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임시주총서 표대결
호주 손자회사에 영풍지분 넘겨
집중투표제 무산되자 승부수
순환출자구조로 의결권 무력화
MBK "외국기업엔 적용안돼"
향후 치열한 법정공방 불가피
호주 손자회사에 영풍지분 넘겨
집중투표제 무산되자 승부수
순환출자구조로 의결권 무력화
MBK "외국기업엔 적용안돼"
향후 치열한 법정공방 불가피

고려아연이 임시 주주총회 개최 직전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영풍 지분을 호주 계열사로 매각해 지배구조를 변경하는 초강수를 뒀다. 순환 출자 고리를 만들어 상법에 따라 영풍 측 의결권을 제한하겠다는 전략이다. 고려아연 측은 23일 열리는 임시 주총에서 이 같은 조치가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고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22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호주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은 최씨 일가와 영풍정밀이 보유하고 있는 영풍 지분 10.33%를 장외 취득했다.
SMC가 취득한 영풍 주식은 19만226주다. 구체적으로는 영풍정밀 보유 주식 1만4675주와 최윤범 회장의 모친인 유중근 경원문화재단 이사장이 보유한 3960주,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의 5만2539주, 최창근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5만6060주 등이 이번 거래 대상에 포함됐다. 거래 규모는 575억원 수준이다.
고려아연 측은 "SMC는 영풍정밀로부터 21일 종가 기준으로 지분을 취득했고, 최씨 일가로부터는 21일 종가를 기준으로 30% 할인된 가격에 영풍 주식을 인수해 가격 측면에서 회사는 큰 이득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분 거래로 고려아연의 지배구조에는 기존에 없던 순환 출자 고리가 생겼다. 고려아연은 호주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선메탈홀딩스를 통해 SMC 100%를 지배하고 있다. SMC가 영풍 지분 10.33%를 확보하면서 고려아연 지분 25.42%를 보유하고 있는 영풍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 된다.
최윤범 회장 측이 이 같은 강수를 둔 것은 전일 법원이 영풍·MBK파트너스의 의안 상정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 MBK 연합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집중투표제 도입이 담긴 의안 상정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최 회장 측은 이사회 다수 지위를 내줘야 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SMC의 영풍 주식 취득은 상법에 의거해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상법 제369조 제3항은 '회사와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 주식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영풍정밀과 최씨 일가 측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은 법 명문상 국내 계열회사에만 적용된다"며 "장기적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고심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MBK파트너스·영풍은 상호주 소유에 관한 상법 조항들은 '국내 법인'인 '주식회사'들 사이에만 적용되는 만큼 이번 조치로 상호주 의결권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외국 기업이며 유한회사에는 상법상 상호주 소유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MBK 관계자는 "SMC는 외국 기업이고 유한회사임이 명확해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적용될 수 없다"며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규제도 외국 회사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23일 있을 주총 파행을 위해 최 회장이 또 하나의 역외 탈법 행위를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조윤희 기자 /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