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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조선 잘나가는데…왜 동생 사업에?

반진욱 기자
입력 : 
2025-03-07 14: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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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업·부동산에 관심 갖는 한화 김동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호텔업과 부동산 사업에 뛰어든다. 본인의 주력 분야인 에너지·방산·조선 산업이 질주하는 상황 속, 다소 거리가 먼 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두고 재계에선 설왕설래가 오간다. 건설·부동산업과 호텔업은 대외적으로 3형제 중 막내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맡는다고 알려진 분야다. 차기 총수로 유력한 김 부회장이 형제와 ‘사업 침범’ 논란까지 감수하며 신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설명

기나긴 승계 작업 속 탄생

‘인사이트 부문’ 사업 지휘

김동관 부회장의 신사업을 진두지휘하는 회사는 한화솔루션이다. 회사 내 ‘인사이트 부문’이 부동산과 호텔·레저업을 담당한다. 한화솔루션은 한화케미칼이 전신이다. 주력 사업은 석유화학과 태양광이다. 지금과 같이 방산·항공우주 산업이 뜨기 전, 한화그룹을 대표하는 회사였다. 김 부회장은 초창기 한화솔루션에서 근무하며 그룹 내 입지를 다졌다.

에너지와 석유화학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에 호텔업과 부동산업을 담당하는 회사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복잡한 한화그룹 승계 과정과 이에 따른 한화솔루션의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 2020년 한화솔루션 출범 이후, 승계 구도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사업 재편이 수차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화도시개발의 자산개발 사업 부문과 큐셀 부문에서 태양광 개발·투자·시공을 맡았던 한국GES사업부, 갤러리아 부문의 프리미엄라이프스타일사업부를 통합하며 현재의 인사이트 부문이 만들어졌다. 이후 한화갤러리아가 2022년 3월 분할되면서 떨어져 나갔지만, 프리미엄라이프스타일사업부는 여전히 인사이트사업부에 남았다.

다소 애매한 위치에 있던 인사이트 부문은 2023년 변화를 겪는다. 초럭셔리 호텔·리조트 브랜드 ‘무와(MUWA)’를 선보인 것. 특이하게도 국내가 아닌 일본을 첫 사업지로 선택했다. 겨울 여행지로 유명한 홋카이도 니세코에 ‘무와 니세코’를 열었다. 연예인과 세계적인 부호들이 애용하는 럭셔리 호텔·리조트 ‘아만’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무와 니세코는 하룻밤 숙박비만 100만원이 훌쩍 넘는 고급 리조트로 유명하다.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무와’는 올해부터 국내로 보폭을 넓힌다. 춘천에 프라이빗 빌라 ‘무와 제이드’를 준공할 예정이다. 이후 한화그룹이 주도하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부지에 럭셔리 레지던스를 2028년에 짓는다는 청사진을 그린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김동선 부사장 주력 분야인 부동산업에도 진출했다. 2024년 한화솔루션은 ㈜한화와 50 대 50으로 출자해 ‘에이치헤리티지’라는 법인을 만들었다. 아파트 시행 사업을 위해 설립한 컨소시엄이다. 첫 사업은 한화솔루션이 보유하고 있던 울산 사택 부지 개발이다. 한화솔루션 울산공장 무거사택 자리에 지하 3층~지상 최고 25층, 8개동 규모로 공동주택 816가구를 조성할 예정이다. 시공은 한화 건설 부문이 맡는다. ‘포레나울산무거’ 브랜드로 올해 9월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에너지와 석유화학 사업이 주력인 한화솔루션이 초럭셔리 사업에 뛰어들어 눈길을 끈다. 사진은 한화솔루션 인사이트 부문이 운영하는 리조트 ‘무와 니세코’. (한화솔루션 제공)
에너지와 석유화학 사업이 주력인 한화솔루션이 초럭셔리 사업에 뛰어들어 눈길을 끈다. 사진은 한화솔루션 인사이트 부문이 운영하는 리조트 ‘무와 니세코’. (한화솔루션 제공)

건설, 호텔은 셋째 몫 아니었나

‘타깃’층 달라, 사업 침범 아니다

김 부회장이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재계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초 한화그룹의 승계 밑그림에서 다소 어긋난 구도여서다.

한화그룹은 현재 3형제 승계를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이 과정에서 각자 맡는 분야가 정해졌다. 대외적으로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항공우주·에너지,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금융,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호텔·레저·건설을 맡는 것으로 전해졌다. 즉, 현재 ‘무와’와 ‘에이치헤리티지’가 진행하는 사업은 본래라면 김 부회장이 아닌, 김동선 부사장이 맡았어야 할 분야다. 현재 김 부사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 건설 부문에서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

자칫하면 형제와 대립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는 상황 속 김동관 부회장이 호텔업, 부동산업에 진출하는 것을 두고 업계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첫 번째 해석은 김 부회장이 충돌을 각오하고도 ‘럭셔리 사업’을 강하게 원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기업분할 당시, 한화갤러리아가 고액 자산가 소비자를 겨냥한 사업 부서인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사업부를 포기하는 것을 두고 여러 말이 오갔다. VIP 고객 유치에 필수인 럭셔리 사업을, 다른 곳도 아닌 프리미엄 백화점을 지향하는 갤러리아가 맡지 않는 점에 대해 의문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시너지가 떨어지는 한화솔루션에 해당 사업부가 남은 것은 결국 김 부회장 뜻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김동선 부사장이 최근 무리한 아워홈 인수를 시도한 이유도 김 부회장 행보와 관련이 깊다고 내다본다. 형의 사업 확장에 맞서 ‘입지 다지기’를 위해 아워홈 인수를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김동관 부회장은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업이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조선 산업 진출을 모색할 때 과감하게 한화오션을 사들인 것처럼, 럭셔리 사업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면 논란을 돌파하고 사업을 강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김 부회장이 김 부사장을 ‘지원’하기 위해 사업을 진행 중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특히 무와 사업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자산 양수를 통해 시작됐다는 점이 이 같은 추측에 힘을 실어준다. 단순한 사업 확장이 목적이었다면, 자산 양수 등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논리. 굳이 자산을 사들이며 진행했다는 점은 사정이 열악한 동생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게 목적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화솔루션 인사이트 부문은 2022년 3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부터 제이드팰리스 골프장 운영 사업과 제이드가든 수목원 운영 사업, 지리산 부지와 건축물을 총 719억원에 매입했다. 또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초럭셔리 리조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세운 계열사들 지분을 316억원을 주고 취득했다. 당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코로나19 여파로 재무 구조가 강하게 흔들릴 때였다. 해당 사업을 한화솔루션에 넘기기 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채비율은 452%에 달했다. 신사업을 추진하려고 해도 여력이 없는 상황이었다. 한화솔루션이 사업권을 사들이지 않았다면, 무와 프로젝트는 시작조차 못했을 확률이 농후하다.

김동관 부회장 측은 “에이치헤리티지도 ㈜한화 건설 부문과 사업이 겹친다고 보기 힘들다”고 강조한다. 헤리티지는 시공사가 아닌 시행사다. 시행사인 ㈜한화 건설 부문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는 아니다. 실제 에이치헤리티지가 진행하는 울산 사택 개발 사업 시공사도 ㈜한화 건설 부문이 맡았다.

이런 이유로 한화 측은 한화솔루션의 시행 사업, 호텔업 진출이 사업 침범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무와 브랜드의 경우 한화도시개발 등을 인수하면서 사업 양수를 받는 과정에서 탄생한 브랜드다. 주요 소비자 타깃층이 한화리조트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사업이 겹친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0호 (2025.03.06~2025.03.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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