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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운용 김영성 대표,리브랜딩 惡手…3위도 위태

문지민 기자
입력 : 
2025-01-10 13:07:41
수정 : 
2025-07-09 07: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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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시장서 존재감 어디로

“RISE(떠오른다)는커녕 가라앉는 것 같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KB’나 ‘STAR’ 키워드를 왜 버렸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검색 순위로 먼저 뜨는 A로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RISE’를 앞세운 전략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 운용업계 임원이 KB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ETF) 경쟁력을 두고 한 얘기다.

KB자산운용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급성장하는 ETF 시장에서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리브랜딩까지 하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지만 오히려 후발 주자에 더 쫓긴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이어 3위였던 KB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한국투자신탁운용에 그 자리마저 빼앗겼다. 한투운용이 거세게 치고 올라오며 점유율 상승은커녕 3위도 위태롭다.

KB자산운용이 ETF 시장에서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리브랜딩까지 하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KB자산운용 제공)
KB자산운용이 ETF 시장에서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리브랜딩까지 하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KB자산운용 제공)

‘KB’ ‘STAR’까지 버리면서

리브랜딩 대열에 편승했지만…

지난해 1월 새로 부임한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는 지난해 6월 새로운 ETF 브랜드로 ‘RISE’를내세웠다.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ETF 브랜드에서 모회사로 브랜드 가치가 높은 ‘KB’는 물론, 오랜 기간 공들인 키워드 ‘스타(STAR)’마저 배제했기 때문이다.

KB자산운용은 2008년 ETF 시장에 진출할 때부터 ‘KSTAR’라는 이름을 썼다. 2016년에는 ‘KBSTAR’로 브랜드를 변경해 KB금융그룹 정체성을 더욱 강화해왔다.

STAR는 2002년 국민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기 이전부터 세계 금융의 ‘별’을 지향한다는 비전을 담아 만든 브랜드다. KB는 국내 리딩금융그룹으로 막강한 브랜드파워를 가진다. STAR 역시 그룹의 통합 브랜드로 사용하며 꾸준히 브랜드 가치를 높여왔다. 특히 금융 시장에서는 신뢰도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아 인지도가 더욱 중요하다.

김 대표가 부임한 이후 ETF 브랜드 변경을 검토할 때도 새로 후보에 오른 이름 대부분 KB그룹과 연관성이 짙었다. 2023년 말 진행한 ETF 브랜드 이름 사내 공모에서 KB증권 등에서도 사용하는 ‘able’이 상위권에 올랐다. a로 시작하면 ETF 검색에서 상단에 뜰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또한 KBSTAR에서 STAR를 뺀 ‘KB’가 유력하게 언급되기도 했다.

국내 4대 금융지주 계열 다른 자산운용사를 봐도 모두 그룹 자체 브랜드를 사용한다. 신한자산운용은 기존 ETF 브랜드 ‘SMART’를 그룹 디지털 브랜드인 ‘SOL’로 바꿨다. 하나자산운용도 지난해 10년 넘게 써왔던 ‘KTOP’ 브랜드를 버리고 그룹 통합 브랜드인 ‘1Q’로 변경했다. 우리자산운용은 그룹 브랜드인 ‘WOORI’를 쓴다. 이런 분위기에서 김 대표가 ‘KB’나 ‘STAR’를 지운 건 그만큼 새로 태어나는 수준의 강력한 개혁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

김 대표는 리브랜딩을 진행하며 마케팅 비용도 상당히 지출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KB자산운용은 광고선전비로 37억원을 썼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0억원) 대비 260% 넘게 늘어난 수치다. 광고선전비를 늘린 이유는 ‘RISE’라는 새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서다. ETF는 기존 펀드와 달리 누구나 쉽게 매수·매도할 수 있어 소비자가 브랜드를 알고 있느냐는 성과에 영향을 끼친다.

한투운용에 ETF 3위 자리 내줘

美 액티브서 신상품 역량 뒤처져

마케팅에 공을 들였지만, 김 대표 취임 후 1년간 성과는 초라하다.

지난해 12월 기준 KB운용 순자산총액(AUM)은 13조1260억원(점유율 7.58%)으로, 전체 자산운용사 ETF 점유율 순위에서 4위로 밀려났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순자산 13조1990억원(점유율은 7.62%)으로 3위 자리를 꿰찼다. 1년 전만 해도 KB운용은 순자산총액 9조6449억원(7.75%)으로 3위를 기록, 4위 한투운용(6조3639억원, 5.11%)과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한투운용의 매서운 추격에 점유율은 크게 좁혀졌고, 순위마저 역전됐다.

2025년 들어 자금 유입으로 KB자산운용은 3위로 복귀하기는 했지만, KB자산운용의 ETF 시장점유율은 7.9%에서 7.5~7.6%로 여전히 쪼그라든 상태다. 반면 한투운용은 4%대에서 7.5%대로 크게 끌어올렸고, 두 회사의 AUM 격차는 1000억~2000억원대에 불과하다.

KB자산운용의 실패 요인으로는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이 꼽힌다. 지난해 ETF 수익률을 결정지은 건 미국 시장에 얼마나 과감하게 투자하느냐였다. 나스닥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등 미국 대표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1년 내내 강세를 이어간 영향이다. 매경이코노미가 미국 투자 ETF 수익률을 조사해보니 상위 10위권에 KB자산운용 ETF는 한 개도 없었다. 경쟁사인 한투운용이 ‘미국 빅테크(1위)’ ‘미국주식베스트셀러(7위)’ 등으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KB운용은 지난해 한투운용에 3위를 위협받자 KB금융 계열사로부터 ETF 투자를 받기도 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린 한투운용은 시장 트렌드 변화에 맞춰 과감하게 새 상품을 내놨다”며 “미국 ETF는 물론 레버리지 상품까지 적극적으로 내놨는데 KB자산운용은 이 같은 변화를 좇는 데 늦은 감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해외 투자와 월배당 상품, 삼성자산운용이 국내 채권·레버리지 상품에서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1~2위를 넘보려는 3위 운용사로서 단순히 마케팅 경쟁에만 치중해서는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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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새 수장에 노아름 실장 승진 발령

조직 개편 인사에도 곳곳에서 잡음

업계에서는 김 대표의 용인술을 언급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지난해 초 한투운용의 ETF 핵심 인력인 김찬영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을 영입해 신임 ETF 사업총괄로 선임했다. 김 본부장은 한투운용에서 ‘KINDEX’를 ‘ACE’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또 ETF 2개 본부를 ETF사업본부로 통합하고 산하에 ETF운용실과 ETF상품기획실, ETF마케팅실 등 3실을 배치하고 ETF 조직을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했다. KB자산운용에서 ETF마케팅본부를 이끌어왔던 금정섭 본부장은 자리를 잃자 한화자산운용으로 옮겼다. 차동호 이사도 키움증권으로 이동하며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이후 핵심 인력 퇴사와 외부 인력 영입 불만에 따른 내홍이 이어졌다.

혼란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형이다. 김찬영 본부장은 ETF 점유율 하락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본부장에서 물러났다. KB자산운용은 1월 13일 노아름 ETF 운용실 실장을 ETF 본부장으로 발령했다.

[문지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3호 (2025.01.15~2025.01.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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