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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필동정담] 불 꺼져도 타들어가는 삶

이유진 기자
입력 : 
2025-03-31 17:37:39
수정 : 
2025-03-31 17: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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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오후 1시를 기해, 11개 지역의 산불 진화가 마무리되었으며, 이번 산불로 서울 면적의 81%에 해당하는 지역이 소실되며 사망자 30명이 발생했다.

산불로 인해 3만4700여 명이 대피했으며, 현재 4700여 명은 여전히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고, 경북에서는 3369채의 주택 중 98%가 완전히 전소되어 복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피해를 계기로, 향후 대형 산불에 대한 대응과 피해 지원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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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오후 1시, 산청을 끝으로 열흘간 국토를 할퀴던 11개 지역 산불 진화가 공식적으로 완료됐다. 이번 산불로 서울 면적의 81%가 탔다. 쉽게 헤아리지 못할 만큼 넓다.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 면적의 2배가 잿더미가 됐다. 사망자는 30명이나 된다.

유례없는 피해 속에서 눈에 띄는 숫자 중 하나는 이재민 수다. 이번 산불로 3만4700여 명이 대피했다가 약 3만명이 귀가했다. 4700여 명은 여전히 대피소에서 생활한다. 이들 대부분은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경북 5개 시군에서 불탄 주택 3369채 가운데 98%가 전소됐다. 벽이나 지붕 등 집의 뼈대가 완전히 타버려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재민 생활은 기약 없이 이어진다. 2019년 강원 고성 산불 이재민들은 단열과 난방에 취약한 임시주거용 조립주택에 2년 가까이 머물기도 했다. 당시 강릉과 동해 시내에서 이재민에게 배정된 임대주택은 178호뿐이었다. 나머지는 불탄 집 근처 7평(24㎡)짜리 조립주택 227채에서 거주하거나, 최대 6000만원을 17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대출받아 다시 집을 지었다.

제3자에게 산불은 일시적인 사건이지만 이재민에게는 평온한 일상을 7평에 욱여넣는 일이자, 인생의 17년을 담보 잡히는 일이다.

사선에서 물러나지 않은 소방관과 시민의 노력으로 불은 꺼졌다. 산불이 꺼진 후부터 피해액을 집계하고, 피해를 복구하는 작업이 시작된다. 집과 일터를 잃은 사람들은 이제부터 신산한 삶을 마주해야 한다. 경북에서는 마늘밭 등 논밭 1555㏊, 돼지 2만5000마리, 닭 5만마리가 불탔다. 대게 철에 띄울 배도 전소됐다.

실화로 시작된 불이라도 불낸 사람에게 1억원 이상의 손해배상을 물린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피해 주민들이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받기는 어렵다.

앞으로 더 자주 반복될 대형 산불에 대비해 이번 경북 산불이 피해 지원제도를 재정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불이 꺼졌다고 관심까지 사그라들면 안 된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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