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초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허탕'을 친 한 주부는 "주말에야 시간이 되는데 장 보러 가려 하면 마트가 문을 닫으니 답이 없다"면서 "아직도 이런 규제가 있다는 게 놀랍다"고 했다.
이제 사람들은 주말에 마트를 가지 않는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 규제가 시작된 이래 주말 장보기는 우리 일상에서 멀어졌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은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따라 시작됐다. 자치단체장은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둘째·넷째주 일요일을 의무 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당시에는 대형마트가 지역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상인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명분이었다.
13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대형마트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팬데믹을 거치며 온라인 쇼핑은 급성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유통업체 전체 매출 비중에서 대형마트 매출은 백화점보다도 적고 심지어 편의점보다 낮다.
"주말에는 평일보다 매출이 2배 이상 찍히는데 일요일에 문을 닫아버리니 주말에 오려던 손님들이 끊기게 됐죠." 유통업계는 "주말 장사만 됐어도 상황이 이 정도로 심각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들은 대형마트가 영업하기를 원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2024년)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6.4%가 공휴일에 의무 휴업을 규정한 대형마트 규제를 폐지·완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오히려 요즘에는 대형마트를 살려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대형마트가 사라지면 지역경제도 큰 타격을 입는다. 유동인구가 줄면서 지역 상권이 침체되고 소비자들은 다른 곳으로 떠난다.
지난해 점포를 폐점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문을 닫겠다고 하니 시민단체랑 지자체에서 문 닫지 말아달라고 해서 난감했다"면서 "처음엔 골목상권 망친다고 뛰지 못하게 해놓고 이제 와 영업을 해달라고 하니 황당했다"고 말했다.
전국 최초로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월요일로 바꾼 대구시가 대형마트 인근 슈퍼마켓, 음식점 등 주요 소매업 매출을 분석한 결과 오히려 주변 상권 매출이 살아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의무 규제가 도입될 때는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는 명분이 컸다. 그런데 각종 조사를 통해 대형마트 의무 휴업의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한경협 설문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에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소비자는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 규제에 따른 전통시장 보호 효과는 크지 않다는 얘기다.
소비자 불편이 커지다 보니 일부 지자체는 대형마트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고 있다. 현재 서울 동대문구와 서초구 등 전국 60여 개 기초지자체가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바꿨다. 유통업체 규제는 소비자 편익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선희 컨슈머마켓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