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매경칼럼

[충무로에서] 교묘한 말로 국민 속이는 '메타포 정치'

이재철 기자
입력 : 
2025-03-31 17:39:42
수정 : 
2025-03-31 17:40:58

뉴스 요약쏙

AI 요약은 OpenAI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핵심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려면 기사 본문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부의 정책 비유와 메타포 정치가 국민을 기만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정 부문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은 국정 지지율 하락 시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전략으로, 과거 사례들도 이를 뒷받침한다.

시민들이 정치적 메시지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가운데, 메타포 정치로 인한 불신이 심화되고 있다.

언어변경

글자크기 설정

사진설명


'○○와의 전쟁.' '○○식 마셜플랜.'

동서를 막론하고 국민을 상대로 이러한 정책 비유(메타포)가 붙는다. 권력과 정치권이 화려한 수식어로 주목과 지지를 끌려는 계산이다.

이런 메타포 정치가 위험한 이유는 정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와의 전쟁'이라는 정책에는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정부의 초조함이 깔려 있다. 국정 지지율이 낮을 때 쇄신책의 일환으로 특정 부문과 전쟁을 선포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과 같다.

마셜플랜이라는 수식어에는 '방만 예산'의 비밀이 숨어 있다. 야당의 반대로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염려될 때 정부가 마셜플랜으로 정책을 포장해 미리 여론전을 펼치는 이유다. 마셜플랜이라는 포장에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관료 조직의 비대화를 정당화하려는 의도 역시 숨어 있다. '권력의 종말' '불량 경제학'의 작가이자 경제학자인 모이제스 나임은 이런 눈속임식 메타포 정치에서 국민이 늘 깨어 있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메타포 정치는 한국에서도 쉽게 관찰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2020년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0.73%' 차이로 패한 데는 인물에 대한 비호감만큼이나 전쟁으로 포장된 문재인표 부동산 정책의 실패 탓이 컸다.

작년 1월 신년사에서 '패거리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도 탄핵의 나락에 빠졌다. 국민이 이해할 수 없는 뜬구름을 좇아 급기야 비상계엄을 택했다.

정치의 힘은 말에서 나온다. 레임덕은 곧 그 말에 힘이 빠지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한국의 권력자와 여당은 국민의 이익보다 자신의 허물을 감추는 거짓의 메타포 정치를 추구했다. 포장된 말과 정책에 국민적 피로감이 커지면서 레임덕의 속도와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누군가는 이런 정치 위기의 해법으로 개헌을 통해 '87년 체제'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법과 제도가 거짓과 과장의 정치·행정을 걸러낼 수 없다.

오히려 유튜브에 빠진 대통령이 주는 반면교사처럼 시민들이 어제보다 유튜브 시청 시간을 줄이고 양질의 책과 신문을 봐야 하는 문제일 수 있다.

허언과 거짓을 판별하는 시민 역량이 흔들릴 때 정치는 탈선을 시도하고 탄핵의 씨앗이 뿌려진다.

[이재철 글로벌경제부 차장]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