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자영업자 중심으로 납부 포기 확산
정부, 내년부터 저소득층 전원 보험료 지원
30대 자영업자 김모(35)씨는 지난해 가게를 접은 뒤 국민연금 보험료를 몇 달째 내지 못하고 있다. 하루하루 벌어 먹고사는 형편에 월 10만원 남짓한 연금 보험료는 사치였다. “나중 일은 모르겠어요. 당장 월세 내기도 버겁습니다.”
보험료 낼 돈이 없어 노후를 포기한 국민이 335만명에 달한다. 의무가입 연령대(18~59세) 인구 세 명 중 한 명은 연금 제도의 보호망 밖으로 밀려났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소득이 끊겨 보험료 납부를 유예받은 ‘납부예외자’는 276만명, 1년 이상 보험료를 내지 않은 ‘장기 체납자’는 59만명으로 집계됐다. ‘납부예외자’와 ‘장기체납자’ 둘을 합친 ‘협의의 사각지대’는 335만2000여명에 달했다.
납부예외자는 대부분 일시적 실직, 불안정 노동, 저소득 자영업자로 알려졌다. 납부예외자 월평균 소득은 100만원 안팎. 식비·주거비 등 기본생활비를 제하면 연금보험료(최저 9%)를 낼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20~30대 청년층의 납부예외율이 최근 5년 새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점은 더 큰 문제다.
편의점서 일하는 20대 박모씨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데 손에 쥐는 건 120만원 남짓이다. 보험료까지 내면 다음 달 카드값도 못 낸다”고 했다.
비정규직으로 중소기업에 취직한 30대 김모씨는 “다음달 월세랑 관리비 내고 나면 카드값만 간신히 막고 산다”면서 “살아남는 게 우선인 사회에서 노후는 먼 얘기”라고 푸념했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서 젊은 세대가 아예 연금 제도에서 이탈하는 구조적 위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전업주부 등 법적으로 가입 의무가 없는 인구(663만명)까지 합치면 사각지대 인구는 998만명, 전체 의무가입 인구(2969만명)의 33.6%에 달한다.
노후 보장의 기본 틀인 국민연금 제도에서 세 명 중 한 명이 탈락해 있는 셈이다. 이는 국민연금 제도가 더 이상 모든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다.
정부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첫걸음으로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에 나섰다. 내년 1월부터 월 소득 80만원 이하 지역가입자 전원이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기존에는 보험료를 중단했다가 다시 낼 때만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처음 가입하는 저소득층도 지원을 받는다.
불안정한 고용·소득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납부유예→체납→연금 미수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