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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주년…‘용진이 형’서 ‘독한 회장님’으로 [CEO LOUNGE]

나건웅 기자
입력 : 
2025-03-19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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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1968년생/ 브라운대 경제학과/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대우이사/ 1997년 신세계 기획조정실 상무/ 2000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사장/ 2009년 신세계그룹 부회장/ 2024년 신세계그룹 회장(현) [일러스트 : 강유나]
1968년생/ 브라운대 경제학과/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대우이사/ 1997년 신세계 기획조정실 상무/ 2000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사장/ 2009년 신세계그룹 부회장/ 2024년 신세계그룹 회장(현) [일러스트 : 강유나]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57)이 최근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짧다면 짧다 할 수 있는 1년 남짓 동안, 정 회장 개인과 신세계그룹 전반에 불어온 변화가 적잖다. ‘용진이 형’으로 대표되는 친근한 이미지를 내려놓은 대신, 독하게 일에 몰두하는 ‘회장님’으로 무게감을 키웠다. 구설에 올랐던 SNS 활동을 자제하는 한편, 골프장과 야구장에서도 모습을 찾기 어려워졌다. 최근엔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 이마트 지분 10%를 매입하며 책임경영을 향한 의지도 내비쳤다. 그룹 내에서는 신상필벌 기조에 따른 인적 쇄신을 단행했고 부실 사업과 조직 정비에 나섰다.

노력은 수치로 나타났다. 이마트는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아픈 손가락이던 이커머스 플랫폼 쓱닷컴 역시 에비타(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기준 사상 첫 연간 흑자를 냈다.

정 회장은 올해는 몸을 사리기보다는 ‘성장 페달’을 밟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홈플러스 법정관리 사태 이후 오프라인 유통 전반에 위기의식이 만연한 상황에서, 오히려 덩치를 키우는 방향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모습이다.

“나부터 확 바뀔 것”…정용진의 결심

신상필벌 인사…최측근도 떠나보내

정 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른 지난해 초, 이마트는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2023년 이마트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469억원을 기록하며 이마트 법인 설립 이후 사상 첫 적자를 냈다. 회장 승진 당시에도 그룹 내부에서는 축하 분위기보다는 비장함이 감돌았다.

전례 없는 위기 속, 정 회장은 그룹 컨트롤타워인 경영전략실 개편을 주도하며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했다. “조직·시스템·업무 방식까지 다 바꾸라”며 “나부터 확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이 무엇보다 강조한 건 ‘인사 혁신’이다. ‘성과주의 수시 인사’ 원칙을 앞세워 조직 긴장도를 끌어올렸다. 외부 인사 영입뿐 아니라 기존 임원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를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한 데 이어 같은 해 6월엔 쓱닷컴과 지마켓 대표를 연이어 교체했다. 모두 정기 인사와 무관하게 이뤄진 수시 인사다. 지난해 10월에는 내부 감사를 통해 최측근 인사도 떠나보냈다. ‘정용진의 남자’로 불리며 지난 14년간 신세계그룹에 몸담았던 미식 인플루언서 출신 김범수 SCK컴퍼니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대표적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그간 그룹에서는 정기 인사를 제외하고는 임원에 대한 인사 조치가 전무했다. 하지만 정 회장 취임 후 회장 최측근 인사에게까지 가차 없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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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개선’에 방점 찍은 그룹 사업

이마트 실질 영업이익, 3000억원 증가

정 회장은 인사 쇄신에 이어 사업 구조에도 변화를 꾀했다. 철저히 ‘수익 개선’에 방점을 찍은 모습이다.

본업인 오프라인 유통에서는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통합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이마트와 에브리데이는 지난해 7월 합병 법인을 출범했고 이마트24는 기능 통합으로 시너지를 모색한다는 것이 큰 줄기다. 상품을 한꺼번에 매입하고 물류를 합치는 과정에서 비용 절감 효과가 가시화됐다.

이커머스는 무리하게 덩치를 늘리기보다는 관계사와 협업으로 효율을 꾀하는 중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6월 CJ와 체결한 업무협약(MOU)을 진두지휘하며 물류 경쟁력을 높이는 결단을 내렸다. 쓱닷컴과 지마켓 등 이커머스 부문은 CJ대한통운과 물류 협업을 강화했다. 쓱배송과 새벽배송, 물류센터 등 운영 상당 부분을 CJ대한통운에 맡기는 형태다. 양 사 물량을 더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물류비용을 줄인다는 복안이다.

정 회장이 강조한 성과주의 인사와 수익 우선 노력은 지난해 성적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2024년 이마트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40억원 늘어난 47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통상임금 판례 변경에 따라, 희망퇴직보상금 등 2132억원 일회성 비용을 회계 반영했는데도 달성한 턴어라운드다. 이마트 ‘실질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072억원 증가한 2603억원이다.

주요 자회사도 실적 반등을 이뤄냈다. 쓱닷컴은 광고 수익 증가와 물류비 절감에 힘입어 연간 에비타 기준 영업이익 50억원을 내며 사상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는 사상 첫 매출 3조원 돌파와 함께 영업이익 2000억원을 목전에 뒀다.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던 신세계건설은 영업손실을 538억원 줄이며 적자폭을 축소했다.

2025년 ‘완전 정상화’ 원년으로

이마트·스타벅스 더 늘릴 것…‘초격차’

정 회장은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성장을 재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1년간 고강도 혁신을 통해 기존 위기 요인을 어느 정도 제거했다는 자신감의 발로다.

정 회장이 밝힌 성장 전략은 ‘투트랙’으로 나뉜다. 이마트나 스타벅스 등 시장을 주도하는 계열사는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초격차를 위해 몸집을 더 키우고, 이커머스와 건설 등 부실 요소를 덜어내는 데 애썼던 사업군은 올해 완전한 경영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이마트는 올해 수도권에만 새 매장을 3개 연다. 법정관리 등으로 점포 축소에 나서는 경쟁사와 정반대 행보다. 올해 2월 문을 연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마곡에 이어 상반기에는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을, 하반기에는 인천에 트레이더스 구월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트레이더스를 포함한 이마트 매장 수는 2020년 160개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154개까지 줄었다. 정 회장은 최근 효율적인 점포 운영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일단락됐다고 보고 올해 다시 외형 성장을 재개하기로 했다. 기업형 슈퍼마켓인 이마트에브리데이 역시 올해 가맹 사업을 적극 추진, 프랜차이즈 매장을 20곳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스타벅스도 올해 100곳 이상 신규 점포를 연다.

이커머스 사업에도 변화가 예고돼 있다. 쓱닷컴은 CJ대한통운이 보유한 전국 700여개 물류 인프라를 통해 배송 권역을 빠르게 넓히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충청권에서 새벽배송을 시작했고 올해 2월부터는 부산과 대구로 범위를 넓혔다.

지마켓은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조인트벤처 설립으로 전열을 가다듬는다. IT 역량이 뛰어난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지마켓 상품력을 더해 ‘게임 체인저’ 자리를 노린다. 한 유통 애널리스트는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사업은 무리한 확장을 꾀하기보다는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영리하게 선회한 모습”이라며 “쿠팡이나 중국 C커머스와 정면승부 대신, 이커머스 전반 성장에서 비롯된 반사이익을 취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1호 (2025.03.19~2025.03.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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