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최고의 화가인 피카소, 한국 현대미술 거장으로 불리는 이우환 화백 등 유명 작가의 미술 작품은 가격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경매가가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까지도 호가하죠. 그래서 원본은 놔둔 채 소유권을 수백~수만 조각으로 나눠 공동 구매하는 방식이 최근에 도입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와인은 애매합니다. 누군가 마시지 않고 보관을 제대로 해줘야 할 뿐만 아니라 적당한 숙성기간을 지나 잠재력이 터진 와인을 한잔이라도 마셔봐야 그 가치를 진정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귀한 와인은 구하기도 어려운데다, 1병을 통째로 사서 마시는 건 지갑이 얇은 사람들에겐 그림의 떡입니다. 그래도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5대 샤토 같은 전설적인 와인을 한잔이라도 경험해 보는 것이 모든 와인 애호가의 로망인데 말이죠.
이 같은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와인바가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올글라스 와인바를 표방하는 ‘뱅룩(VINLuK)’입니다.
일반적인 와인바에서도 글라스 와인을 판매하지만 뱅룩은 비싼 와인부터 저렴한 와인까지 다양하게 갖춰놓고 병이 아닌 오로지 잔으로만 와인을 판매합니다. 지난 10월에 문을 열어 아직 고급스러운 와인을 많이 가져다 놓지 못했을 것 같지만 시중에서 구매할 경우 1000만원이 넘는 ‘샤또 페트뤼스 2004’, 보르도 5대 샤토 중 하나인 ‘샤토 마고 1999’ 등이 와인셀러에서 영롱하게 빛나고 있죠. 이밖에도 현재 약 60여종의 와인을 판매하고 있고 앞으로 더 늘려갈 것이라고 하네요.
![수백만원짜리 와인은 깨야 맛이지…문을 찾지 못해 헤매고 와인잔 매력에 흠뻑 빠지는 와인바 ‘뱅룩’ [푸디人]](https://pimg.mk.co.kr/news/cms/202412/29/news-p.v1.20241226.e3cf2b01ed3a49b090e5c9610e2157c6_P1.png)
또한 뱅룩이 다른 와인바와 다른 점은 고급 크리스탈 와인잔을 선택해서 마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바에 들어서면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프리미엄 와인잔이 눈길을 사로잡죠. 비싼 건 수십만원을 넘어가니 절대 조심하시고요.
흔히들 와인을 제대로 마시려면 평범한 유리 와인잔이 아닌 장인들이 한땀 한땀 공을 들인 크리스탈 와인잔으로 즐겨야 한다고 하는데 접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집에서는 엄두도 못 내는 ‘와인잔 플렉스’를 여기서는 마음껏 할 수 있다 보니 저도 모르게 갬성이 폭발하네요.


전 세계의 다채로운 와인을 글라스로 한 잔씩 마셔볼 수 있는 국내 최초 올글라스 와인바 ‘뱅룩’의 문을 연 곽성진 총괄소믈리에로부터 글라스 와인바의 매력을 들어보겠습니다.
- 뱅룩은 어떤 곳?
▶뱅룩(VINLuk)은 와인을 뜻하는 ‘뱅(VIN)’과 행운을 뜻하는 ‘럭키(LUCKY)의 줄임말 ‘룩(LUK)’을 더해 ‘와인 한잔의 행운’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유명 와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가성비 와인들까지 글라스로 한 잔씩 마셔볼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올글라스 와인바’이죠. 저희는 와인을 병으로 판매하지 않습니다.
- 뱅룩을 만든 이유는?
▶일본이나 홍콩, 싱가포르에 가보면 글라스 바들이 잘 되어 있더라고요. 한 병을 마시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대의 좋은 와인들을 즐기고 싶은 욕구가 점차 생겨난 거죠. 그리고 요즘에는 술을 취할 때까지 드시지 않고 ‘가심비’ 있게, 딱 그 순간을 즐기시는 것 같아요.

- 현재 제공할 수 있는 와인은 몇종?
▶와인 리스트는 3~4주마다 계속 변경이 되고 앞으로 계속 맛있는 와인이 들어올 예정입니다. 현재는 디스펜서에서 24종을 보관하고 있고 코라뱅이라는 기계를 사용해 30여 종 이상을 제공 중이니 약 60여종의 와인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 고객의 눈길을 끄는 와인은?
▶와인 애호가분들이라면 샤토 마고 등 프랑스 보르도 5대 샤토가 흥미를 끌 것 같고요. 보르도 우안 쪽에 있는 생테밀리옹 지역의 와인, 또한 포므몰 지역의 페트뤼스 등 시중에 소매가가 1000만원 이상인 와인들도 잔으로 드실 수 있습니다. 현재 가장 비싼 와인은 ‘샤또 페트뤼스 2004’가 준비되어 있는데 1000만원 이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뱅룩에 들어서면 수십만원짜리의 고급 크리스털 와인잔 수십 개가 바 테이블 건너편에서 세련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을 알게 됐네요. 명품 브랜드 와인잔의 무게가 같은 라인이라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이죠.
잘토 보르도 덴카르트 와인잔 3개를 와인양을 측정하는 저울로 측정했는데, 눈에 띄게 숫자가 다르게 나오네요. 물론 ㎖와 g은 부피와 무게 단위라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지만 실제 잔을 들어보면 무게감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만들다 보니 기계로 찍어내는 것처럼 똑같이 만들 수는 없나 봅니다.
- 와인글라스가 눈길을 사로잡는데?
▶지허, 리델, 잘토, 시도니우스, 죠세핀, 쇼트즈위젤 등 다양한 프리미엄 와인잔을 사용하고 있고 와인 스타일에 맞춰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또한, 평소 궁금했던 잔이 있다면 그 와인잔으로도 서비스해 드리고 있죠. 보통 와인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와인잔의 매력을 이미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명품와인잔은 세련된 디자인뿐만 아니라 와인애호가들에게는 감각적이고 경험적인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형태에 따른 와인의 향과 맛을 극대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예술 작품과 같은 아름다운 디자인을 통해서 와인을 마시는 경험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현재 가장 고가의 잔은 리델블랙타이 시리즈이고 버건디잔으로, 볼(Bowl) 넓어서 향을 중시하는 피노누아 품종을 천천히 풀어가면서 즐기시기에 최고의 잔이라고 생각합니다.

