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싱크탱크 핵퓨처랩 테런스 모리 설립자 인터뷰

향후 미래 변화를 주도하는 요소는 무엇이 되고 기업들은 이가 불러오는 파괴적 변화를 어떻게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매일경제 MK 비즈니스 스토리는 미국 싱크탱크 핵퓨처랩(Hack Future Lab)의 설립자인 테런스 모리를 인터뷰하며 이에 대해 알아봤다. 2009년 설립된 핵퓨처랩은 비즈니스스쿨, 기업, 비정부기구(NGO)와 협업해 리더십의 미래에 대해 연구한다. 구체적으로 AI, 디지털화, 탈탄소화 등 트렌드가 불러오는 파괴적 변화의 장점을 기업들이 포착하고 이에 맞게 리더십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를 연구한다. 모리 설립자는 파괴적 변화가 비즈니스와 리더십에 미치는 영향 관련 비자, HSBC, 캐피털원 등에 키노트 연설을 했다.
모리 설립자는 인터뷰에서 "파괴적 변화는 현재 상황을 더 낫게 만들거나 더 나쁘게 만들 수도 있는 요인"이라고 정의하며 향후 5년 동안 모든 산업을 뒤흔들고 재편할 트렌드를 꼽았다. 바로 AI, 산업 융합, 인재 부족, 새로운 고객, 새로운 규제, 신규 경쟁자다. 인터뷰에서 그는 "해당 요소들로 기업·제품·일자리 수명은 빠르게 줄어들 것이다. 파괴적 변화는 어느 곳에서나 일어난다. 시장 점유율,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기업은 성공 기업에서 실패 기업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새로운 현실에서 리더는 아마존화 원칙(Amazonification principles)에 따라 경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원한 파괴자 '아마존'처럼 리더는 관료주의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의미다.

―저서 '파괴적 변화의 장점: 미지의 세계에서 선도하고 번영하는 길(원제 The Upside of Disruption: The Path to Leading and Thriving in the Unknown)'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과거에는 변화가 산들바람처럼 '가볍게' 일어났다. 하지만 이제는 5등급 태풍처럼 느껴진다. 세상이 변하면 리더도 그에 맞춰 적응해야 한다. 하지만 '핵퓨처랩'이 611명의 미국 리더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개 리더들은 변화에 발맞춰 적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구체적 리서치 결과를 설명하자면 93%의 리더가 우선 향후 5년 동안 AI가 주도하는 혼란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사고방식과 역량을 갖춘 사람은 27%에 불과하다. 또한 리더 중 81%는 파괴적 변화가 불러온 혼란의 속도와 규모에 압도당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마지막으로 리더 중 77%는 인재의 성장을 억누르는 관료주의 때문에 조직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리더들은 확실성으로부터 오는 안정감을 원한다. 이 때문에 종종 파괴적 변화의 이점을 놓친다. 파괴적 변화로부터 오는 좋은 점에는 배움, 성장, 그리고 쓸모없어진 '항상 해오던 방식'을 새롭게 변화하는 계기가 포함된다. 미래를 이끄는 요소는 기술이나 트렌드만이 아니다. 사고방식과 의견(voices)도 미래를 구성하는 요소다. 인생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재구성의 순간'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시장) 변동성이 높을 때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이 리스크이며, 이 중 가장 큰 위험은 '기다리기 전략'이다.
―파괴적 변화란.
▷현재 상황을 더 낫게 만들거나 더 나쁘게 만들 수도 있는 요인이 파괴적 변화다. '파괴적 변화의 장점'은 곧 기회를 뜻한다. 인간 역사를 되돌아보자. 석기 시대부터 현재의 AI·자동화·분석 시대까지 인간 역사는 학습의 시간, 어려운 선택, 심각한 위기의 시간을 거쳤다. 오늘날 유명한 헥토콘 기업(기업가치가 1000억달러 이상 되는 기업)의 대부분은 위기로부터 탄생됐다. 예로 우버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설립됐다. HP 등 상징적인 기업들은 미국 대공황 시대에 태어났다. 이렇게 혼란의 상황에서 파괴적 변화의 이점을 잘 포착해 행동한 기업들은 번창하고 산업에 긍정적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
―향후 5년 동안 파괴적 변화를 이끌 요소로 바로 AI, 산업 융합, 인재 부족, 새로운 고객, 신규 경쟁자, 새로운 규제를 꼽았다.
