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딥시크 충격 휩싸인 한국
"AI 개발·투자 진심 다할 것"
"진심이라면 특별법 처리를"
정치권선 '진심 타령' 이어져
주 52시간 해결이 첫 시험대
"AI 개발·투자 진심 다할 것"
"진심이라면 특별법 처리를"
정치권선 '진심 타령' 이어져
주 52시간 해결이 첫 시험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일 "과학기술 투자와 미래 먹거리를 무엇보다 중시한 민주당의 전통을 이어 인공지능 개발과 투자에 진심을 다하겠다"고 말해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가 AI에 진심이라면 반도체지원특별법부터 협조하라"고 응수했다.
또 다른 유력 대선후보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동안 이재명의 민주당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기업의 경쟁력을 깎아내리는 데 진심을 다했다"며 "국민에게 진정성을 인정받고 싶은 생각이 한 톨이라도 있다면 행동으로 보이기 바란다"고 나섰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진심'이라는 단어와 마주하면 생각이 길어질 때가 있다. 진심은 거짓이 없는 참된 마음이라는 뜻이지만, 세상살이 경험상 진심만큼 헤아리기 어려운 것도 없고, 공수표처럼 헛된 약속이 적지 않다는 것도 익히 봐왔기 때문이다.
소설가 안보윤의 단편 소설 '어떤 진심'은 평범했던 소녀 주인공 유란이 자신의 엄마로 인해 사이비 종교의 광신도가 돼가는 과정을 그린다. 어린 신도인 '씨앗'을 늘리는 임무를 맡은 유란은 늘 좋은 평가를 받는다. 어느 순간 씨앗들의 맹목이 부담스러워진 유란은 진심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유란은 "어떤 진심은 진심이라서 한심했다. 어떤 진심은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 속 복숭아처럼 쇠 냄새를 풍기며 삭았다. 어떤 진심은 추해졌고 어떤 진심은 다만 견뎌내는 삶으로 전락했다.(중략) 이젠 누구도 진심이 아닌 곳에 왜 열매들만이, 오직 열매들만이 진심인 채로 남아 있을까"라고 읊는다.
진심의 쓰디쓴 면은 소설에서도 적나라하게 묘사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로 눈을 돌리면 다시 또 진심을 믿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기도 하다.
딥시크 충격 이후 반도체 부문에서 주 52시간 근무 예외를 허용하자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 논의도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전향적 입장을 밝힌 바 있는 이재명 대표는 이달 중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딥시크 창업자 랑원펑을 배출한 중국에선 청년들 사이에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퍼지고 있는데 솔직히 부러운 마음이다.
최근 나라 안팎이 혹독한 시절을 맞다보니 국내 취업준비생이 마주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 한 취업 플랫폼 업체가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취준생의 절반이 넘는 55.2%가 목표 기업 형태와 관련해 '취업만 되면 어디든 관계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중국은 정부가 나서서 이공계 인재 육성에 안달이 났는데, 우리는 꽁꽁 묶인 규제로 인재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는커녕 어디든 취업만 되면 관계없다는 절박함만 넘치는 건 아닌지 처량하기까지 하다.
'가슴에 국밥 쏟음'이라는 밈(meme)은 요즘 젊은 세대에서 유행하는 말로, 가슴에 뜨거운 감동이 밀려온다는 의미라고 한다. 청년들에게 '가슴에 국밥 쏟음' 같은 감동을 안겨줄 이는 누굴까. 추해진 진심도 아닌, 견뎌내는 삶으로 전락하지 않을 그런 진심으로 말이다. 한국에서도 전 세계를 강타할 AI가 등장할 발판을 마련할 변화가 나오길 진심으로 기다려본다.
[이윤재 오피니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