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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필동정담] 도로 3058명

노원명 기자
입력 : 
2025-02-26 17:45:06
수정 : 
2025-02-26 17: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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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은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과 의료사태로 인해 위기에 처해 있으며,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파업과 집단 휴학에 나선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의대 정원 증원 개혁이 실패하면서 여론이 싸늘해지고 총선 참패에 영향을 미쳤고, 이주호 교육부총리가 기존 정원 유지 방안을 제안한 것은 허탈함을 가중시키고 있다.

결국, 의료계와의 갈등은 정권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향후 어떤 정부도 의사와의 싸움을 피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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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을 위기로 이끈 견인차는 뭐니 뭐니 해도 김건희 여사의 끊이지 않는 구설과 국정 개입 의혹이겠지만 1년 넘게 끌고 있는 의료사태도 한몫했다. 2006년 이후 3058명에 묶인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는 개혁안이 지난해 2월 발표되자 전공의는 파업, 의대생은 집단 휴학에 들어갔다. 그 상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의사들은 '반정부'로 똘똘 뭉쳤고 초기에는 개혁에 호응하던 여론도 사태가 길어질 조짐을 보이자 싸늘하게 돌아섰다. 이것이 여당 총선 참패에 일조했다는 분석이 있다. 12·3 계엄포고령에는 '미복귀 전공의 처단' 문구가 들어갔는데 혹자는 계엄에 이른 대통령의 심리적 동인 중 하나로 의료사태를 거론하기도 한다. 그만큼 전공의 수렁에서 벗어날 방법이 안 보였다는 주장이다.

탄핵정국으로 개혁 동력이 사라지면서 정부가 '이길 수 없는 전쟁'에서 어떻게 빠져나올지가 관심사다. 흡사 베트남 철수를 앞둔 미군 같은 처지다. 이 와중에 이주호 교육부총리가 2026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돌리는 방안을 의료계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 개혁 찬반을 떠나 허탈한 얘기다. 고작 2025년 한 해 의대생 1500명 더 뽑자고 그 난리를 친 꼴이 됐다. 의료 공백 여파로 수천 명 초과 사망자가 나오고, 대통령 권위는 내려앉고, 총선에 지고, 마침내 정권이 무너질 지경에 이르렀으니 싸움 상대를 잘못 고른 대가가 참 혹독하다.

3058은 신성불가침 숫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도전하다 정권이 만신창이가 됐는데 누가 다시 덤빌 것인가. 사태 초기 한 의사가 '정부는 의사를 이기지 못한다'고 호언장담해 물의를 빚었다. 지나고 보니 수학법칙 같은 진리였다. 앞으로 어느 정권도 의사와 싸우지 않을 것이다. 교육부 장관과 복지부 장관은 무능한 접근으로 중요한 개혁을 망치고 결과적으로 의사 기득권을 영구 확립하는 데 이바지했다. 사태 수습은 책임 있는 이들이 책임지는 데서 시작돼야 하지 않을까. 천연덕스럽게 '도로 3058명'을 말할 게 아니라.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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