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내년 사업 계획을 전면 수정할 위기에 놓인 경제계가 국회에 상법 개정 보류, 반도체 보조금 지원, 근로 시간 규제 완화 등을 요청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경제계 비상 간담회'에 참석했다.

최 회장은 "초당적 협력을 통해 무쟁점 법안만이라도 연내에 통과시켜준다면 대한민국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긍정적 시그널이 될 것이며, 경제계가 우려하는 법안에 대해선 충분한 논의 시간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손 회장은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전략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보조금 지원이나 근로 시간 규제 완화 입법은 기업들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상법 개정, 법정 정년 연장 같은 사안들은 국회에서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상법 개정에 대한 경제계 요청에 대해 "경제단체의 우려를 이해하고 있으니 국회 차원에서 해법을 찾겠다"는 취지의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민주당은 19일 상법 개정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경제계는 국회에 대미 의원외교의 시급함도 전달했다. 윤 회장은 "급변하는 대미 통상환경에 정부와 기업이 시의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활발한 의원 외교 활동을 기대한다"며 "곧 본격화될 미국의 통상 입법 변화에 대비해 한국 기업의 피해는 줄이고 실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의회 차원에서도 대미 아웃리치와 소통에 힘써주시길 부탁한다"고 전했다.

우 의장은 "미국과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에 국회의장 특사를 파견해 대한민국이 흔들리지 않는 나라란 점을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을 대표해 "임시 투자세액 공제 연장이나 전통시장 카드 사용액 소득공제율 상향 등을 통과시켜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경제6단체는 이날 "국회증언법이 충분한 논의 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정부에 재의 요구를 촉구했다. 국회증언법은 지난달 28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승환 재계전문기자 / 구정근 기자]