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를 꼽으라면 단연 ‘자율주행’이다. 스스로 운전하는 자동차 개발을 위해 테슬라, 구글, 비야디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이 연달아 뛰어들고 있다. 치열한 각축전 속, 글로벌 기업에 뒤처지지 않는 기술력으로 주목받는 한국 스타트업이 있다. 자율주행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중점으로 하는 ‘라이드플럭스’다.

라이드플럭스 어떤 회사?
‘풀스택’ 기술력 갖춘 초신성
라이드플럭스는 박중희 대표가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자율주행차를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풀스택(Full-Stack)’으로 개발하는 회사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크게 6가지로 나뉜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도로 상태를 확인하는 ‘인지’, 상황에 맞춰 자동차를 조작하는 ‘판단’, 그리고 돌발 상황에 대비해 차체를 통제하는 ‘제어’다. 세 가지 소프트웨어를 포함, 측위, 계획, 원격 운영 등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다루는 기업을 ‘풀스택 개발사’라 부른다. 로보택시 서비스를 만드는 웨이모, 로봇트럭 업체 오로라가 대표적인 예다.
박 대표는 서울대와 MIT에서 전기공학과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졸업 직후 모빌리티 업계에서 경력을 쌓으며 자율주행 관련 업무를 맡기 시작했다. 미국 스타트업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그는, 자율주행 불모지인 한국을 눈여겨봤다. 가능성을 본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국내 대기업에서 일하다 2018년, 라이드플럭스를 본격 창업했다.
시작부터 박 대표와 라이드플럭스는 독특한 길을 걸었다. 창업 초기에 회사 본사를 제주도로 옮긴 것. 대부분 기술 스타트업은 강남과 판교에 자리 잡는다. 개발자 직군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 생각은 달랐다. 자율주행은 데이터가 핵심이다. 다양한 도로 상황을 겪으면서 관련 정보를 모아야 한다. 강남과 판교처럼 도로가 단조로운 곳에서는 한계가 명확했다.
제대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제주도로 이동했다. 모든 회사 구성원이 제주에 내려가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제주의 강점은 명확했다. 작은 섬 내에 다양한 형태의 도로가 모두 모여 있는 게 최고 강점이다. 혼잡한 도심 일반도로, 고속화도로뿐 아니라, 해안도로, 산간도로 등 다양한 도로 환경의 데이터를 2~3시간 이내에 획득할 수 있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도 개발 환경에 최적. 제주시에서 출발할 때 맑은 하늘이었는데, 중산간 지역을 지날 때는 안개가 자욱하다, 서귀포시에 도착하면 비바람이 몰아쳤다. 다양한 기상 환경에서의 주행 데이터를 압축적으로 확보했다.
성과는 2020년대부터 본격화됐다. 혹독한 환경에서 시험을 거친 라이드플럭스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향한 구애가 쏟아졌다. 쏘카, 타다, 카카오모빌리티, LG전자, KG모빌리티 등 회사가 문을 두드렸다. 자율주행 여객운송 서비스 ‘네모라이드’, 완성차용 ADAS 소프트웨어 등 시장에서 호평을 받은 상품도 여럿 내놨다. 올해는 수익성이 확보된 사업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상용화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기술력과 상품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투자 한파가 몰아치는 와중에도 26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누적 투자액은 552억원에 달한다.
강점은 기술력과 효율성
추후 목표는 무인 자율주행 완성
라이드플럭스의 강점은 기술력과 효율성 2가지다.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 중 기술력이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율주행에 쓰이는 모든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하는 덕분에 프로그램 완성도가 매우 높다. 또,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완전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해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가 탄탄하다. 한적한 도로나, 버스전용도로 등 쉬운 조건이 아닌 어려운 조건에서도 충분히 주행할 능력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해외 자율주행 기업과 비교하면 효율성에서 앞선다. 해외 기업 대비 적은 자본으로도 대등한 기술을 선보였다. 일례로 웨이모는 자율주행 개발을 위해 110억달러(약 15조7000억원), LA 지역 서비스 확장을 위해 56억달러(약 7조7000억원)의 자금을 투자받았다.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자율주행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반면 라이드플럭스의 누적 투자액은 552억원이다. 들어간 자본은 비교하기 힘들지만, 기술력 수준은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다. 자율주행 업계 관계자는 “AI 시장에서 딥시크가 보여준 것처럼, 자율주행 기술도 꼭 개발비가 기술력에 비례하지는 않는다. 10배 많은 돈을 투입한다고 해서 10배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적은 비용으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 제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중희 대표가 이끄는 라이드플럭스의 최종 목표는 ‘무인 자율주행 기술 완성’이다. 운전석에 사람이 아예 필요 없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박 대표는 “무인 자율주행 분야에서 국내 기업 중에서는 꽤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국 웨이모 등 해외 선도 기업과 비교하면 아직 따라가야 할 부분도 많다.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유니콘은 기본…자율주행 ‘데카콘’도 꿈꾼다
박중희 대표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연구원과 경영자로 일하며 한국 자율주행 산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왔다. 박 대표에게 한국 자율주행 업계의 현실과 향후 목표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Q. 라이드플럭스를 창업한 계기가 궁금하다.
A. 서울대에서 석사 과정 동안 바퀴가 달린 이동형 로봇을, 미국 MIT에서 박사 과정을 거치며 자율주행을 연구했다. 이때부터 자율주행 기술을 현실 도로에 상용화하는 사업에 관심을 가졌다. 연구해온 자율주행 기술을 미국이 아니라 한국 도로에서 구현하고 싶은 바람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처음엔 안정적인 연구개발 환경과 지원이 풍부한 대기업에서 시작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러 분야를 한 번에 연구하는 대기업 조직에 한계를 느꼈다. ‘자율주행’만 바라보고 빠르게 일해야 하는 회사의 필요성을 느꼈고, 라이드플럭스를 창업했다.
Q. 라이드플럭스의 주요 상품은 무엇인가.
A. 크게 4가지다. 여객운송 서비스용 무인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화물트럭용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완성차 ADAS 시스템, 그리고 자율청소차·자율배송차 등 특수목적 차량용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다.
Q. 자율주행은 규제가 많다는 인식이 강하다. 정말 그런가.
A. 정확히 말하면 규제는 큰 걸림돌이 아니다. 국내는 아직 제대로 된 자율주행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제야 기술을 도입하는 단계라 규제가 미치는 영향이 작다. 국내 자율주행 기술 개발 환경은 민간 주도의 미국, 정부 주도의 중국과 다르다. 자본 시장의 규모,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는 민관이 협력해서 자율주행 상용화를 준비하는 형태다. 현재 국내 자율주행 시장은 무인화를 이제 막 시작하고 있는 단계다. 이에 맞춰 정부도 관련 제도를 보완·마련하기 위해 민간 기업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기회가 생길 때마다 무인 자율주행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을 위해 의견을 개진하는 중이다.
Q. 라이드플럭스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A. 시장을 주도하는 유니콘 기업 등극이다. 라이드플럭스는 자율주행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과 잠재력을 가진 회사다. 현재 상용화를 위해 진출을 준비 중인 국내 중거리 화물운송 시장 규모만 해도 30조원이 훌쩍 넘는다. 또 자율주행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는 택시, 버스 등을 포함한 여객운송 시장도 50조원이 넘을 것으로 내다본다. 모빌리티 시장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로 국내 1등을 차지한다면,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9호 (2025.03.05~2025.03.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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