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중국계 미국인들
美기업서 연구하며 AI 발전 주도
그 덕에 美기술 접근 쉬워지고
딥시크 개발하며 턱밑까지 추격
한국도 中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美기업서 연구하며 AI 발전 주도
그 덕에 美기술 접근 쉬워지고
딥시크 개발하며 턱밑까지 추격
한국도 中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기자가 살고 있는 실리콘밸리 한 지역의 초등학교가 최근 떠들썩하다. 이곳의 중국계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가 다니는 학교를 '중국어 몰입 교육 학교'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중국어 몰입 교육 학교가 되면 이 학교는 영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사용하게 된다. 수업의 절반은 중국어로 진행되며, 중국계가 아닌 학생들도 중국어를 배우게 된다.
실리콘밸리에는 중국계가 정말 많다. 이곳에 오래 거주해온 중국계 미국인도 많고, 중국에서 막 건너온 이민 1세대도 많다. 본토 외에 홍콩, 대만, 캐나다 등 출신도 다양하다. 인구조사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지역 인구의 약 8%가 중국계 미국인(미 전체 평균 1.5%)이며, 샌프란시스코는 20%까지 올라간다. 이는 미국 국적자 기준으로, 영주권자와 단순 체류자까지 감안하면 그 비중은 훨씬 올라갈 것이다.
북부 캘리포니아에는 과거부터 중국계가 많았다. 역사적인 이유와 함께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에 취직한 중국계가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명문대인 스탠퍼드대와 UC버클리에서도 중국인 학생들이 많이 공부하고 있다. 많은 중국계가 중국어를 쓸 줄 알고, 중국인으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산다. 이는 중국뿐 아니라 인도 등 고국이 있는 나라 출신 이민자들에게는 보편적인 일이다.
문제는 지금 중국과 미국이 세계 패권 국가의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리콘밸리의 중국계는 미국에 중요한 인재이면서 동시에 불안 요소다.
인공지능(AI)은 미·중 기술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다. 그런데 AI 발전의 선구자 역할을 많은 중국계가 해냈다. '딥러닝의 대모'라 불리는 페이페이 리 스탠퍼드대 교수는 자유를 찾아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온 이민 1.5세대다. AI 석학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앤드루 응 교수는 영국 출신으로 중국 빅테크 기업 바이두에서 일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AI 경쟁이 결국 '중국인'들끼리의 경쟁이라는 인터넷 '밈'이 존재하는 것은, AI 연구자들 중 중국 유학생과 중국계 미국인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AI 기업들의 노하우와 기술이 중국으로 전해지는 것은 너무나 쉽고 자연스럽다. 중국계들은 공통의 언어와 문화라는 연결고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어를 사용하고, 중화라는 정체성만 공유하고 있다면 중국계 미국인이 중국 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미국의 AI 심장부에 중국은 오래전부터 들어와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는 성립하지 않는다. 중국과 미국의 비대칭적인 개방성 때문이다. 영어로 쓰인 AI 논문과 깃허브의 AI 코드에는 중국인이 접근 가능하지만, 중국판 깃허브인 기티(Gitee)에는 미국의 접근이 어렵다. 중국의 내수시장에서 해외 기업들은 생존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중국은 자국에서 확보한 경쟁력으로 전 세계 다른 국가들의 내수시장을 정복하고 있다. '딥시크'도 이런 비대칭적 개방성을 바탕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것이다. 지금의 구조라면 중국이 미국의 AI를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한국은 중국을 너무 모른다. 최근 한국에서 반중정서가 퍼지고 '화교'에 대한 가짜뉴스가 팽배한 것도 중국을 모르기 때문에 생긴 일인 것 같다. '진정한 반일(反日)은 극일(克日)'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제는 중국을 극복할 방법을 연구할 때다.
[이덕주 실리콘밸리 특파원 mrdjlee@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