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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업계 뒤흔드는 차액가맹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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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행이냐, 부당이득이냐

‘차액가맹금’ 소송 이슈가 한국 프랜차이즈 업계 전체를 집어삼켰다. 일부 가맹점주가 “그동안 부당하게 벌어들인 차액가맹금을 돌려달라”고 주장하며 가맹본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는 중이다. 한국피자헛을 시작으로 소송전은 치킨·슈퍼·아이스크림 등 업종 전반으로 일파만파 확산되는 중이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소송에 패할 경우 그동안 점주에게 원부자재를 공급하며 관행처럼 챙겨온 ‘마진’을 토해내야 할 입장에 처했다. 당장 타격이 큰 브랜드도 있다. 피자헛은 점주에게 돌려줘야 할 반환금이 210억원으로 책정되며 기업회생절차까지 돌입했을 정도다.

가맹점주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해 수백억원을 배상하게 된 한국피자헛이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일부 점주 본부 계좌 압류 등 조치로 발생한 일시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가맹점주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해 수백억원을 배상하게 된 한국피자헛이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일부 점주 본부 계좌 압류 등 조치로 발생한 일시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차액가맹금 뭐길래

원부자재 웃돈 붙여 점주에 공급

‘차액가맹금’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명칭은 생소하지만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점주가 본사로부터 구매하는 원·부자재에 본사가 붙이는 ‘웃돈’으로, ‘유통 마진’과 비슷하다고 보면 이해가 편하다. 예를 들어 본부가 도매가 5000원에 사온 닭 한 마리를 점주에게 6000원을 받고 공급했다면 차액가맹금은 1000원이 된다. 시장가와 공급가 사이 ‘차액’이라는 점에서 차액가맹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일반적인 ‘가맹금’과는 구분된다. 가맹금은 점주가 브랜드 사용을 대가로 본부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형태다. 보통은 매달 매출을 특정 퍼센트(%)로 계산한 금액이나, 사전에 정해진 액수를 ‘로열티’로 낸다. 하지만 국내 실상은 가맹금 없이 차액가맹금으로만 운영되는 프랜차이즈 기업이 다수다. 업계에서는 국내 프랜차이즈 중 차액가맹금에 기반해 수익을 챙기는 본부가 9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한다.

“부당이득 돌려달라” 점주 줄소송

피자헛 이어 치킨·카페 등 업종 불문 확산

차액가맹금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가맹사업법이 인정하는 가맹금 종류다. 본부는 브랜드를 보호하고 상품·용역 통일성과 동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원부자재 등을 필수품목으로 지정하고 가맹점에 거래를 강제할 수 있다.

문제는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매달 특정 액수가 정해지는 일반 가맹금과 달리, 차액가맹금은 본부가 점주로부터 얼마나 떼어가는지 알기 어려운 구조다. 품목마다 웃돈을 붙인 정도가 다 다르고 시장가도 계속 바뀐다. 차액가맹금 존재조차 모르는 점주도 부지기수다.

특히 직영점에서 가맹점으로 전환 후 의문을 느끼고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동일 매장을 가맹으로 전환했을 뿐인데, 직영점 때 공급가 기록과 비교해보니 같은 원·부자재를 더 비싸게 판매하는 본부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2019년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차액가맹금을 정보공개서에 기재하도록 의무화했다.

줄소송 기폭제가 된 피자헛 사태 역시 정보공개서에 차액가맹금이 기재되고 나서야 그 존재를 파악하고 소송에 나선 케이스다. 한 피자헛 가맹점주는 “본부에는 로열티와 광고비로 이미 가맹금을 부담하고 있는데, 합의도 없이 차액가맹금을 추가로 부과한 것은 부당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피자헛 점주 94명은 본부를 상대로 ‘차액가맹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2022년 1심에 이어 2024년 9월 2심에서도 승소했다. 법원은 “본부가 점주로부터 받은 차액가맹금 약 210억원을 반환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bhc·배스킨라빈스·푸라닭·롯데슈퍼 등 업종을 불문하고 유사 소송이 확산하고 있다. BBQ·교촌치킨 등 치킨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투썸플레이스·이디야커피 등 다수 프랜차이즈 점주도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점주 “합의 없었다” vs 본부 “고지했다”

본부 “차액가맹금, 광고비 등으로 재투자”

점주와 본부 의견은 첨예하게 갈린다. 점주 측에서는 ‘사전 합의’ 여부가 핵심이라고 말한다. 차액가맹금 수취 요건에 따르면 점주와 본부 사이 별도 합의가 필수다. 가맹 계약상 합의 없이 얻은 차액가맹금은 부당이득이므로 반환 대상이라는 게 점주 측 설명이다. 피자헛과 bhc 소송을 맡아 진행 중인 현민석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차액가맹금이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부과된다면 민사법상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며 “그럴 일은 없겠지만 본부가 지금보다 열 배, 스무 배 더 많은 마진을 붙여 물품을 공급하기로 변경했다고 상상해보자. 만약 소송 결과가 본부 쪽 손을 들어준다면, 점주 입장에서는 가맹 계약 해지 말고는 대응할 방법이 없는 셈이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본부 측은 차액가맹금이 정당한 사업 관행이라는 입장이다. 과도한 로열티를 받지 않는 대신 본부가 수익을 내기 위한 수단으로, 오랜 기간 점주와 본부 사이 형성된 업계 관행이라는 설명이다. 일반 마트나 편의점에서 그렇듯, 구매 접근성을 높여주는 대신 추구하는 ‘유통 마진’과 다를 게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점주가 원·부자재 구입을 위해 찾아다니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주는 대가라는 관점이다.

몇몇 본부에서는 “피자헛과 다른 브랜드는 상황 자체가 다르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피자헛은 명시되지 않은 차액가맹금을 받았던 것이 문제였다”며 “이와 달리 최근 소송에 나선다고 언급되는 곳들은 계약서나 정보공개서에 차액가맹금에 대한 고지가 충실히 이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점주 측은 해당 주장 역시 정면으로 반박한다. 현민석 변호사는 “정보공개서에 차액가맹금을 명시했다고 해도, 이는 단순한 사실 고지일 뿐 점주 ‘동의’를 받은 것으로는 볼 수 없다”며 “차액가맹금이 정당화되려면 가맹 계약 시 본부가 점주와 명확히 합의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액가맹금 줄소송 여파는

로열티 정착 필요하지만 요원

차액가맹금 소송으로 본부는 최대 수백억원 돈을 반환해야 할지도 모를 상황에 놓였다. 이제 시선은 ‘대법원 판결’로 쏠린다. 한국피자헛 본부는 차액가맹금 항소심 결과에 대법원 상고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점주가 승소한다면 여태 논의가 없던 브랜드 점주 사이에서도 소송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본부와 점주 사이 갈등 해소를 위해 업계 전반에 ‘투명한 수익 구조’가 정립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계산이 어렵고 불투명한 차액가맹금을 없애는 대신 ‘로열티’ 중심으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가맹점 매출에 비례한 로열티’ 정착 필요성이 제기된다. 가맹점 매출 증대가 본사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가 마련되면 투명성은 물론 ‘상생’ 역시 자연히 따라온다.

주윤황 장안대 유통경영과 교수는 “점주가 계약 내용을 쉽게 이해하고 본사 수익 구조를 투명하게 바꾸려면 비교적 단순한 로열티 방식으로 일원화를 고민해볼 때”라며 “당장 점주 입장에서는 ‘내가 번 돈을 로열티로 왜 가져가냐’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필요한 변화”라고 말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2호 (2025.01.08~2025.01.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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