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국에 타격입히겠다는
트럼프 관세정책 위협 커져
협상·조정으로 국익 극대화를
![트럼프발 관세 폭탄을 형상화한 이미지 [사진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3/20/news-p.v1.20250305.5d1f022a23b5480ba4da9d23c0129474_P1.png)
지난 11일 백악관은 테슬라 전시장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테슬라 차량 5대를 세워놓고 그중 한 대를 구매한다고 밝혔다. 빨간 세단에 올라타 차가 아름답다고 칭찬하며, 정부효율부(DOGE)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애국자라고 치켜세웠다. 불매운동에 직면한 테슬라에 힘을 실어주려 세일즈맨을 자처한 것이다. 하지만 효과는 의문이다. 테슬라가 트럼프와 DOGE의 정치적 상징이 되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에 역효과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취임 이후 테슬라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의도와 반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의 또 다른 정책은 관세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며 관세전쟁을 선포했다. 자신을 ‘관세맨(tariff man)’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해 수입품 가격이 높아지면 소비자들이 미국 제품을 사게 되고, 그 결과 미국 내 제조업이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관세 수입으로 재정 적자를 메우는 부수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뜻대로 흘러갈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수입품 가격이 비싸져도 국내 생산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수입 목재 가격이 올랐다고, 순식간에 나무를 심어 목재 공급을 늘릴 수는 없다. 심지어 재배에 필요한 비료의 원재료도 수입해야 한다. 철강과 같은 원재료에 관세를 부과하면 자동차부터 장난감, 숟가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비재의 가격이 올라가는 부정적 효과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공급망 붕괴와 불확실성이다. 미국 내 공장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더라도 안에 들어가는 부품은 미국·멕시코·캐나다 등 국경을 넘나든다. 공급망의 효율성은 예측 가능성과 적시 배송에 있는데 관세는 이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은 투자를 줄인다.
최근까지도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실제로 부과하기 보다는 협상용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첫번째 임기 동안 주식시장과 물가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던 그가 주가와 물가에 악영향을 주는 정책을 실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했고, 상호관세 시점도 4월 2일로 못 박았다. 일시적인 주가 하락은 감내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관세 전쟁 현실화는 기업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테슬라 마저 관세 전쟁이 불러올 생산 차질을 우려하는 서한을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보냈을 정도다. 소비심리 위축과 트럼프발 경기 침체 우려는 주가하락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취임 후 나스닥지수는 1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6.3% 하락했다. 미국 NBC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4%로 취임 후 가장 높았다. 관세를 활용한 근린궁핍화정책(beggar-thy-neighbour policy)이 부메랑이 되어 미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셈이다.
미국 경제 미칠 악영향을 감수하더라도 상대국에 더 큰 타격을 줘서 무릎 꿇리겠다는 전략은 동맹국마저 흔들고 있다. 8위 대미 무역 흑자국인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관계자들은 기회 있을 때 마다 무역적자와 보조금 등을 언급하며 한국을 꼭 집어 거명하곤 했다.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무임승차 문제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미국이 버스를 운전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꼬집었다. 세계의 안녕 없이 미국만 홀로 번영을 누리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현재 운전대를 잡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고, 관세맨의 난폭운전에 대비해 안전띠를 조여 맬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대와의 끊임없는 협상과 조정이 우리 몫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