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전쟁 엄습하는데
탄핵 이후에도 불확실성 여전
월가, 韓 리더십 공백 우려 커
대선 정국에도 경제는 챙겨야
탄핵 이후에도 불확실성 여전
월가, 韓 리더십 공백 우려 커
대선 정국에도 경제는 챙겨야

우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례를 살펴보자. 구체적으로 헌재 탄핵 결정 이후 원화값의 흐름을 보자.
달러당 원화값은 2017년 3월 10일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직전 1140~1150원 수준에서 파면 직후 10~20원 오른 1120~1140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약 한 달이 지나자 달러당 원화값은 1140원대로 복귀했다. 이후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그해 5, 6월 1120원대와 1140원대를 오갔다. 달러당 원화값은 여름이 지나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다 연말이 되어서야 1100원 아래를 기록하며 강해졌다.
6개국 주요 통화에 대한 상대적 달러값을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2017년 한 해 동안 거의 하락하고 있었음을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은 탄핵 결정 이후에도 상당 기간 글로벌 달러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등 탄핵 후유증에 시달렸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월가 한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을 결정하는 요인이 탄핵 외 다른 여러 요소가 있고 당시와 현재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달러 가치를 추종하지 않았다. 여전히 리더십이 공백인 상황에서 당장 대선을 치러야 하기에 불확실성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가까운 미래에 달러당 원화값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전인 1300원대로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게 다수 의견이다. 사실 지금 상황은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인해 8년 전과 비교하면 훨씬 더 녹록지 않다. 지금 시급한 일은 한국에 부과된 25%의 상호관세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미국과 협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국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더 심각한 리더십 공백 상태다. 대선 정국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온 국가적 역량을 쏟아부어도 시원찮은 상황이지만 현재 정부 각료들은 옷 벗을 날을 받아 놓은 시한부 환자와 같고 정치권은 대선에 올인하고 있다.
이 같은 불확실성 지속은 바로 한국의 신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 지표인 한국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은 탄핵 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의 CDS 프리미엄(CKREA1U5)은 지난 3일 39.9bp(1bp=0.01%포인트), 4일 43.90bp, 7일 49.42bp 등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34.41bp보다도 높다. CDS 프리미엄이 높을수록 한국의 국가 부도 위험은 늘어난다. 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일견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안정을 기대해볼 수 있지만 외부 생각은 다를 수 있다"면서 "앞으로 대선까지의 흐름을 봐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탄핵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대선으로까지 이어지고 그사이 한국 경제는 또다시 리더십 공백에 따른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말이다.
트럼프 관세전쟁이라는 엄중한 도전 과제를 맞아 정부는 끝까지 책임 지는 자세를 보이고 정치권 역시 표만 생각하기보다 미래 대한민국을 염두에 두고 대선에 임해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윤원섭 뉴욕특파원 yws@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