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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특파원칼럼] 美관가 해고 칼바람에 조용히 웃는 中

최승진 기자
입력 : 
2025-03-17 17: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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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에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의 예산 삭감과 공무원 감축에 반대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전 부처에서 감원이 예상되며, 특히 DEI 정책 관련 업무와 연구자들이 주요 타겟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경험과 능력을 갖춘 연방 공무원들이 퇴직 후 중국 및 다른 기업들로부터 높은 연봉 제안을 받고 스카우트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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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공무원 감축 정책에
NASA 등서 고급인력 짐싸
中기업 벌써 스카우트 분주
韓도 美 상황 지켜보기보다
기회로 삼는 지혜 발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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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 시내는 요즘 가는 곳마다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만큼의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것은 아니지만, 백악관이나 연방의회 앞에서 동시다발적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일론 머스크가 수장으로 있는 정부효율부(DOGE)의 연방정부 예산 삭감과 공무원 감축에 항의하며 "아무도 일론 머스크에 투표하지 않았다(No one voted for Elon Musk)"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DOGE는 연방 공무원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제개발처(USAID)와 소비자금융보호청(CFPB)을 시작으로 교육부·에너지부·노동부·국방부·사회보장국(SSA)·환경보호청(EPA)·해양대기청(NOAA) 등 감원 소식이 거의 전 부처에서 이뤄지고 있다.

머스크의 '일방통행식' 삭감·감축 움직임에 대한 반발 역시 상당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의 '속도전'을 공개적으로 두둔하고 있다. 지난 11일 백악관 앞에서 진행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테슬라 차량 시승식은 그의 머스크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무원 감축 규모를 두고 충돌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머스크를 마러라고로 불러 식사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머스크와 DOGE가 앞으로도 거침없이 진격할 것을 시사하는 장면들이다. 이에 미국 관가에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말도 나온다.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그다음이다. 이미 해고됐거나 해고가 예상되는, 수만 명의 연방 공무원들은 어디에서 다음 직장을 구할까.

DOGE의 타깃은 주로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과 연관된 업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구자들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많은 비용이 수반되지만, 결실을 맺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연구들이 있다. 이런 연구는 민간보다는 정부기관이 맡는 경우가 상당수다.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이 같은 분야 연구자들도 정부 효율(Government Efficiency)을 이름에 담은 DOGE의 칼날 앞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조직이 국립보건원(NIH)이나 우주항공국(NASA) 같은 곳들이다. 이 분야는 미국이 세계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지만, 이미 구성원 상당수를 대상으로 해고 작업이 시작된 상태다. 경험 많고 실력 있는 최고 수준의 인력이 대거 취업시장에 쏟아져 나온다는 얘기다.

벌써부터 스카우트 경쟁은 시작됐다. 놀랍게도 중국이 중국계 퇴직자들을 중심으로 퇴직자 '입도선매'를 하고 나섰다는 전언이다. 이들 연구기관 주변에서는 아직 퇴직이 결정되지도 않은 연구자들에게도 복수의 중국계 기업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무원으로서는 만지기 어려운 막대한 규모의 연봉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이다.

중국의 기술굴기는 전 세계를 강타한 '딥시크 쇼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여러 산업 분야에서 중국과 경쟁 중에 있는 한국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미 대부분의 경쟁 부문에서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절망감도 흘러나온다. 어쩌면 중국은 트럼프 2기 정부의 이 같은 방향 전환을 기회 삼아 굴기를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을지도 모른다.

아쉽게도 미국 연방정부의 퇴직자들을 접촉했다는 한국 기업이나 연구기관의 사례는 아직까지 들리지 않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 기업·연구기관과 일하는 것을 선호할 수도 있다. 지금 우리에게도 상황을 역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승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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