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현지시간)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뒷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이날 오전 교황이 로마 제멜리 병원에 있는 성전에서 미사를 집전한 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사진이다. 한 달 전 폐렴으로 입원했던 교황은 긴 흰색 의복을 입고 보라색 띠를 어깨에 걸친 채 아래를 응시하고 있었다. 교황청은 "교황이 안정적으로 회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유명인들의 건강 상태는 종종 극비에 부쳐진다. 괜한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한참 뒤에나 '사실 아팠지만 회복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최고권력자의 건강 악화는 체제 붕괴로까지 이어지기도 하는 만큼, 주변에서 정보를 통제하기도 한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기를 잡은 것은 바이든 전 대통령이 TV토론에서 횡설수설하며 쇠약한 모습을 보였을 때부터였다. 그때 TV토론에 나가지 말았어야 했다는 이야기가 두고두고 회자됐다. 노화나 병환은 자주 약점이 된다.
교황청이 이번 교황의 병세를 알리는 방식은 이전 교황 시절과는 다르다. 교황청에서는 간밤 교황이 병석에서 어땠는지, 의료진이 어떤 치료를 했는지 매일 오전 공지한다. 올해 89세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건강에 대해 아무것도 숨기고 싶지 않다"는 뜻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교황은 2주 전 숨이 가쁜 듯한 목소리로도 "기도에 감사한다"는 음성메시지를 냈다.
신자들은 병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교황에 화답했다. 교황이 입원한 병원 앞 요한바오로2세 조각상 앞에는 편지와 꽃다발이 잔뜩 놓였다. 병원 입구에서는 가톨릭 단체 어린이 수십 명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외치기도 했다.
누구나 늙는다. 언젠가 죽는다. 교황은 이 당연한 이치를 거스르지 않았다. 그는 연약한 모습까지 기꺼이 드러내 병을 삶의 일부로 끌어안았다. 교황은 사진 공개날 "나처럼 현재 약한 상태에 있는, 수많은 아픈 형제자매들과 함께한다"는 메시지를 함께 보냈다. 병상의 많은 이가 위로받았을 것이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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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필동정담] 교황의 뒷모습
- 입력 :
- 2025-03-18 17:19:52
- 수정 :
- 2025-03-18 17:23:35
뉴스 요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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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은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 제멜리 병원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는 사진을 공개하며 교황의 건강 상태를 전했다.
교황은 "건강에 대해 아무것도 숨기고 싶지 않다"는 의도를 밝히며 매일 교황의 병세를 투명하게 알리고 있으며, 신자들은 이를 지지하고 있다.
교황은 병상을 지내며 "나처럼 현재 약한 상태에 있는, 수많은 아픈 형제자매들과 함께한다"는 메시지를 전해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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