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 필리핀 루손섬까지 표류해 장기 체류했던 홍어 상인 문순득은 훗날 정약전이 대필한 표류기 '표해시말'에서 "다른 나라는 우리나라와 달라 중국, 안남(베트남), 여송(루손)의 사람들이 서로 같이 살며, 짝을 지어 장사하는 것이 한 나라나 다름이 없다"고 전했다.
요즘은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 사람이 터 잡지 않은 곳이 드물다.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그러나 구한말 이후에 생겨난 현상으로 그전에는 밖으로 나가는 한국인도, 안으로 들어오는 외국인도 드물었다. 이민 역사가 오래된 화교조차 한국에선 출발이 늦어 1882년 임오군란 때 청나라 군대를 따라온 산둥 상인들이 그 기원이다. 기자(箕子)나 허황후처럼 외국인 귀화 사례는 유사 이래 있었지만 집단이주 개념의 이민은 전례가 드물다.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한반도는 인류 이동선상의 끝점에 가깝다. 또 산은 거칠고 땅은 좁으니 먹고사는 데 이점이 있지도 않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으로 온 이민자는 2022년 5만7800명에서 지난해 8만7100명으로 50.9%(2만9300명) 급증해 OECD 회원국 중 증가율 2위를 기록했다. 한류 열풍에 따른 유학, 연수생 증가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정부는 설명한다. 지난해 해외로 이주한 한국인 3699명에 비하면 23배 이상 많은 사람이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은 발전한 나라 중에서도 치안·의료·교통이 좋은 편이다. 선호되는 이민국인 미국, 캐나다에서는 못 누리는 장점이다. 포르투갈이 유럽 국가 중 비교적 저렴한 물가, 양호한 치안, 온화한 기후 등을 앞세워 이민 후보지로 주목받고 있는데 기후를 빼고 한국이 그보다 못할 게 별로 없다. 인류가 한반도에 살기 시작한 이래 지금이 가장 각광받는 시점이 아닌가 한다. 한편으로는 높은 세금을 피해 이민을 떠나는 부자들과 취업 이민을 떠나는 최상위 두뇌 인재들이 늘고 있다. 성공한 제도는 사람을 끌어들이고 실패한 제도는 내쫓는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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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필동정담] OECD 이민증가율 2위
- 입력 :
- 2024-11-20 17:33:01
- 수정 :
- 2024-11-20 17: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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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 홍어 상인 문순득은 필리핀 루손섬에 장기간 체류하며 다른 나라와의 교류를 경험했고,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구한말 이후에 생겨났다.
집단이주 개념의 이민은 한국에서 드문 현상이었지만, 최근 한국으로 오는 이민자 수가 급증했으며,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증가율 2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치안·의료·교통 등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이민지로서 매력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동시에 세금이나 취업 문제로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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