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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금 보증 없이는 수주계약 어려워"… 속타는 중형 조선사

조윤희 기자
채종원 기자
입력 : 
2025-01-10 17:47:49
수정 : 
2025-01-10 20: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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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조선업계의 수주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정부와 금융업계가 금융 지원을 확대했지만, 중형 조선사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형 조선사들은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 확대가 필수적이며, 국내 대형 조선사와 비교해 RG 발급 금액이 현저히 낮은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표명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중형 조선사의 수주 확대에 주목하고 RG 추가 발급 여부에 대해 협의 중이며, 조선업계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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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선수금 환급 보증액
중소 1조, 대형사 14조 쏠려
"수주 호황기 한도확대 절실"
당국, 추가발급 여부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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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와 금융업계가 조선업계의 수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금융 지원 확대에 나섰지만 중형 조선사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랜만에 찾아온 조선업계 호황으로 회생 기회를 맞은 중형 조선사들이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 확대 방안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조선업 RG 발급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형 조선사 3사에 대한 RG 발급 지원 금액이 100억달러(약 14조원)를 넘긴 데 반해 대한조선과 케이조선 등 중형 조선사 2곳이 받은 금액은 약 7억9000만달러(1조원)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하반기 선박 수주에 성공한 HJ중공업은 올 들어 RG 발급을 협의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정해진 기한 내에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하는 등 선박 발주에 문제가 생길 경우 금융회사가 선주에게 선수금(선박 건조대금의 40%)을 대신 물어주기로 약정하는 보증이다. 이는 선박 건조 계약에서 필수 요소로 꼽힌다. 신용도가 높은 대형 조선사는 RG 발급에 특별한 어려움이 없지만 중형 조선사의 경우 RG를 발급받아야 선주로부터 선수금을 받아 선박 건조에 착수할 수 있다. RG 발급이 거부되면 수주 계약이 중단되기도 한다.

그동안은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중형 조선사의 RG 발급을 전담해왔다. 작년 6월부터 5대 시중은행과 IBK기업은행 등 9개 은행도 한국무역보험공사의 특례보증(95%)을 바탕으로 RG를 발급하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올해 중형 조선사 3사(대한조선·케이조선·HJ중공업)의 경우 합산 30억달러 이상의 RG 발급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중형 조선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중형 조선사들의 연이은 수주 규모를 고려하면 중형급 조선사 한 곳에 필요한 연간 RG 발급 금액은 연간 10억달러 수준"이라며 "중국 조선사들은 자국 정부가 나서서 RG를 발급하는 데 반해 국내 중형 조선사들은 계약을 따내고도 여전히 RG 발급 한도 부족으로 계약 취소를 걱정해야 한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문호가 열렸지만 여전히 중형 조선사가 넘어야 할 허들은 높다. 금융기관이 수주 단계에서부터 저가 수주 여부를 확인하고, 조선소를 담보로 요구하는 등 발급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사들이 중형 조선사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못한 것은 과거의 경험 때문이다. 조선업 침체로 대규모 RG 손실을 경험한 5대 시중은행은 중형 조선사에 대한 RG 발급을 지난해 들어서야 재개했다. 무려 11년 만이다.

그러나 금융기관은 중형 조선사 3사가 모두 적자를 냈던 지난 3년치 실적을 기준으로 건전성을 평가하다 보니 RG 발급 한도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중형 조선사들은 최근 수주 물량이 증가하며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HJ중공업의 경우 유지·보수·정비(MRO) 사업과 친환경 선박 경쟁력에 힘입어 지난해 수주액 1조7500억원을 기록해 창사 이래 최대 수주액을 올렸다. 케이조선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주 잔액은 13억달러로 전년 동기(8억달러) 대비 60% 늘었다. 한때 워크아웃까지 갔던 대한조선은 조선업 호황 국면을 맞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올해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올해 추가적인 수주가 예정돼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RG 발급 한도가 늘지 않은 점은 중형사의 고민거리로 남았다.

금융당국도 최근 중형 조선사의 수주가 확대되고 있는 점을 파악하고 RG 추가 발급 여부에 대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선 추가 수주 건에 대해선 산은이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진행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시중·지방은행에서 무보 특례보증을 통해 지원하는 것을 계속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조윤희 기자 /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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