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산불 강력해져
임도건설과 수종교체 등
정부·지자체 역할 강화해야
산불정책 골든타임 놓치면
고령화로 손쓸 여력도 없어
임도건설과 수종교체 등
정부·지자체 역할 강화해야
산불정책 골든타임 놓치면
고령화로 손쓸 여력도 없어

이번에도 서풍이 문제였다. 우리나라는 이맘때면 '남고북저' 기압 구조로 인해 고온 건조한 서풍이 자주 분다. 이에 따라 강원도와 영남지역에서는 산불이 나기 쉽고 한번 일어나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번진다. 3·4월 산불은 앞으로도 끈질기게 우리나라를 괴롭힐 전망이다. 지구온난화와 가뭄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지난달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100년께 우리나라 산불 위험은 20세기 후반과 비교해 2.5배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산불에 대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문제로 규정하고 국유림뿐만 아니라 사유림에 대해서도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 임도 건설이 대표적이다. 임도는 소방차와 진화대가 진입하는 길이자 대피로인데 우리나라 임도 밀도는 선진국과 비교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토지 수용에 따른 비용 문제와 함께 '생태계 파괴'라며 반대하는 환경단체 등쌀에 건설이 쉽지 않다.
2022년 사상 최악의 산불 피해로 기록된 울진 산불을 겪은 뒤에도 환경단체들은 이듬해 임도 확장 예산 삭감을 요구하기도 했다. 길을 내는 것과 산불로 태워버리는 것 중에 어느 쪽이 산림을 더 훼손하는지는 자명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나서야 한다. 임도 관리 기준을 만들고 산주들에게서 토지를 수용해 임도를 건설·관리하는 적극행정에 나서야 한다. 미국과 캐나다는 산림지역별로 임도 건설 기준을 마련해놓고 있으며 산불 위험 지역에 대해서는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한다.
수종 교체에도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산불 피해를 줄이려면 확산 속도를 늦춰야 하는데 소나무 일색인 수종 구조는 불쏘시개나 다름없다. 이번에 피해가 집중된 영남지역도 소나무가 밀집돼 있다. 소나무 가지는 불에 타면 수㎞를 날아가 불씨를 옮긴다. 수분 함유량과 수액이 많은 나무를 중심으로 혼합림을 조성하면 산불이 나도 확산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전국 산림을 개조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위험지역이라도 수종을 다양화해야 한다. 수종 교체는 오래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돼왔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사실상 방치해왔다. 사유림 산주들이 자기 돈을 들여 수종을 교체하려 들지 않고 예산을 지원하기에는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봄철 서풍이 불 때마다 기우제를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산림 면적당 일정 비율을 방화림으로 조성하도록 의무화하거나 수종 교체 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방화력이 강하면서도 비용이 적게 드는 외래 수종을 도입하는 사업도 검토할 만하다.
저수지는 많을수록 좋다. 산불 길목이 될 만한 등성이에 소규모 저수지를 지어놓으면 그 자체로 방화벽이 되고, 산불 대응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올해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산불이 발생해 최악의 피해를 낸 것도 가뭄으로 수자원이 고갈돼 소방 용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산림 인접 지역은 고령화와 지방소멸이 급속도로 진행 중이다. 이번에 산불을 끄다 희생된 진화대원 3명도 모두 60대다. 몇 년 지나면 산불을 감시하고 초기 대응에 나설 사람조차 구할 수 없을 것이다. 백두대간이 다 타버리기 전에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박만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