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내고 더 받는 개혁' 포장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노인빈곤 해소 도움 안되고
부유층에 혜택 더 돌아가
후세 부담 줄일 개혁 나서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노인빈곤 해소 도움 안되고
부유층에 혜택 더 돌아가
후세 부담 줄일 개혁 나서야

지속가능한 재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국민연금 개혁의 목표는 분명하다. 사실 방법도 간단하다. 들어올 돈은 늘리고(보험료율 인상), 나갈 돈은 유지하거나 줄이면 된다. 그런데 개혁 논의는 나갈 돈을 늘리는(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5%로, 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22대 국회 첫 연금개혁안이다. 윤석열 정부 초대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도 퇴직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한다면 소득대체율 상향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제시했다.
소득대체율 인상 주장의 근거는 소득 보장 강화와 노인빈곤 해소다. 월평균 64만원에 불과한 연금수령액을 올리고, OECD에서 가장 높은 노인빈곤율을 낮추려면 소득대체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처럼 들리지만 현 상황에서는 해법이 될 수 없다.
우선 국민연금이 '용돈연금'이 된 것은 소득대체율이 낮아서라기보다 가입 기간이 짧아서다. 소득대체율은 가입 기간 40년을 기준으로 삼는데, 2022년 현재 전체 연금 수급자의 23.5%가 가입 기간이 5년에 불과하다. 그러니 수령액도 적을 수밖에 없다. 다만 출생 연도별 평균 가입 기간이 1950년 18.9년, 1960년 23.7년, 1970년 25.7년 등으로 늘고 있어 연금수령액 문제는 점차 개선될 것이다.
현재의 노인빈곤 역시 소득대체율 인상으로 해결할 수 없다. 65세 이상 노인 두 명 중 한 명은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은퇴가 임박한 잠재적 빈곤 노인들의 상당수도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수령액이 미미해 소득대체율 상향 효과를 보기 어렵다. 연금수령액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소득과 가입 기간이라는 점에서 소득대체율 인상의 혜택이 빈곤층보다는 부유층에 더 많이 돌아간다는 것도 소득대체율 인상론자들이 말하지 않는 진실이다. 노인빈곤 문제는 국민연금이 아닌 선별적 복지로 풀어야 하는 이유다.
소득대체율 인상의 가장 큰 문제는 후세에 엄청난 부담을 안긴다는 점이다. 소득대체율이 40%인 현 상황에서도 미래 세대에 부채를 떠넘기지 않으려면 19.8%의 보험료(수지균형 보험료)를 내야 한다. 21대 국회 막판에 논의됐던 대로 소득대체율을 44%까지 높이면 보험료율은 21.8%로 높아져야 한다.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더라도 반드시 지급해야 할 '미적립 부채'가 2050년에는 3.5배까지 늘어난다.
이처럼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부정적이면서 빈곤한 노인에게 당장 도움이 되지 않는 소득대체율 인상 주장이 힘을 받는 것은 보험료를 더 내는 것에 대한 저항을 줄일 방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 세대 부담을 늘리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연금의 실상을 있는 대로 공개하고, 그럴듯한 개혁으로 포장할 방법 대신 진정한 개혁안을 도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들에게 소득의 35%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는 세상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이은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