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기업 성공사례 ◆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케이엘큐브 김종화 대표(50)가 말하는 사업하는 이유이자, 기업 미션이기도 하다. 회사의 핵심역량인 인공지능(AI) 기반 수어 번역 플랫폼, ‘핸드사인톡톡(HandSign TalkTalk)’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플랫폼은 텍스트 정보를 자연스러운 한국어 수어로 변환해 청각장애인의 정보접근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핸드사인톡톡’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가 주최한 ‘2025 가전정보기술전시회(CES)’에서 기술 혁신상을 받았고, 에디슨 어워드(Edison Awards) 파이널 리스트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메인비즈협회(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는 케이엘큐브 김종화 대표를 ‘이달의 혁신기업인’으로 선정했다. 메인비즈협회(협회장 김명진)는 국내 중소기업의 경영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지난해 7월부터 ‘혁신기업인 알리기 프로그램’을 새롭게 도입했다.
김종화 대표는 AI 기반 수어 번역 플랫폼의 진화에 여념이 없다. 단방향서비스를 양방향으로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다. 한국어 수어 번역에 만족하지 않고 영어로도 양방향서비스가 가능한 플랫폼 구축에도 열심인 그를 만났다.
-우선 ‘CES 2025’ 기술 혁신상과 에디슨 어워드 선정을 축하드립니다. AI 기반 수어 번역 플랫폼인 ‘핸드사인톡톡’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길래 이런 큰 상을 받게 됐는지요.
김 대표: 농인(청각장애인)은 청인(비장애인)에 비해 텍스트 이해력이 떨어집니다. 수어 통역사가 일일이 수어로 알려주면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겠지만, 국내에서 활동하는 수어 통역사는 900여명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수어 아바타’였어요. 텍스트나 음성을 수어로 번역해서 아바타가 수어로 설명하는 방식이죠. 이게 가능 하려면 음성인식기술, 자연어처리, 변환기술(TSS), 수어 번역기술 등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수어 아바타를 생성하는 기술도 필요하죠. ‘핸드사인톡톡’은 이런 기술의 집합체로 만들어진 AI 기반 수어 번역서비스입니다.
-국내 청각장애인은 43만명으로 추정됩니다. 수어 번역서비스 시장이 성장하기엔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김 대표: 전혀 그렇지 않아요. 농인(聾人)들이 최종 수혜자이긴 하지만, 서비스 구매자는 정부기관이나 회사이거든요. 이 시장은 일종의 규제산업인데, 요즘 들어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경영이 대세잖아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인 셈이지요.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으로 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고유한 언어임을 밝혔고, 2023년엔 수어 통역지원 의무화 법률을 시행했습니다. 이런 조치들로 수어 번역 시장이 큰 수혜를 입었답니다. 브라질은 법률로 모든 웹사이트에 수어 서비스를 의무화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식약처는 특히 수어 통역지원 의무화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식품 포장재에 수어 번역서비스가 가능한 QR코드를 표시하는 시범사업을 하고 있답니다.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인식하면 수어 아바타가 상품을 설명해줍니다. 일부 제품에 한해 식품표시사항과 안전관리 기능 등을 수어 아바타가 알려주고 있지만, 앞으론 화장품과 의약품으로도 확대될 겁니다. 현재는 수어 번역이 단방향이지만, 양방향으로 진행될 경우 이 시장은 그야말로 블루오션 시장이 될 겁니다.
-양방향 수어 번역서비스는 언제쯤 가능할까요.