- 와인 서빙은 어떻게?
▶저희는 와인디스펜서와 코라빈(CORAVIN) 두 가지의 기계를 사용함으로써 와인의 맛을 오랫동안 맛있게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와인 디스펜서의 경우 온도조절과 탭기능 뿐만 아니라 오픈된 와인을 따랐을 때 질소가스가 들어가는 원리로 산화 방지를 도와 2주 정도 와인이 보관됩니다. 코라빈의 경우 니들(얇은 빨대 형태)이 코르크에 들어가 가스를 주입함과 동시에 와인을 추출하는 원리로 순수 질소 가스가 와인을 안정화해주며 1년 이상 와인을 변화 없이 마실 수 있습니다. 코르크는 사람의 살처럼 아물기 때문에 구멍이 메워져 산소가 차단됩니다. 스파클링 와인도 코라빈을 이용해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 뱅룩만의 특별한 서비스는?
▶고객마다 와인에 대한 선호도나 경험치가 다르기에 저희는 한 분, 한 분 맞춤 추천을 해드리는 소믈리에 셀렉션이 있습니다. 50ml 와인 2잔을 제공해드리는데 가격은 2만원과 4만원짜리가 있습니다. 또 와인력을 올릴 수 있는 스페셜 테이스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페셜 테이스팅은 이미 알려진 명품와인 또는 유명 생산지역의 와인들을 테마별로 묶어서 마셔볼 수 있는 코스입니다. 뱅룩 인스타그램에 새로운 코스를 공지하니 참고해주세요.


뱅룩의 인테리어는 매우 독특합니다. 미국 금주령 시기에 단속을 피해 몰래 술을 팔고 마시던 ‘스피크이지바’ 콘셉트인데 문이 엘레베이터 형식이라 입장부터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다른 문이 어디있는지 한참을 찾게 되죠. 왜 이렇게 어렵게 해놨을까요?
- 인테리어가 독특한데?
▶손님들이 오시다가 다들 헤매십니다.ㅎㅎ 뱅룩은 스피크이지바 형태라 그렇습니다. 입구는 엘리베이터 컨셉인데 와인입문자 그리고 애호가분들 모두 와인의 경험을 한단계 끌어 올리자는 의미도 있습니다(그래서 아래로 내려가는 버튼을 누르면 문이 안열린다). 엘레베이터 안으로 들어오면 어디로 가야 할지 헤매게 되는데요. 들어와서 왼쪽의 벽을 밀어주면 문이 열리게 됩니다.
- 와인병을 부셔 만든 액자는?
▶입구에 페트뤼스(Chateau Petrus) 와인병부터 내부에는 샤또 라투르(Chateau Latour), 샤또 무똥 로칠드(Chateau Mouton Rothschild), 샤또 오브리옹(Cahteau Haut Brion),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 등 다양한 명품와인들을 줄줄이 깨뜨려 놓은 작품들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이제는 병으로 마시지 말고 깨부숴서 잔으로 마시자’는 뱅룩의 메시지가 담겨있습니다.
- 국내 와인시장 전망은?
▶경기가 어려워졌지만 한국의 와인시장은 매년 다양해지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때 수많은 와인샵들이 생기고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도 다양한 와인들을 취급하면서 와인의 대중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술에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 아닌 편하게 분위기있게 또는 와인을 이해하면서 술을 즐기는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죠.
특히 가까운 일본, 홍콩, 싱가포르에만 가더라도 다양한 잔술문화가 잘 형성되어 있습니다. 한국 와인애호가분들은 배우면서 즐기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나라에 비해 젊은 고객층들이 많은 편이라 경험을 중시하려는 글라스에 대한 니즈들도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믿습니다.
- 향후 목표는?
▶한잔의 즐거움을 많이 알리고 싶고 이러한 문화를 이끄는 성장동력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소믈리에이자 와인사업가로서 뱅룩 같은 하나의 멋진 컨셉이 시장에서 잘 성장했으면 좋겠네요.
2003년 와인샵과 레스토랑에서 소믈리에로 일을 하면서 와인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2007년 영국 런던의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아카데미 본원에서 공부를 마치고 영국 남부에 있는 브라이튼 대학교에서 와인비즈니스와 양조학을 전공했다. 이후, 미국 E&J 갤로 와이너리에서 7년간 유통, 세일즈, 마케팅 등 다양한 와인 비즈니스 경험을 쌓고 현재는 와인 수입사, WSET 인증강사, 프랜차이즈 마케팅, 와인 유투버 등 와인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