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탑 이주단지 전면 백지화 촉구’ ‘졸속 추진 결사반대’….
경기도 성남 야탑동 곳곳에 붙어 있는 플래카드 문구다.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해온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이 첫 삽도 뜨기 전에 삐걱댄다. 한꺼번에 수많은 단지 재건축을 추진하려면 이주주택 조성이 필요한데 지자체, 주민 반발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국토부는 분당신도시 이주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야탑동 중앙도서관 인근 보건소 3만㎡ 부지에 2029년까지 공공분양주택 15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곧장 지자체와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는 공급계획은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이미 협의된 사항이라고 반박했지만 성남시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야탑동 주민들도 고밀도 개발에 따른 교통 체증 등을 우려해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커지자 국토부는 계획을 원점으로 되돌리고 대체 부지를 발굴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예견된 혼선’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애초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에 앞서 주민 의견을 미리 수렴해 진행 과정 하나하나를 챙겨야 했지만, 이를 차일피일 미뤄 갈등을 키운 탓이다. 분당의 한 주민은 “주민 공청회를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고 이주주택 부지를 갑자기 발표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1기 신도시 이주주택 조성에 차질이 생기면 이주 대란으로 주변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2027년 착공해 2030년 입주한다는 1기 신도시 재건축 목표도 전면 수정해야 할지 모른다. 가뜩이나 탄핵 정국으로 신도시 재건축 진행이 불투명한데 개발 사업 총대를 메야 할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제주항공 참사 여파라지만 할 일이 산더미인 상황에서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더 늦기 전에 국토부가 총대를 메고 보다 꼼꼼한 신도시 재건축 로드맵부터 마련해야 할 때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4호 (2025.01.22~2025.02.04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