. 양극성 장애의 똘끼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발현하는 것이어서 스트레스만 없으면 평소에는 그런 신사가 없다. 그러나 5년은 긴 시간이고 위기는 무조건 닥치게 되어 있다. 그때 집권 민주당이 보일 표정과 행동이 좀 궁금하다.

파기환송 이슈는 가뜩이나 작아 보였던 경쟁 후보들을 시야에서 사라지게 했다. 그들은 이재명의 자격을 문제 삼을 뿐 더 나은 그림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무능, 무비전은 한국 우파의 전통처럼 굳어졌다. 심지어 적 앞에서 뭉치지도 못한다. 경선에서 떨어진 홍준표는 탈당을 하고 한동훈은 선대위 합류를 거부했다. 각자도생! 그들 스스로 대선에서 이긴다는 상상을 못 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자기들도 꾸지 못하는 꿈을 남이 꾸어줄 순 없다. 설혹 기적적으로 역전에 성공한들 산 넘어 산이다. 윤석열은 3년 내내 거야에 가로막혔다. 야당 탓을 하며 성내다 계엄하고 결국 제 풀에 넘어졌다. 우파가 이번에 승리하면 2028년 총선까지 최소 3년은 같은 야당, 아니 대선 패배로 더 독이 올랐을 야당을 상대해야 한다. 당명이야 바꾼다 치고 체질은 그대로일 우파가 돌파할 수 있을까.

중도층은 이재명 파기환송의 의미를 따지겠지만 그것만 보지는 않는다. '이재명 유죄'가 아니라 그 상황을 다루는 태도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어떤 행위 양식을 보일지 어림하고 있다. 동시에 지난 3년을 망친 우파가 최소 3년의 여소야대에서 무얼 해낼 깜냥이 되는지도 어림하고 있다. 누가 내 생각을 묻는다면 솔직히 두 쪽 다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다른 선택 여지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투표는 할 것이다. 대통령제가 길을 잘못 들면 이렇게 된다. 대한민국에 행운을!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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