김 대표: 단방향 수어 번역서비스를 하기 위해선 음성인식기술-자연어처리-수어 번역 기술, 아바타 생성기술 등이 필요하지만, 양방향 수어 대화를 하기 위해선 수어 인식기술이 절대적입니다. 수어를 온전히 인식하려면 손 모양뿐 아니라 손의 움직임, 얼굴 표정, 시선 등의 복합적인 요소까지도 인식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이를 위해 AI 모델 학습이 필요했고, 무엇보다도 실시간으로 자연스러운 수어 아바타를 생성하려면 최적화된 AI 엔진 개발과 경량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수어 전문가 및 농인들과 협업한 결과 AI 수어 번역-수어 인식-아바타 생성기술 등을 모두 보유하게 됐습니다. 경쟁업체들이 쉽게 이 분야에 진입할 수 없을 정도로 진입장벽을 높게 구축한 셈이지요. 올해 상반기안에 양방향 수어 번역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수어 번역 사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 대표: 2020년 회사 인수 후 첫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AI 데이터 해결사’가 목표였어요.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서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로 변환시켜주는 일을 했어요. 우연히 국립국어원이 발주한 ‘수어 말뭉치 구축 사업’을 수주했습니다. 그게 인연이 됐어요. 수어 아바타가 수어 통역사 역할을 대신하게 한다면 사업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자체 인력을 동원해 수어 번역시스템을 개발했답니다. 수어 번역을 위해서는 수어 데이터가 절대적입니다. 국립국어원 수주 사업을 진행하면서 일부 수어 데이터를 확보했지만 번역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선 역부족이었어요. 그래서 자체적으로 수어 데이터를 구축했지요. 국어 단어는 50만개에 달하지만 수어는 10만개 정도랍니다. 나머지 40만개 국어단어에 해당하는 수어가 없는 셈이지요. 수어 번역이 잘 되려면 단순한 단어 변환에 그쳐서는 안되고 수어 문장을 자연스럽게 구성할 수 있는 ‘수어 조립방식’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모든 영역에서 수어 번역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현재로선 수어 번역 수요가 많은 금융-의료-공공민원-문화생활 분야에 집중하고 있답니다.
-투자의 현인으로 칭송받는 워런 버핏은 투자를 결정할 때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 즉 독보적인 경쟁력 유무를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양방향 수어 번역서비스야 말로 ‘해자’로 평가받을만 하겠습니다.
김 대표: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서비스라고 자평합니다. 단방향 영어 수어 번역은 조만간 가능하고, 양방향 영어 수어 번역서비스도 1~2년 안에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2027년에는 코스닥 상장도 추진할 겁니다. 회사의 성공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기여한다는 생각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주요이력
1975년생/ KAT시스템, 동원엔터프라이즈, 동원CNS, 시큐에이스, 솔루게이트 근무/ 2020년 ~ 현재 케이엘큐브 대표이사

◆ ‘이달의 혁신기업인’, 김종화 대표는 누구?
김종화 대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BM)을 만들어 내는 귀재로 평가받는다. AI 상담 어시스턴트와 AI 비서 등이 그의 작품이다. 올해 들어 상복이 터졌다. ‘AI 기반 수어 번역 플랫폼’이 대박을 친 것이다. ‘CES 2025’에서 기술혁신상수상과 함께 미국 에디슨 어워드에서 파이널 리스트에 올라 3월에 수상을 앞두고 있다. 이런 결과물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는 늘 산업 현장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IT 전문가들은 산업현장을 잘 모르는 경향이 있어요. 저 자신도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틈틈이 컨설팅 관련 공부를 별도로 했답니다. IT 지식과 경험을 컨설턴트 시각으로 바라보니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보이더군요.”
그는 다양한 분야의 산업 현장을 경험했다. KAT시스템-동원그룹 계열사-시큐에이스 등에서 일하면서 여러 분야의 산업을 접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통합(SI) 등의 실전 경험을 발빠르게 AI에 접목하면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잡게 된다. AI 상담 어시스턴트와 AI 비서 등을 선보일 수 있었던 배경도 컨설턴트 시각으로 AI 기술을 접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2020년 들어 홀로서기를 결심한다. 많은 산업현장에서 AI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관련 사업을 하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졌다. 신규 법인 설립 대신 케이엘큐브 인수를 선택했다. 초기 사업은 데이터를 수집 가공해서 납품하는 일이었다. 소위 ‘AI 데이터 해결사’였다.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서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로 변환해주는 일이었다. 이런 경험을 기반으로 국립국어원이 발주한 ‘수어 말뭉치 구축사업’을 수주하게 됐고, 오늘날 AI 기반 수어 플랫폼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밑거름이 됐다.
이제경 100세경영연구원장, 경제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