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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판 배민’ 만든 플랫폼 전문가 [CEO LOUNGE]

나건웅 기자
입력 : 
2025-01-16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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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우아한형제들 신임 대표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튀르키예에서 음식 배달 플랫폼 등을 창업·경영하며 전문성을 인정받은 김범석 전 트렌디욜고 대표(43)가 주인공이다. 지난해 7월 이국환 전 대표가 급작스레 물러난 이후 약 6개월 만에 새 대표 선임으로, 그동안은 피터 얀 반데피트 딜리버리히어로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임시 대표직을 맡아왔다.

우아한형제들 리더십 전환에, 배달·유통업계 관계자는 물론 배민에 입점한 수많은 자영업자 이목도 덩달아 쏠린다. 특히 지난해 약속했던 배달 앱 수수료 차등화 시점에 관심이 많다.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해온 김 신임 대표가 한국에서는 어떤 혁신을 보여줄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1982년생/ 미국 조지워싱턴대 국제관계·경제학과/ 2013년 TPG캐피탈 어드바이저/ 2014년 우버 튀르키예 창립 총괄/ 2017년 겔깃 창업자/ 2018년 글로보 튀르키예 창립 총괄/ 2020년 트렌디욜고 창립 대표/ 2025년 우아한형제들 대표(현)
1982년생/ 미국 조지워싱턴대 국제관계·경제학과/ 2013년 TPG캐피탈 어드바이저/ 2014년 우버 튀르키예 창립 총괄/ 2017년 겔깃 창업자/ 2018년 글로보 튀르키예 창립 총괄/ 2020년 트렌디욜고 창립 대표/ 2025년 우아한형제들 대표(현)

과거의 경쟁자 영입한 DH

튀르키예 1등 배달 앱 사업 총괄한 경험

김범석 대표는 경력 대부분을 해외에서 이어온 글로벌 전문가다.

한국 출생으로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국제관계·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유년 시절을 보냈던 튀르키예에서 여러 온디맨드(수요자 요구에 즉각 반응해 제품·서비스 제공) 사업을 직접 설립하고 운영한 경험이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 TPG캐피탈 자문역으로 사회 첫걸음을 내디딘 이후 글로벌 차량 공유 플랫폼 ‘우버’를 튀르키예로 들여와 법인 설립을 주도했다. 당시 우버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TPG캐피탈에서 근무하며, 9000만명이 넘는 인구와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을 보유한 튀르키예 시장 가능성을 주목해왔던 터다.

우버에서 나온 뒤엔 글로벌 음식 배달 앱 ‘글로보’의 튀르키예 창립 총괄, 그리고 알리바바 산하 배달 플랫폼 ‘트렌디욜고’의 창립 대표 등을 거쳤다. 튀르키예 현지판 우버로 불리는 ‘겔깃’을 직접 창업해 3년간 운영한 경험도 있다.

플랫폼 시장 이해도와 경영 능력은 검증된 셈이다. 우아한형제들 역시 김범석 대표가 갖춘 온디맨드 플랫폼 경험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김 대표는 신규 시장에 우버·글로보 등 플랫폼 사업을 안착시키는 과정에서 시장 참여자들과 적극 소통해 빠른 성장을 이끌어낸 경험을 가진 경영인”이라며 “글로벌 경험과 온디맨드 플랫폼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과 지속 가능성을 주도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선임 이유를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도 예전부터 김 대표를 눈여겨 봐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DH는 몇 년 전만 해도 김 대표와 경쟁 관계에 있었다. DH는 2016년 튀르키예 최대 배달 앱 ‘예맥세페티’를 인수하며 튀르키예 음식 배달 시장에 뛰어든 바 있다. DH가 즐겨 써왔던 ‘로컬 1위 인수 전략’을 튀르키예에도 적용했다. 김 대표는 2018년 스페인 기반 글로벌 배달 플랫폼 ‘글로보’의 튀르키예 법인 설립을 주도하며 현지 사업 총괄을 맡았다. 2020년에는 알리바바 배달·음식품 플랫폼 ‘트렌디욜고’ 창립 대표로 자리를 옮기며 DH와 경쟁을 이어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사업 총괄을 맡은 트렌디욜고는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이후 글로보까지 인수한 DH 점유율을 뛰어넘으며 현지 1위 배달 플랫폼으로 성장했다”면서 “경쟁 상대였던 김 대표의 수익 창출과 경영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진설명

