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 출신들이 차린 AI 스타트업 ‘H’
CEO 찰스 캔터, 세계지식포럼 연사로 나서
LLM 넘어 ‘인간처럼 판단·행동’ LAM 강조
“LAM은 AI와 인간의 상호작용 방식을 완전히 바꿀 것”
지난해초 전 세계 테크업계를 들썩이게 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구글의 AI 연구소인 딥마인드(DeepMind)에서 첨단 AI 모델을 개발했던 엔지니어들이 독립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유출된 것입니다. 이에 투자자들은 앞다투어 지원에 나섰습니다. 새로운 회사 설립을 준비하는 이들이 단순히 구글 딥마인드 출신 AI 연구자들이 아닌,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I 시스템인 알파폴드(AlphaFold) 개발에 참여한 AI 기술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홀리스틱 AI(Holistic AI)’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스타트업은 지난해 5월 총 2억 2000만 달러(약 3000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이는 유럽 스타트업 역사상 가장 큰 초기 투자 중 하나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벤터캐피탈 업체인 엑셀이 투자를 이끌었고, 아마존,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테크기업도 투자행렬에 동참했습니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전 구글 CEO인 에릭 슈미트, 프랑스 통신재벌 자비에 니엘도 합류했습니다.
이후 사명을 홀리스틱 AI에서 ‘H’로 바꾼 이 스타트업은 기업의 업무 자동화를 지원하는 AI 모델을 우선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H의 찰스 캔터 CEO는 “완전한 범용 인공지능(AGI)을 개발해 수십억 인구의 노동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밝혔습니다. 그는 “전체 산업을 변화시키고, 인간과 컴퓨터가 협력하는 새로운 현실을 구현하며, 궁극적으로 완전한 범용 인공지능(AGI)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매일경제 세계지식포럼은 무대에 섰던 캔터 H CEO는 청중들 앞에서 “대형액션모델(LAM)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뛰어넘을 완전한 범용 인공지능(AGI)입니다. 한국에서도 LAM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AI 스타트업 창업 바람이 불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범용 인공지능(AGI)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H의 찰스캔터 CEO가 제25회 세계지식포럼에서 연사로 나서 청중들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매경DB]](https://pimg.mk.co.kr/news/cms/202503/16/news-p.v1.20250302.22c6e0072452481eb285da9eaa601e9b_P1.jpg)
캔터 CEO는 세계지식포럼의 ‘찰스 캔터와 서머 김이 들려주는 AI 창업 스토리’ 세션에서 메인 발표자로 나섰습니다. 그는 실리콘 밸리에서 오랫동안 제품 개발과 사용자 연구에 전문성을 쌓아온 서머 김과 함께 앞으로 세상을 바꿀 AI 제품·서비스를 소개했습니다.
캔터 CEO는 LAM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LAM은 사용자 행동 패턴을 학습해 웹과 앱을 직접 작동시키는 AI입니다.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자비스가 이에 해당합니다. 자비스는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행동 패턴을 학습해 집 안 모든 전자제품을 조정합니다. 챗GPT로 대표되는 LLM은 문장과 그림, 비디오 등의 생성에 특화됐지만, LAM은 단순히 무언가를 생성하는 것을 떠나 직접 작업을 수행하는 모델입니다. 실제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AI인 셈입니다.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인공지능(AI) 자비스.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개인 비서 역할을 하는 자비스는 영화 시리즈가 거듭할수록 진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영화 캡쳐]](https://pimg.mk.co.kr/news/cms/202503/16/news-p.v1.20250302.8e565cc6d5b34176936055ff465b3cf7_P1.jpg)
캔터 CEO는 “LAM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외부 시스템과의 통합을 통해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며 “이 다양한 범용 요소들을 연결해 일종의 도서관을 만드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LLM은 현실 세계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다”며 “추론이나 계획도 불가하기에 LAM이 갖는 우위는 명확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LAM은 방대한 데이터 세트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데 능합니다. 광범위한 데이터 해석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에도 유용합니다. LAM은 의사결정 과정을 자동화합니다. 더 복잡한 작업을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캔터 CEO는 “LAM이 가져올 혁신의 폭은 매우 넓다”며 “컴퓨터 등과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캔터 CEO는 LAM과 관련된 상품과 사업 모델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휴먼 컴퓨터 인터페이스(HCI)나 챗봇 등 여러 영역에서 쓰일 수 있는 유망성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그는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LAM을 활용해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도 이런 움직임에서 예외가 아닐 것이므로 새로운 창업 바람이 불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범용 인공지능(AGI)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H의 찰스캔터 CEO가 제25회 세계지식포럼에서 연사로 나서 청중들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매경DB]](https://pimg.mk.co.kr/news/cms/202503/16/news-p.v1.20250302.e220f23a75fd47e5aa7ce4bcd6c72370_P1.jpg)
캔터 CEO는 한국의 창업가들에게 조언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스타트업 창업 땐 특히 초기 인력 구성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원 출신인 켄터 CEO는 파리에서 최고 수준의 기업, 학계 연구소 및 스케일업 기업 출신의 AI 엔지니어와 과학자 등으로 구성된 25명의 설립 멤버와 함께 H를 설립했습니다. 이 중에는 구글 딥마인드의 초기 연구 방향을 수립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단 위에스트라 최고과학자, 딥마인드에서 생성형 AI와 심층신경망 분야 여러 주요 연구 프로젝트를 이끈 로랑 시프레 최고기술책임자 등 딥마인드 출신 과학자가 4명 속해 있습니다.
캔터 CEO는 창업 때 인력 구성에 매우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창업에는 서로 간 공유하는 강력한 가치를 기반으로 한 문화가 중요하다”며 “1+1이 2가 아닐 때가 있다. 스타트업은 1명에 의해 회사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H는 화제가 됐던 초기 투자금을 핵심 연구 인재 육성 등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캔터 CEO는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이는 인재풀을 만들 것”이라며 “AI 시스템들이 상호작용하는 프로세스인 새로운 다중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데에도 자금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