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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떡볶이 먹방, 제발 그만”…기업 일에만 매진할 수 있는 한국 언제쯤 [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기자
입력 : 
2024-12-18 12:00:00
수정 : 
2024-12-22 11:33:14

뉴스 요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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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총수들이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떡볶이 시식 이후 정치적 행사에 동원되면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들은 최근 정치권의 갈등으로 인해 기업에 부담이 되는 여러 법안을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기업가들은 경쟁국들의 지원 속에서 국가 전략산업에 필요한 법안 처리를 촉구하며 정부와 정치권의 협력을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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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재계 총수들과 함께 떡볶이 튀김 빈대떡을 맛보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재계 총수들과 함께 떡볶이 튀김 빈대떡을 맛보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우리 회장님, 떡볶이 진짜 맛있게 먹었어요!!”

지난 1년여 사이 주요 대기업 관계자들로부터 들었던 해명 중 가장 씁쓸했던 말을 꼽으라면, 이 말을 꼽고 싶습니다.

지난해 12월 6일 기업 총수들은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떡볶이 시식을 했습니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 후 민심을 달래기 위한 행사에 병풍처럼 동원된 것이었습니다.

기업 총수들은 이같은 정치적 행사에 동원된 것도 모자라 ‘서민 음식’ 떡볶이를 ‘입에 대는 시늉만했네’, ‘먹었네 마네’ 등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총수 대신 “기필코 먹었다”라고 해명까지 해야했던 대기업 직원들. 자괴감이 들 수밖에요.

[사진출처 = 연합뉴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윤 대통령 해외 순방길 동행만 해도 그렇습니다. 너무 잦았던 게 사실입니다.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4대 그룹 회장들이 윤 대통령 취임 후 3년이 채 안 된 사이 해외 순방길에 동행한 횟수는 10차례가 넘습니다. 이는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등 과거 정부 때와 대조를 이룹니다. 당시 대통령 해외 순방길에 기업 총수들이 동행한 횟수는 5년 임기를 통틀어 10회가 넘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권력 앞에서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습니다만, 순방길 윤 대통령과의 술자리에 대한 스트레스도 기업인들 사이 상당히 컸다고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와 관련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에 탈락한 이후 가진 서면 브리핑에서 “국민 혈세를 써가며 해외에 나가서 재벌 총수와 ‘소폭 만찬’을 벌였다니 윤석열 대통령의 혼신의 대장정은 폭음이냐”라고 직격을 날린 적도 있는데요.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기업 총수들이 있어야 할 자리는 떡볶이 집도, 해외 순방 동행도 아니었던 것이죠.

우원식 국회의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초청 경제단체 비상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초청 경제단체 비상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그런데 탄핵 정국 속 이 씁쓸함이 더 커집니다. 여야가 두 쪽으로 ‘쩍’ 쪼개지면서 그토록 원했던 ‘반도체 특별법’이나 기업에 부담일 수밖에 없는 ‘상법 개정’, ‘법정 정년 연장’ 등에 관한 법안이 합의 처리를 기대하기가 더욱 어렵게 됐기 때문입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제단체장들은 지난 17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무쟁점 법안만이라도 연내 통과시켜 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습니다.

최 회장은 이날 “비즈니스는 어떤 상황에서도 멈출 수 없다. 경제에 있어 가장 큰 공포는 불확실성”이라며 “여야 모두 민생 안정에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초당적 협력을 통해 무쟁점 법안만이라도 연내 통과를 시켜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수싸움에 바쁜 정치권은 어떻게 화답할까요.

이미 올 하반기부터 희망퇴직에 권고사직까지 실시하며 비용절감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기업들입니다. 그런데 비상계엄이란 전혀 예상치 못한 국내 변수에 원점에서부터 다시 생존전략을 짜야하는 처지에 놓이고 말았습니다.

미국 워싱턴D.C. 미국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제35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에서 댄 설리번 상원의원(왼쪽, 공화당-알래스카)이 에반 그린버그 미한재계회의 위원장(오른쪽)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출처 = 한국경제인협회]
미국 워싱턴D.C. 미국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제35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에서 댄 설리번 상원의원(왼쪽, 공화당-알래스카)이 에반 그린버그 미한재계회의 위원장(오른쪽)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출처 = 한국경제인협회]

특히 탄핵 정국 속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경제계 우려가 상당합니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최근 “트럼프 취임 첫 100일이 아니라 첫 100시간에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많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외교가 거의 공백 상태니 문제가 클 수밖에요.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전 세계에 보편 관세를 10% 내지 20% 물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대미 누적 무역흑자 세계 7위인 한국도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이든 정부의 핵심 법안인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나 반도체 지원법 역시 손 볼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보조금을 줄이거나 없애면 이미 상당액을 투자한 삼성, SK 등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급변하는 대미 통상환경 속 최악보다 더 최악을 가정한 전략을 짜야만 합니다.

1기 트럼프 행정부는 좌충우돌하며 제대로 된 의제를 꺼내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하지만 2기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모습입니다. 일찌감치 해야 할 일을, 만나야 할 사람 등을 리스트업해 착착 진행해가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에선 워싱턴DC 뿐 아니라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 문턱이 닳고 있다고 하지요? 트럼프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이익을 지켜내려는 각국 정재계 리더들이 직접 방문하느라, 전화 연결을 하느라 사활을 걸다시피 해섭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대미 투자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손정의(손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미소를 짓고 있다. 손 회장은 이날 회견에서 1000억달러(약 143조6000억원)를 투자해 최소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출처 = A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대미 투자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손정의(손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미소를 짓고 있다. 손 회장은 이날 회견에서 1000억달러(약 143조6000억원)를 투자해 최소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출처 = AP연합뉴스]

일례로 일본은 트럼프 당선인과 가까웠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부인까지 동원하고 있는데요. 현지시간으로 16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 후 무려 1000억 달러(143조6000억원) 규모 대미 투자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트럼프 당선인은 술 한방울을 입에 대지 못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형인 프레드 주니어가 알콜 중독에 시달리다가 만 41세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하면서 강력한 트라우마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절대 금주주의(teetotalism)’ 신조를 지키며 일만 할 모양입니다.

우리나라 정치권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주요 경쟁국들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미래 첨단산업에 대한 국가대항전을 벌이고 있지만 기업 지원 법안은 실종되고, 입법 주도권을 쥔 더불어민주당은 기업을 옥죄는 국회 증언법 등 각종 법안을 단독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전략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보조금 지원, 근로 시간 규제 완화 입법을 추진해 준다면 기업들이 큰 힘을 얻을 것”이라며 “기업에 부담이 되는 상법 개정이나 법정 정년 연장과 같은 사안들은 국회에서 좀 더 신중한 검토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국회에 요청했는데요.

각국이 첨단산업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지금, 기업 혼자만의 힘으로는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고 벅찬 것이 사실입니다. 촌각을 다투는 기업인들이 경영 활동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정부의 외교력과 정치권의 중지를 모아야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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