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취임 직전에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부부 동반으로 찍은 사진을 보니, 모두가 환하게 웃는 얼굴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국가의 적' 또는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모욕을 주고받지만, 얼굴을 맞대면 환하게 웃는다. 트럼프가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고, 백악관을 방문해 바이든과 벽난로 앞에서 찍은 사진도 그랬다. 두 사람의 표정이 밝았다.

속으로는 원수처럼 생각하면서 사진을 찍을 때는 달리 행동한다 싶었으나, 최근 CNN 보도를 보니 벽난로 앞에서 웃을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날 바이든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 협상 타결을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트럼프는 이를 수용했다. 협력을 약속했으니, 환한 얼굴도 이상하지 않다.

어떤 이들은 트럼프가 취임 이전에 하마스 문제를 해결하는 게 이득이라고 계산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달리 계산할 수도 있었다. 바이든이 우려한 게 바로 그 점이었다. 바이든의 휴전 압박을 계속 거부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와 친분이 깊은 인물. 그가 바이든이 물러난 이후에 휴전안을 받아들여, 트럼프에게 선물을 안길 수도 있는 일이었다. 실제로 바이든은 그 점을 우려했다. 전례도 있었다. 주(駐)이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이 그랬다.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은 인질 석방 협상을 타결했으나, 이란은 후임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에야 인질을 비행기에 태워 미국에 보냈다.

하지만 다행히 트럼프는 바이든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양측의 외교안보팀은 정권 이양기에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팀워크를 발휘했다. 휴전안의 큰 그림은 바이든 팀이 그렸다. 트럼프가 중동 특사로 내정한 스티브 위트코프는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그 휴전안을 받아들이도록 압박했다. 그 덕분에 휴전 협상이 타결됐다.

이처럼 미국 지도자들은 정치적 신념이 다르다고 해서 마냥 협력을 거부하지는 않는다.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다. 현 정부 들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에는 그 어떤 협력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김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