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소프트웨어기반차량(SDV)의 3대 핵심 소프트웨어로 불리는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운영체제(OS), 거대언어모델(LLM)을 공개했다. 자율주행 선도 업체로 불리는 테슬라와 화웨이가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이들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기술로 이를 따라잡겠다는 포부다. 현재 테슬라 수준인 레벨2+ 자율주행을 2027년 말까지 양산차에 적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발자 콘퍼런스 '플레오스 25'를 개최했다. 현대차그룹의 SDV 개발을 총괄하는 송창현 현대자동차·기아 AVP(차세대모빌리티플랫폼)본부장 사장은 "현대차그룹 진화의 핵심은 소프트웨어"라면서 "그룹은 단지 차를 만드는 것을 넘어 '모빌리티 테크 컴퍼니'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SDV는 AI를 활용한 자율주행, 음성비서를 통한 차량·인포테인먼트 제어 등이 가능한 '미래형 자동차'다. 운전자가 퇴근하면서 "날이 덥고 피곤하다"고 말하면 차량 내 소프트웨어들이 이를 알아듣고 마사지 시트를 가동하고 미리 차량 온도를 낮춰둔 뒤, 운전자가 퇴근 후 자주 가는 호프집을 찾아 자율주행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사실상 스마트폰처럼 기능하는 차량인 SDV를 만들기 위해선 자율주행 AI와 차량을 스마트폰처럼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제어할 수 있는 OS,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추론하는 챗GPT와 같은 LLM이 필요하다.

테슬라와 화웨이는 이미 이들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적용을 앞두고 있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 네트워크를 통해 AI 자율주행을 실현하고, 자사 차량에 자체 LLM인 '그록AI'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 스마트폰 업체로 시작한 화웨이 역시 OS인 '훙멍OS'를 탑재한 차량에 'ADS' 자율주행 AI를 탑재하고, LLM인 '판구'가 사람 언어를 분석하고 추론한다.



이날 행사에서 현대차그룹은 OS의 일종인 '플레오스 비히클 OS'를 공개했다. 아이폰을 움직이는 맥(Mac)OS처럼 차량 내 모든 기능을 소프트웨어를 통해 작동할 수 있다. 송 사장은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자체 OS 개발 계획을 밝혔다. 당시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나 애플의 맥OS처럼 자동차를 움직이는 OS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는데, 1년여 뒤인 이번 행사에서 OS 이름을 공개한 것이다.

송 사장은 현장에서 자율주행 AI도 공개했다. 그는 "'아트리아(Atria) AI'는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을 담당하는 AI"라고 했다. 테슬라, 화웨이를 비롯한 자율주행 선도 업체들은 레이더, 라이다 센서를 최소화하고 카메라와 AI만을 활용하는 '엔드 투 엔드' 방식의 자율주행을 채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XP2' 프로젝트를 통해 이 같은 개발 방향성을 설정한 바 있다. 송 사장은 "아트리아 AI를 내년 3분기에 SDV 페이스카(시험차)에 적용한다"며 "실제 레벨 2+ 자율주행은 2027년 말부터 양산 차량에 순차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삼성전자, 구글, 네이버, 쏘카 등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하겠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모빌리티 AI 에이전트 파트너로 나섰다. 현대자동차그룹의 SDV에 네이버앱, 네이버 지도를 탑재한다. 네이버가 현대차그룹과 파트너십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DV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Software Defined Vehicle)이란 의미로 차량의 주요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제어하는 자동차.

[박제완 기자 / 한창호 기자 / 안선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