▷저서에서 설명했듯 AI는 생성형 AI를 의미한다. 현재 우리는 공동지능시대(Age of Co―intelligence)를 경험하고 있다. 인간은 AI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창의성을 기르고 결정을 내리는 사고자(co―thinker)로 활용할 것이다. AI는 두 가지 훌륭한 능력을 갖춘다. 바로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과 자체 결정 능력이다. AI 능력으로 인간·기계 협업에 새로운 시너지가 생길 것이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빠른 속도로 업무가 처리될 것이며, 사람들은 AI를 사용해 더 빠르게 (주어진 상황에 대한) 통찰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산업 융합은 전 세계에서 번창하고 있는 모든 기업의 최종 목표다. 오늘날 승자의 독식 효과는 산업 융합에서 비롯된다.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 산업 융합은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 기업들이 전체 경제 이익의 90%를 차지하는 비결이다.

기업들이 파괴적 변화에 대응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인재가 필요하다.
작년 세계경제포럼은 인공지능(AI) 기반 경제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노동자 중 약 90%가 2030년까지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기존 능력을 향상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능력 향상을 하지 않으면 최대 15조달러의 세계 국내총생산(GDP) 감소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를 키우는 데 리더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모든 것이 연결돼 있는 '초연결 시대'에서 새로운 고객들은 기업·고객 사이 모든 교류에 개인화된 연결을 요구한다. 개인에게 맞는 직원, 고객 맞춤형 메시지 등을 기업들이 제공하기를 바란다. 디즈니, 펠로턴 등 잘나가는 기업들도 새로운 고객들의 요구에 맞추지 못하면 하락의 길을 걷게 된다.
기업들이 신규 경쟁자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간혹 있다. 2007년 아이폰이 처음 출시됐을 때 당시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였던 스티브 발머는 이를 비웃으며 아이폰이 의미 있는 시장 점유율을 가질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아이폰은 빠르게 모바일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했고, MS는 윈도폰 업에서 결국 철수했다.
마지막으로 탈탄소화와 AI 기반 변화로 다양한 새로운 규제들이 만들어졌다. 리더들은 AI가 불러오는 긍정적 효과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신뢰, 투명성, 윤리적 알고리즘에 반드시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리더들이 AI 관련 새로운 규제와 가이드라인 만들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AI 장점을 드러내는 데 중요하다.

▷기업·제품·일자리 수명은 빠르게 줄어들 것이다. 사람들은 진화를 수용해야 한다. 산업 파괴적 변화는 어느 곳에서나 일어난다. 시장 점유율,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기업은 성공 기업에서 실패 기업으로 추락할 수 있다.
새로운 현실에서 리더는 아마존화 원칙(Amazonification principles)에 따라 경쟁해야 한다. 영원한 파괴자 '아마존'처럼 리더는 관료주의를 무너뜨리고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적 변화의 돌풍'을 수용해야 한다. '아마존화 원칙'은 창조적 파괴적 변화의 돌풍을 수용하기 위해 필요한 사고방식 변화다.
―아마존화 원칙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설명해달라.
▷아마존화 원칙에는 총 6가지가 있다. △규모 경제에서 학습 경제로 △공급망 기반에서 AI 기반 공급 두뇌로 △수직적 권력에서 수평적 신뢰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성장하겠다는 마음가짐에서 인류와 생태계에 중점을 두는 마음으로 △분산된 통제에서 네트워크 중심 탄력성으로 △순응의 문화에서 호기심의 문화로다.
애플이 자사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자동차 산업에 파괴적 변화를 불러오거나 챗GPT가 구글의 검색 사업을 뒤집을 만한 영향을 불러온다고 상상해보자. 현재는 기존 파괴적 기업이 파괴가 되는 세상이다. 대부분 기업들은 파괴적 변화의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자사를 보호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한다. 리스크를 회피하도록 기업 '뇌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파괴적 변화의 장점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 것이다.
기업들은 담대해져야 한다. '파괴적 변화를 '순풍'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강구해야 한다. 파괴적 변화의 장점을 찾으려면 기업은 직원들에게 영향력(power)을 되돌려주는 용기를 가지고, AI와 공존하는 미래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하이얼, 뉴코어, 스포티파이 등 파괴적 변화의 장점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은 (미래 변화에) 맞춘 운영 모델을 구축 중이다. 해당 모델은 자율경영팀(self-managing teams), 빠른 의사결정 주기, 업무 속도와 실행에 방해되는 장애물 제거가 주를 이룬다.
