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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전환 기대…정철동 승부수 통했나

김경민 기자
입력 : 
2024-12-24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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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전망 쏟아지는 LG디스플레이

‘정철동 매직’이 비로소 통한 것일까. 오랜 기간 적자에 시달리던 LG디스플레이에 장밋빛 전망이 쏟아진다. 글로벌 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흑자전환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LG디스플레이가 OLED 사업 호조로 흑자전환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가 OLED 사업 호조로 흑자전환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LG디스플레이 제공)

소형 OLED 시장 공략하는 LG디플

애플 아이폰 점유율 30% 돌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가 애플 스마트폰용으로 공급한 OLED 패널 비중(수량 기준)은 지난해 3분기 12.2%에서 올 3분기 30.3%로 급증했다. 3분기는 아이폰 패널 출하량이 가장 많은 성수기로 불린다. 같은 기간 경쟁사 삼성디스플레이 점유율이 71.1%에서 51.1%로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뚜렷한 성장세다.

아이폰 시리즈는 일반, 플러스, 프로, 프로맥스 등 4가지 모델로 나온다. 프로 시리즈 2종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방식 박막트랜지스터(TFT)를 적용한 OLED가 탑재된다. 이에 비해 일반 모델 2종은 가격대가 저렴한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방식 OLED가 탑재된다.

LG디스플레이는 고급 모델로 통하는 아이폰 프로 모델 2종에만 OLED를 공급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 4개 모델에 전부를 공급하며, 중국 BOE는 일반 모델 2종에만 OLED를 납품한다.

올 3분기 LG디스플레이의 아이폰 패널 공급 비중이 30%까지 늘어난 것은 지난해 불거졌던 생산 지연 문제를 해결한 덕분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22~2023년 아이폰14·15 OLED 패널 양산 승인이 지연되면서 초기 물량 대부분을 삼성디스플레이에 빼앗겼다.

하지만 올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년간 반복돼온 생산 지연 문제를 끊어내 처음으로 점유율 30% 마지노선을 넘길 수 있었다. 덕분에 글로벌 소형 OLED 시장에서도 점차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가 발간한 ‘소형 OLED 디스플레이 마켓트랙’에 따르면 올 3분기 글로벌 소형 OLED 출하량은 2억4700만대로 2분기 대비 7.8% 늘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BOE를 비롯한 중국 패널업체 출하량은 전분기와 비슷하거나 다소 줄었지만 LG디스플레이 출하량은 급증했다. LG디스플레이는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한 아이폰16 시리즈를 기반으로 전분기 대비 64% 증가한 1760만대의 아이폰용 패널을 출하했다. 스마트워치용 패널 출하량은 전분기보다 147% 늘어난 1220만대다.

소형 OLED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LG디스플레이가 실적 반전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LG디스플레이는 2022년 2분기부터 6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4분기 반짝 흑자전환하기는 했지만 올 들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1분기 4694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는데 2분기 937억원, 3분기 806억원 손실을 기록해 적자폭을 점차 줄이는 모습이다.

비록 아직까지 적자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LG디스플레이 구원투수로 부임한 정철동 사장이 제 역할을 해주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철동 사장은 LG그룹 내에서 손꼽히는 ‘애플 전문가’다. ‘관리형 CEO’였던 전임 정호영 사장과 달리 ‘기술통’으로 불린다. 정통 엔지니어 출신으로 지난 40여년간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이노텍 등 부품 소재 계열사를 두루 거친, 생산 기술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사진설명

정철동 사장, OLED 경쟁력 강화

내년 흑자전환 가능성 높아

LG디스플레이로 자리를 옮긴 정 사장에 주어진 핵심 과제는 OLED 경쟁력 강화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계륵’으로 불리는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정리하고 OLED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써왔다. 결실도 나왔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TV용 LCD를 생산하는 중국 광저우 공장을 중국 가전 기업 TCL의 디스플레이 자회사 차이나스타(CSOT)에 매각했다. 이번 매각으로 LG디스플레이는 OLED 사업 재편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LG디스플레이는 그동안 대형 OLED 기술 개발에 힘쓰면서 중소형 부문 경쟁력이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소형 IT OLED는 주로 노트북, 태블릿, 모니터 등에 쓰인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순위 투자 대상으로는 8.6세대 IT OLED 라인 증설이 거론된다. 경쟁사 삼성디스플레이, 중국 BOE는 이미 8.6세대 라인 증설을 위해 조 단위 시설 투자에 나선 만큼 LG 입장에서는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제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생산 체계’를 OLED 제조 공정에 도입하기도 했다. AI 생산 체계는 AI가 OLED 공정 제조 데이터 전수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분석하는 시스템으로, LG디스플레이는 OLED 제조 공정에 필요한 도메인 지식(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을 AI에 학습시켰다. 이를 활용하면 OLED 제조 공정에서 발생 가능한 수많은 이상 원인의 경우의 수를 자동 분석하고 해결책까지 도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AI 도입으로 연간 2000억원 이상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한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OLED 시장에도 기대를 건다. 최근 각종 운행 정보, 콘텐츠를 보여주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중요해지면서 LCD보다 화질이 좋으면서도 전력 소모가 적은 OLED 탑재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LG디스플레이는 보쉬를 포함한 글로벌 톱티어 전장부품업체와 완성차업체에 디지털 클러스터(계기판), 센터페시아(중앙 조작부) 등에 쓰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공급했다.

지난해부터는 유기발광소자의 효율을 개선하고 휘도(화면 밝기)와 수명을 높인 ‘2세대 탠덤 OLED’를 본격적으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LG디스플레이가 2019년 업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탠덤 OLED는 유기발광층을 2개층으로 쌓는 방식으로, 기존 1개층 방식 대비 내구성이 뛰어나다.

탠덤 OLED를 탄성 있는 플라스틱 기판에 결합한 것이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P-OLED(플라스틱 OLED)’다. 차량용 P-OLED는 LCD 대비 소비전력을 60% 줄이고, 무게는 80% 낮춘 것이 특징이다. 얇고 가벼운 데다 구부릴 수 있어 디지털 차별화가 가능하다. LG디스플레이는 2026년 글로벌 자동차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 점유율 6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시장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인고의 세월을 딛고 내년에는 연간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본다. SK증권은 내년 LG디스플레이가 매출 25조5000억원, 영업익 4009억원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출시되는 아이폰17 시리즈에 LTPO TFT(저온다결정산화물 박막트랜지스터)가 적용되는데, 중국의 BOE가 초기 생산에 참여하지 못해 해당 물량이 LG디스플레이로 이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덕분에 LG디스플레이가 아이폰17을 포함해 내년 애플에 공급할 패널 수는 720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모바일사업부 흑자전환, OLED TV사업부의 수익성 개선 등 사업 구조 고도화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LCD 공장 매각과 인력 효율화를 기반으로 내년에는 LG디스플레이가 더욱 안정적 사업 구조를 갖출 것이다.” 김소원 키움증권 애널리스트 진단이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0호 (2024.12.25~2024.12.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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