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성비 AI 모델로 세계를 충격으로 빠뜨리고 있는 딥시크가 등장하기 전부터 중국을 자주 왕래하는 기업가 지인은 중국 경제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되는 자율주행차, 좁은 골목 가게의 QR 결제, 지하철 화장실에서까지 통용되는 안면인식 기능을 자주 접하다 보면 중국의 디지털 발전을 실감한다고 한다.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은 데이터로 운용된다. 자율주행 차량이 대표적이다. 운행하면서 도로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학습해야 성능이 개선된다. 실증 운행 기회가 많을수록 정교한 운행이 가능해진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은 면적의 3분의 1이 넘는 지역을 자율주행 시범 구역으로 지정해 2000대가 넘는 자율주행 택시가 운행 중이다. 중국의 바이두 기업 한 곳의 자율주행 누적 운행 거리가 1억㎞에 달해 우리의 몇십만과는 비교가 무색할 지경이다.
연방제 국가인 미국은 주(州)마다 규제가 천차만별이라 파격적으로 낮은 세율과 탈규제로 텍사스의 경우 기업 투자의 천국으로 인식되어 테슬라를 위시한 여러 혁신 기업이 밀려든다. 반면 높은 세율과 각종 규제로 악명 높은 캘리포니아는 휴렛팩커드(HP)와 오라클 같은 캘리포니아를 상징하는 기업조차도 떠나는 실정이다.
우리는 어떤가? 전국 어딜 가도 동일한 규제다. 지역에 데이터센터 한 곳 만들려 해도 오히려 강화된 전력 계통 영향평가 규제로 힘들어한다. 데이터 획득에 필요한 개인정보 역시 광범위하게 보호된다. 전국 도로 어딜 다녀도 사람 얼굴 하나하나가 개인정보로 인정되어 자율주행 차량이 다닌다 해도 데이터 수집에 어려움이 있다. 최적의 상황을 스스로 선택해 주행하는 자율주행 차량으로서는 수시로 암초를 만나는 꼴이다.
데이터 활용이 필수적인 디지털 헬스케어와 스마트시티 등 분야도 이중삼중 규제 틀로 신음한다. AI 기술로 얼굴과 음성을 조작하는 딥페이크 콘텐츠를 막기 위해 AI 기술 전반을 규제하자고 한다. 이런 규제는 필연적으로 AI 헬스케어 산업에 막대한 걸림돌이 될 것이다.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일괄적 규제가 미래 산업 도약에 거대한 암초로 작용한다.
환경과 안전, 상생과 권리, ‘떼법’까지 온갖 구실이 규제에 일조한다. 큰 사고가 터지거나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 일단 획일적으로 막고 본다. 뭔가 성과를 보이려는 정치인과 되도록 면피하려는 공무원의 합작이다.
지역마다 차별적인 규제 철폐 경쟁을 벌여 기업을 서로 유치하려는 한반도의 텍사스가 여기저기서 나와야 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규제로 막힌 자율주행을 우리 지역이 광범위하게 허용한다면 중국이나 미국 못지않은 운행 데이터가 축적될 것이다. 우리 지역만큼은 원격으로 진료도 받고, 무인으로 배달받으면 혁신의 선도 지역이 된다.
디지털 혁신 여건이 조성되면 기업은 저절로 유입되고 창출된 첨단 일자리에 젊은이들이 몰리니 지역 소멸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 지역민에게 공짜 수당을 주는 것으로는 지역이 살아날 리 없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헌에 지역으로의 파격적인 권한 위임이 포함되어야 한다. 대통령 임기를 줄여봤자 거대한 중앙 권력이 바뀌지 않는다. 제왕적 대통령을 막는다고 황제 국회를 모실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처럼 변변한 자율과 책임도 없는 이름뿐인 지방 자치로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중앙 정치꾼만 살 판이다. 산업도 살고 지역도 살려면 기업과 인재 유치에 사활을 건 탈규제 경쟁이 본격화되도록 지역 분권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장지호 사이버한국외국어대 총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7호 (2025.02.19~2025.02.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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