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거법 1심에 799일
대법원까지 불복 흐름 계속
헌재로 향하는 탄핵 빌드업
신속 재판이 국민 위한 길
대법원까지 불복 흐름 계속
헌재로 향하는 탄핵 빌드업
신속 재판이 국민 위한 길

정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는 사법부가 경계를 넘어 정치 영역에 개입할 여지가 적다. 그러나 정치가 지금처럼 엉망일 때는 사법부를 무력화시켜 이득을 얻으려는 공세가 강화된다. 때로는 사법부 스스로 정치 권력의 눈치를 살피며 무력화를 자처한다. 삼권분립의 최적 균형이 무너진 자리에는 독재와 불의가 싹튼다.
정치부장을 맡다 보니 사석에서 여러 질문을 받곤 한다. 윤한 갈등이나 김건희 여사 문제에는 나름대로 답변한다. 그러나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에는 "사법부에 달렸다"는 궁색한 대답에 그치게 된다. 다음 대선 이전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이 끝날 것인지가 그것이다.
11월이면 가장 유력한 야권 대권주자에 대한 공직선거법과 위증교사 1심 선고가 내려진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1심에만 799일이 걸렸다. 선거법 사건 평균보다 8배 길다.
유력 정치인의 재판 지연이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프랑스 대통령을 지낸 니콜라 사르코지는 2007년 대선 출마 때 불법 선거자금 조성 혐의로 2014년 기소됐다. 결국 2021년에야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며 대권 재출마의 꿈도 좌절됐다. 수사와 관련한 기밀을 빼내려고 판사를 매수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이탈리아 총리를 세 번 지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지연 전술로 악명을 떨쳤다. 2005년 시작된 탈세 수사는 2013년에야 끝났다. 변호사를 수시로 바꿔 재판을 질질 끌었고, 판검사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사법 불신을 조장했다. 미국 법원은 도널드 트럼프의 성추문 입막음 사건의 선고를 11월 대선 이후로 미루며 사법의 정치화를 택했다.
이 대표 재판 지연의 문제는 지금부터다. 만약 1심에서 피선거권 제한에 이르는 형량이 떨어지면 야당은 '정치 탄압'이라는 프레임을 짜고 사법부 압박에 물불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이 대표가 무죄나 현저히 낮은 형량을 선고받으면 보수 진영에서 재판 불복과 사법부 비난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양쪽 진영 모두 재판 결과에 승복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지 가늠할 수 없지만 이 대표가 유죄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면 단일대오 민주당에 탄핵은 유력한 선택지다.
2016년 10월 정치인 중 가장 먼저 박근혜 탄핵을 말한 사람이 바로 성남시장 이재명이었다. 민주당이 끝내 대통령 탄핵소추의 칼을 빼들고, 8명의 유다를 모아 국회 문턱을 넘는다면 이번에도 헌법재판소의 시간이 온다. 야당은 헌법재판관에 진보 성향의 인물을 한 명이라도 더 집어넣기 위해 빌드업 중이다. 17일이면 국회 추천 몫인 재판관 3명의 임기가 끝난다. 여야가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합의하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야당은 최소 2명은 자신들의 몫이라고 여긴다.
이 대표 말대로 자신이 무도한 검찰독재의 피해자라면 '별의 순간(Sternstunde)'을 서초동 하늘 위에 멈춰 둘 일이 아니다. 스스로 신속한 재판을 요구하고 떳떳하게 대선으로 향하는 게 옳다. 그래야 불행한 역사의 반복도 끊어낼 수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최근 신임 판사들에게 "권력이나 여론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균형 있는 판단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 말속에 사법부의 독립성을 지키고 한국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길이 담겨 있다.
[신헌철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