―파괴적 변화에 맞춰 리더십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리더는 본인이 '현상 유지를 위한 수호자'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 대신 스스로를 '현상 유지에 맞서는 도전자'라고 여겨야 한다. 관점의 변화는 가치가 크다. 현재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인식은 과거 생각에서 비롯된다.
모든 사업은 파괴적 변화로 시작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사업의 활력을 유지하려면 상상력이 필요하다. 상상력을 기반으로 사업을 재구성하는 것은 인간의 능력이고, 이를 통해 미지의 세상으로 향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향후 5년 동안 산업을 재편할 파괴적 요소에는 AI, 산업 융합, 인재 부족, 새로운 고객, 새로운 규제, 신규 경쟁자가 포함된다. 모든 산업은 해당 요인들로 파괴적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리더들은 다음 질문들을 해야 한다. △우리 기업의 수십억 달러 규모 사업 철학은 무엇인가 이를 지키고 있는가 △리더십에서 잘 지켜지고 있는 점은 무엇인가. 반대로 약화되고 있는 점은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리더십이 있는가 △미래에 대한 가정 중 어느 것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파괴적 변화 속도가 가속화되는데, 우리는 '항상 해오던 방식'을 없애고 집단적으로 언런(unlearn·기존 지식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배움)할 전략이 있는가 △앞서 말한 모든 것을 지속할 올바른 사고방식과 기업문화,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미래 리더십은 단순 투자수익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능수익률(return on intelligence)'도 미래 리더십에는 중요하다. 리더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학습을 지지하고, 변화를 수용하고, 성장을 주도해야 한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 기업들에 필요한 또 다른 요소가 있다면.
▷신뢰다. 돈이 거래를 위한 화폐라면, 신뢰는 미래 대비를 위한 화폐다. 모든 조직 리더는 '직원들로부터 어떻게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해답은 '신뢰'다.
신뢰는 모든 고성과 리더·조직의 초석이다. 재정적 신뢰, 디지털 신뢰, 윤리적 신뢰, 리더에 대한 신뢰 등 다양한 유형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신뢰와 지능적 위험 감수(intelligent risk―taking) 사이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 직원은 리더가 본인을 신뢰한다고 느끼면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로 용감하게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
업무 자동화는 리더십에 대한 직원의 신뢰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조직들은 최고 인재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조직 회복과 미래 성장의 원천은 신뢰 기반 리더십이다.
핵퓨처랩 설문조사 대상자 중 3분의 1은 AI와 자동화로 몇 년 후 본인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탈세계화와 글로벌 노동 부문 공급망 문제로 기업은 챗GPT, 제미나이, '인공지능 일상화(AI everywhere)' 전략을 선호하지만 이는 조직 내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기업들이 변화에 실패하는 이유는 기술 때문이 아니다. 조직 내 신뢰가 부족해 실패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파괴적 변화는.
▷샌프란시스코에 출장 갔을 때 구글 무인자동차 '웨이모'를 탄 적이 있다. 저서에서도 말했듯 그전부터 웨이모에 대해 많은 정보를 읽었고, 이에 관심 있어 탑승에 도전했다. 사실 무인자동차를 타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알지 못해 긴장이 많이 됐다. 용기를 내 호텔로 웨이모를 불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도착했다.
웨이모를 처음 마주했을 때 반응은 창피함이었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웨이모 자동차를 뚫어져라 쳐다봤고, 내겐 당장 탑승 취소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났다.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했고, 심장이 터질 듯한 상태로 웨이모를 향해 걸어갔다. 드디어 자동차에 탑승한 후 주행하기 시작하는데 한 보행자가 겁에 질린 채 '이건 뭐야' 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무인자동차라는 파괴적 변화를 경험하며 두려움과 기대를 동시에 느꼈다. 오늘날 우리는 언제, 어디든 파괴적 변화가 일어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앞서 말했듯 현재는 리더들이 사고방식을 재구성해야 하는 매우 상징적인 순간이다.
테런스 모리 설립자는
테런스 모리 핵퓨처랩 설립자는 과거 글로벌 커뮤니케이션·광고 에이전시 '사치&사치' 디렉터로 근무하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노바티스 등을 고객사로 뒀다. 그의 삶은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하며 한순간에 바뀌었다. 예기치 않은 '파괴적 변화'를 겪은 그는 이후 '예측하지 못한 변화가 일어나면 리더는 어떤 전략으로 기업 전환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연구하고 조언하게 됐다.2020년부터 2024년까지 IE 비즈니스스쿨 겸임교수로 일했다.
[윤선영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