“복잡한 UI 개선하고 신사업 확장”

수수료 인하 등 상생안, 올 2월 중 시행

“2025년에는 배민을 다시 성장의 궤도에 올려놓겠다.”

올해 1월 8일 김범석 대표가 내놓은 첫 메시지다. 지난해 들어 다소 정체를 겪고 있는 배민 사용자 수를 늘리고 실적도 개선하겠다는 포부다. 소비자 경험을 중심으로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개편하고, 2월 입점 점주와 동반 성장을 위한 다양한 상생안을 시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앞으로 과제는 결국 2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신성장동력 확대다. 배민B마트와 장보기·쇼핑 서비스가 순조롭게 성장 중이긴 하지만 매출 절대 비중은 여전히 음식 배달 수수료에 치중돼 있다. B마트는 물류 과정 효율화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최적 배달 거리·동선 계산으로 고객 편의를 높일 예정이다. B마트에 없는 상품을 빠르게 배달하는 배민 장보기쇼핑은 입점 가게를 늘려갈 예정이다. 최근에는 홈플러스·이마트 점포가 일부 입점하는 등 하이퍼마켓으로 불리는 대형마트도 속속 들어오고 있다. 여기에 정육·청과 등 일반셀러 입점도 확대한다.

김범석 대표 경험치도 배민 퀵커머스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가 5년간 운영해온 트렌디욜고 역시 음식을 비롯해 식료품 배달까지 했던 플랫폼이다. 코로나 팬데믹·고환율 등 어려운 튀르키예 경제 상황 속에서도 트렌디욜고를 시장에 빠르게 안착시키고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일반 소상공인이 기존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입점 비용과 포장·배송 등 다양한 허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배민은 별도 입점 비용이 없고 일정 수수료를 내면 주문에서 배달까지 간편하게 판매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지속적인 입점 업체 다변화와 서비스 고도화로 음식뿐 아니라 다양한 상품을 배달하는 앱으로 성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음식 배달과 포장에 이어 식당 홀에서도 배민으로 주문할 수 있는 ‘배민오더’, 2023년 자체 개발한 ‘배달로봇’ 사업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로봇이 음식을 배달하는 배달로봇은 지난해 도로교통법 등 관련법이 통과·시행되며 법적 진입장벽이 낮아진 상황이다. 올해는 서울 일부 지역에서 배달로봇 실증을 진행하기로 했다.

두 번째 과제는 역시 ‘상생’이다. 배민은 지난해 배달 앱 수수료 인상으로 엄청난 비난 여론에 직면한 바 있다. 자영업자 부담을 키운 주범으로 지목되며 불매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쿠팡이츠 등에 빼앗긴 사용자와 사장님을 되찾아오는 동시에 이미지 회복도 절실한 상황이다.

우선 민관이 함께 참여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에서 합의한 중개이용료 인하 상생안 실행을 앞두고 있다. 1월 중 상생안 세부 사항을 시장과 공유하고, 2월엔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는 것이 김 대표 계획이다. 상생안은 현행 9.8%인 수수료를 입점업체 거래액에 따라 최저 2%에서 최고 7.8%까지 차등 적용하는 형태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입점 점주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 중개이용료 인하를 올 초 차질 없이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또 전통시장 배달 중개이용료 무료 혜택을 전국으로 확대해 영세 소상공인과 상생도 강화할 예정”이라며 “지난해 약속한 ‘2030년까지 2000억원 규모 사회적 투자’도 차질 없이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3호 (2025.01.15~2025.01.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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