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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도 지역경제도 완전히 멈췄는데 …"투쟁" 소음만

한창호 기자
정지성 기자
입력 : 
2025-04-01 17:51:29
수정 : 
2025-04-01 19:38:36

뉴스 요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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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인천 철근공장이 창사 이래 첫 전면 셧다운에 들어가며, 400여 명의 노동자들이 강제 휴무 상태에 들어갔다.

국내 철근 수요가 최근 건설경기 침체로 최저 수준으로 급감하고, 업계에서는 올해 수요가 약 6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현대제철은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에 자동차용 강판 생산을 위한 제철소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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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이래 첫 셧다운 현대제철 인천공장 가보니
강성노조·수요감소·비용급증
3중고가 한국서 기업 쫓아내
노동자 400여 명 강제 휴무
"언제 재가동될지 몰라 막막"
주변식당 텅, 지역상권 냉기
덩그러니 … 1일부터 전면 셧다운이 시작된 현대제철 인천 철근공장에 근로자 없이 철강 부자재들이 방치돼 있는 모습. 현대제철은 4월 한 달간 인천 철근공장 생산을 멈춘 뒤 공급과잉이 완화될 때까지 감산 조치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 인천 철근공장의 전체 생산라인이 전면 가동 중지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이충우 기자
덩그러니 … 1일부터 전면 셧다운이 시작된 현대제철 인천 철근공장에 근로자 없이 철강 부자재들이 방치돼 있는 모습. 현대제철은 4월 한 달간 인천 철근공장 생산을 멈춘 뒤 공급과잉이 완화될 때까지 감산 조치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 인천 철근공장의 전체 생산라인이 전면 가동 중지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이충우 기자
1일 오전 현대제철 인천 철근공장. 창사 이래 첫 전면 셧다운에 돌입한 이곳의 넓은 공장 용지에 직원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아 황량했다. 공장 입구는 철저히 통제됐다. 텅 빈 공장엔 '단결' '투쟁'을 독려하는 노조의 노랫소리만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현대제철 철근 생산직 노동자 400여 명은 이날부터 강제 휴무에 돌입했다. 4조 2교대로 일하는 이들은 회사로부터 월평균 임금의 70%를 받는 조건으로 이날 오전부터 출근을 하지 않았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한 직원은 "공장을 한 달간 셧다운한다는 걸 기사를 보고 알았다"며 "회사에서 내린 결정이라 따르긴 하지만 언제 다시 가동된다는 이야기가 없어 불안함에 한숨도 못 잤다"고 토로했다.

일단 4월 한 달간 셧다운되는 철근공장이 다시 문을 여는 시기는 미지수다. 국내 철근 수요가 최근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IMF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고꾸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철근 수요는 798만t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급감했다. 업계가 전망한 올해 철근 수요는 약 600만t으로 국내 총생산량(약 1300만t)의 절반이 안 되는 수준이다. 철근 가격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t당 60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이 와중에 산업용 전기료는 지난 3년간 70% 가까이 올랐다. 국내 전기 소비량 3위(1위 삼성전자, 2위 SK하이닉스) 수준인 현대제철의 원가 부담이 심해지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만들수록 손해가 나기 때문에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철근 산업은 몇 주 단위로 생산 계획이 바뀔 수 있어 5월 이후 가동을 재개할지는 지금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인천 철근공장 셧다운 외에도 지난해 포항 2공장 운영을 축소하는 등 국내 생산설비를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 만 50세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인력도 줄이는 추세다.

대기업의 위기에 지역 산업 생태계도 휘청이고 있다. 이날 점심시간 주변 상가엔 평소라면 직원들로 붐볐을 식당들이 텅 비어 있었다. 인근에서 만난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업황을 생각하면 현대제철 사정도 이해하지만 사업을 하는 입장에선 IMF 때보다도 힘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국내에서 수요 급감, 비용 급등, 노사 갈등 등 삼중고에 시달리는 현대제철은 이제 해외 진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제철은 최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자동차용 강판 생산에 특화된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하기 위해 약 8조5000억원(58억달러)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미국행은 관세를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기보다는 노사 갈등과 비용 부담을 피하기 위한 '준비된 결정'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철강업은 10만명이 넘는 고용을 창출하는 기간산업인데 심각한 산업 공동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인천 한창호 기자 /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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