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감원은 “은행권 이자이익 증가율이 전년 대비 크게 둔화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맞습니다. 이자이익 증가율이 2022년 21.6%에서 2023년 5.8%로 줄어든 데 이어 2024년에는 무려 0.2%로 ‘급감’했습니다. 그런데 증가율이 아닌 금액으로 보면 2019년 40조7000억원이던 국내 은행권 이자이익은 2023년 59조2000억원까지 늘어났습니다. 2024년에는 59조3000억원으로 ‘아주 쬐끔’ 증가했고요. 2023년 대비 2024년에 별로 늘지 않은 것은 맞지만, 절대 수치 59조3000억원 앞에서 이자이익 증가율 ‘0.2%’라는 통계는 그닥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같은 기간 국내 대표 수출 기업 영업이익을 살펴볼까요? 삼성전자 영업이익(약 32조7259억원)은 물론, 현대차(약 14조2396억원)와 LG전자(약 3조4197억원)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3대 기업 영업이익을 모두 합친 50조원보다 은행들이 올린 이자이익이 9조원이나 더 많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힘겹게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는 제조 업체와 비교하면 은행은 ‘정부가 준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정말 손쉽게 돈을 벌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입니다.
은행들이 최근 몇 년간 매년 사상 최대 이익을 경신하며 돈잔치를 벌이고 있는 동안, 다수 국민은 엔데믹과 함께 맞이한 고금리에 휘청대고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이번 1분기 경제성장률은 –0.2%로 뒷걸음쳤습니다. 지난해 2분기 –0.2%를 기록한 이후, 3, 4분기에도 각각 0.1% 성장에 그쳤죠. 분기 성장률이 네 분기 연속 0.1% 이하를 기록한 건,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심지어 코로나 대유행 때도 없었던 일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행을 바라보는 곳곳의 시선이 서늘합니다. 특히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는 ‘정치금융’ 얘기마저 나옵니다. 정치금융은 금융 관련 의사결정이 정치적으로 왜곡되거나 시장 자율성이 훼손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특히나 최근 지지율 50%를 넘어선 유력 대선 주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가 은행권 상생금융 확대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금융권에선 더욱 긴장감이 팽배합니다.
이런 와중에 지난 3월 20일 출간된 신간 ‘부자 은행 가난한 사회’라는 책이 눈길을 끕니다. ‘금융 성장의 역설’이라는 부제를 지닌 이 책은 “사회 전체의 부가가치가 정체된 상황에서 은행 이익만 계속 늘어난다면, 이는 비정상적인 구조”라고 못을 박습니다. 1장 첫 제목 ‘은행이 돈 많이 버는 사회는 위험하다’부터 지극히 도발적입니다. 책을 쓴 임수강 경제평론가는 “은행은 단순한 이윤기관이 아닌, 사회적 기능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외환위기 때 정부가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은행들을 살렸던 것도 이 때문이죠.
그런데 이 저자 이력이 눈길을 붙잡습니다. 증권 회사(채권 트레이더)와 은행 경제연구소에서 꽤 오랫동안 일했다는 저자는 경기연구원에서 일할 때,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기본 시리즈’ 중 하나인 기본금융 정책의 연구책임을 맡았다죠. 은행권을 향한 따가운 시선에 한 시선 보태고 있지만, 정치금융 또한 폐단이 만만치 않은데, 정말 만만치 않은 시절이 오고 있다 싶습니다(p.20~21).
[김소연 편집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7호 (2025.04.30~2025.05.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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